1.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의 필요성

지난 2003년도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73.7%%가 차별을 경험하고 있고, 그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66.1%)과 법과 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한 차별(32.8%)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차별의 영역에 있어서는 36.4%가 노동에 있어서의 차별을, 34.5%가 이동에 있어서의 차별이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하여 아직도 노동현장에 있어서의 직접적인 차별이 가장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차별이 사회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내에서도 발생하며, 그 비율이 59.7%에 달하고 있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가족행사나 나들이에서 따돌림을 받았거나(15.1%), 대외활동 욕구를 무시하기도 하고(14%), 심지어 생활비 등 경제적 착취까지 하는 것(13.4%)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01년 11월부터 2006년 3월 31일까지 접수된 진정사건 가운데 장애차별이 250건(11.4%)으로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 536건(24.5%)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5년도에는 121건이 접수되어 2004년도의 54건에 비해 2.2배 증가하여 장애차별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차별이 발생하는 영역은 고용에서의 차별이 86건(34.4%), 재화ㆍ용역등의 공급ㆍ이용에서의 차별이 127건(50.8%)이었으며,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 차별이 77건(30.8%), 시각장애 차별 40건(16.0%), 청각장애 차별 26건(10.4%) 순이었으며, 색맹ㆍ색약, 정신지체ㆍ발달장애, 뇌병변장애, 정신장애, 내부기관장애 순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고, 차별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별의 구제와 시정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보도자료에서도 드러나듯이, 진정접수 213건 가운데, 합의종결이나 조정은 8건에 불과하며, 권고 19건, 기각 27건, 각하 158건 등으로서, 물론 기각과 각하 사건 중에는 차별행위를 자진 시정하는 등의 구제조치가 이루어져 기각된 경우가 3건, 진정인이 진정을 취화하여 각하한 경우가 38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있었지만, 차별진정 사건의 대부분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결국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 즉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UN에서 제정 논의 중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국제조약”(Comprehensive and Integral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Rights and Dignity of the Persons with Disabilities)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도 UN총회에서 멕시코 대통령의 제의로 결의된 이 조약은 현재 특별위원회인 애드 호크 위원회(Ad Hoc Committee)에서 제7차 논의까지 마쳤으며, 수정된 의장안이 나와 있다. 올 8월에 있을 제8차 회의에서 최종안이 결의되면, 조만간 총회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조약은 8번째 국제 조약으로서, 명칭에서 보여주듯이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틀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약은 장애인차별금지에 관한 국제조약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호주, 영국, 홍콩 등이며, 미국의 경우 1991년에 장애를 가진 미국인법(ADA)을 제정하였으며, 홍콩은 1993년에, 영국과 호주는 각각 1995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DDA)을 제정하였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몇 년째 준비 중이다.

이처럼 장애인 차별에 대한 가장 분명한 해결방법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며, 장애인에 대한 복지적인 지원만으로는 장애인의 인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세계 장애인 인권의 흐름이다. 우리나라 역시 늘어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이미 이루어진 차별에 대해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만 한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하는 의견들이 있다.

첫째, 다른 차별금지법도 없는 우리나라의 인권 현실로 볼 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먼저 제정하는 것보다는 인권법이나 차별금지법을 먼저 제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물론 인권법이나 차별금지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고, 개별법으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며, 사회적인 동의도 훨씬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19가지 차별에 대하여 금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초안까지 마련하였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만으로 장애인차별에 대한 금지가 완전하기 이루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모든 차별에 대해 금지하고 구제하기 위한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법으로서 장애인차별의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차별을 금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차별금지법만으로 장애인차별을 모두 금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였다. 결국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를 높이고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동시에 제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분리를 증가시키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물론 초기에는 장애인 차별을 강력하게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영향으로 장애인에 대한 고용 등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차별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예 장애인에 대한 고용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고용감소로 인한 장애인 고용율의 축소보다는 고용현장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금지와 구제 비율이 더욱 높아지게 되며, 결론적으로 장애인의 평등하고 안정적인 고용이 증가하게 된다.

셋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많은 비용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냐는 염려가 있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투자가 필수적이다. 특히 정당한 편의제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로 인한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고용창출은 투자 비용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가치를 가져온다. 아울러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구제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의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와 효과가 있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의 의미와 내용

한국에서 장애인차별금집법 제정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1년도부터이다. 부산의 열린네트워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초안을 마련하고 장애인차별금집법 제정을 촉구하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국토대장정을 추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열린네트워크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오던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은 2002년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제안으로 35개 단체가 모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연대체 구성이 이루어졌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듬해인 2003년 4월에 58개 단체가 참여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를 결성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추련은 장추련은 2003년도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을 요청하였으며, 당시 대통령후보였던 노무현대통령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공약으로 채택하였다. 이후 장추련은 법제위원회의를 구성하고, 그동안 열린네트워크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초안을 기초로 하여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안(이하 장차법안)을 만들었다. 이 장차법안은 변호사, 법률가 등 전문가도 참여하였지만, 각 장애인단체의 실무자와 장애인당사자가 참여하여 현장에서 겪는 수많은 차별을 실질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만든 당사자에 의한 법률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후 장추련은 장차법안을 가지고 3회에 걸쳐 공청회를 가지고, 8회에 걸쳐 지역순회 설명회 등을 가지며, 장애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지난 2005년도 9월에 민주노동당의 노희찬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상정하였으며, 지난 4월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의에 상정되어 최종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장추련의 장차법안은 제1장 총칙, 제2장 차별금지, 제3장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제4장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제5장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제6장 벌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차법안의 특징은 제2장 차별금지에서 장애차별의 영역별로 차별금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였고, 장애여성의 차별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금지를 별도의 장에서 다루고 있으며, 장애인당사자의 차별감수성을 반영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도록 한 점 등이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우리나라의 인권지수를 한 단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로 인한 차별금지에 대한 파급효과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모든 사회적 차별에 대한 금지와 구제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배융호/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
2006/07/11 00:00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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