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합계 출산률이 드디어 세계 최저(1.08)를 기록했다. 저출산의 위기는 생산인구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의 저하와 노인부양 부담의 급격한 증가라는 국가적 과제를 확실히 아젠다화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6월 7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고, 6월 20일에는 정부와 경제계, 노동계, 시민사회종교단체 간의 연석회의를 통한 “저출산・고령화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에 대해 갈등과 대립각 일변도였던 노동계와 경제계, 시민사회종교단체 그리고 정부 등이 모처럼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그간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분기점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그간 산발적으로 부유하던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담론들을 사회적 실천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본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이번 협약의 내용들이 과연 코앞에 닥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적절하고 충분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특히, 저출산에 대한 대안과 관련해 보면 저출산에 대한 핵심 대안으로서의 “일-가족 양립”의 기조가 과연 실질화될 수 있을는지 의문스럽다.

“일-가족 양립” 정책은 일찌감치 저출산의 문제를 경험한 서구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저출산 해법이다. 이는 저출산의 문제가 직접적인 인구증가 정책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말해 준다. 가족으로 하여금 부와 모 양자 모두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마련과 제도 구축을 통해 출산력을 높여보자는 의도이자, 가족과 시장 양 영역에서 양성평등적 토대와 풍토를 조성해 출산력을 높여보자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를 포함한 이번 협약의 주체들은 우리 사회가 아동양육에 대한 부담을 포함한 일-가족 양립을 위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이 점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이 없는 사회 실현”을 핵심 협약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고, 이의 실현을 위해 아동양육에 대한 지원 강화와 일-가족 양립 체계의 구축을 위해 사회적 주체들의 공동분담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에서는 그 방향이 모호하고 수준 또한 미흡할 뿐만 아니라 실천에 대한 강제력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과연 이 협약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일-가족 양립”의 핵심은 여성의 시장화 즉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남성의 가족화 즉 그동안 여성이 전담한 가족내돌봄노동을 남성과 분담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실현하는데 있어 선진 복지국가들은 각자 다른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그것은 그 국가의 복지국가의 형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기본계획과 연석회의를 통한 협약은 여성의 시장화와 남성의 가족화 모두를 충족시키기 못하고 있다. 우선,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육과 아동수당을 근간으로 하는 아동양육에 대한 지원이 전제되어야 하고, 단축근로제와 같은 근로형태의 유연화나 육아휴직과 같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노동시장 단절을 보완하는 장치가 실질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협약에는 아동수당과 단축근로제에 대한 협약을 이루어내지 못하였고, 육아휴직의 실질화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국공립 보육시설을 보육아동기준 30%로 확충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성의 시장화를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하는 시도는 그 방향의 모호함은 물론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또한 돌봄노동의 분담을 통해 남성의 가족화를 촉진할 수 있는 남성출산 휴가제도가 사실상 무급화됨으로써 양성평등 지향의 일-가족 양립 체계 구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은 “구사회 위험”에 대비되는 새로운 “신사회 위험”으로 언급될 정도로 광대하고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서의 저출산 정책의 핵심은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위험에 대한 대응의 양태가 복지국가의 양태를 좌우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모델 창출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협의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모델이 조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문제지만 스웨덴식의 복지모델이냐 아니면 미국식의 복지모델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기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저출산 문제의 대안중의 하나였던 일-가족 양립 정책도 이러한 모델 선택을 판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최근의 대응은 그 방향과 모델을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며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인숙/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6/07/11 00:00 2006/07/1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8605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