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장애인복지법 제4조 2항에 의하면 ‘장애인은 국가ㆍ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기타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동법 제4조 1항에 의하면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는다’. 이를 요약해보면 결국 “장애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방식으로 모든 분야의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존엄과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이 바로 ‘독립된 인격체’라는 것이다. 스스로가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식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의존적이지 않다는 느낌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건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이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 생활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현금소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소득에 관한한 매우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05년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48.9%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소득보장을 들었다. 그리고 장애와 관련하여 충분한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47.4%로 1순위를 차지했으며, 필요한 보장구를 구입하지 않은 이유도 ‘구입비용 때문에’라는 응답이 전체의 68.3%를 차지했다. 반면에 장애로 인해 연금이나 일시금 등의 경제적 보상을 받은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83.4%의 장애인이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볼 때 장애인들의 현금소득보장에 관한 욕구는 매우 크지만 우리나라의 보장수준은 매우 저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보장의 네 가지 방식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장애인들은 상시적인 소득결핍 상황에 놓여져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현금을 이전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각종 감면과 할인을 통해 소득지출을 줄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직접적인 소득보장방식에는 크게 사회보험, 사회수당, 공공부조를 통한 소득보장방식이 있다. 사회보험은 강제적인 보험료 갹출을 전제로, 위험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욕구에 대한 심사 없이 가입자의 법적 권리로 정해진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이며 대부분의 유럽 대륙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사회수당은 욕구에 대한 심사 없이 지급되는 것은 사회보험과 같으나 재원이 보험료가 아닌 일반재정이라는 점에서 다르며 영국과 스웨덴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부조는 급여가 권리로 보장되지 않으며 욕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 일반재정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사회수당

이렇게 보았을 때 직접적 소득보장제도 중 모든 인간들의 보편적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로는 사회수당이 가장 제격이다. 인구학적인 조건만 갖추어지면 다른 심사나 조사 없이 현금을 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수당은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까지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재정소요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 재정부담 때문에 급여수준을 낮출 경우 제도의 효과가 거의 없어지고 만다. 또한 사회수당은 인구학적 조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특정 인구계층에 대해서만 수당이 지급된다. 다른 인구집단과의 연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 비추어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수당의 지급수준에서 사회적 적절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장애인 이외에도 소득보장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면에서 보편적 사회수당은 아직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사회보험

그 다음으로 보편적 인간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 사회보험이다. 사회보험은 급여가 개인의 권리로 인정받는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험의 원리를 차용한 만큼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면에서 사회수당보다는 보편적 권리를 보장함에 있어 취약한 제도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직접 납부한 보험료가 재정의 원천인 만큼 급여 수준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즉 사회적 적절성을 보장하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험은 보험의 원리를 차용한 만큼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대다수의 장애인들도 이 문제로 인해 보험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하는 방법 밖에 없다. 기초연금제는 특정 조건만 갖추어지면 보험료 납부와 상관없이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기초연금제는 장애인 집단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저소득층의 노후소득보장수단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조

직접적 현금소득보장제도 중 인권이라는 면에서 가장 취약한 제도가 공공부조이다. 급여를 제공함에 있어 철저하게 소득조사와 자산조사를 거치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부조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수급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가족의 구체적인 상황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면에서 오히려 인권 침해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게다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인가구가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보장이 전혀 없다.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가구당 약15만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최저생계 이하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위한 또 하나의 공공부조는 장애수당과 장애아동부양수당이다. 이 수당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에 공공부조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장애수당은 중증장애인에게 월 7만원, 경증장애인에게는 월 2만원이 지급되고 있으며, 장애아동부양수당은 1급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에게 월 7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장애수당 또한 앞서 밝힌 장애추가비용 15만원에 절대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아동부양수당 역시 장애아동을 부양하는 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약 36만원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이다.

간접적 소득보장제도

마지막으로 간접적 소득보장제도이다. 간접적 소득보장제도는 각종 감면과 할인 등을 통하여 소득지출을 감소시키는 제도이다. LPG 세금 감면,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지하철 요금 면제, 항공료 할인 등이 그것인데 이미 약 30여종의 할인ㆍ감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할인ㆍ감면제도는 우리나라 총 장애인복지재정의 약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LPG 세금 감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2005년 약 2,367억원의 예산이 소요되었다. 이 비중은 중앙정부 장애인복지예산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장애인고용에 소요되는 예산보다 많고, 장애수당의 2배를 넘는 수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간접적 지원방식은 시혜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각종 할인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할인카드를 검열 받음으로써 수치심(stigma)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감면 및 할인을 통한 방식은 일정 소득 이상의 계층에 대해서 도움이 되지만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일반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못된다. 왜냐하면 저소득 장애인의 경우 재산이 많지 않고 자동차도 보유할 수 없으며 항공편 등의 이용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감면 및 할인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득보장의 새로운 설계

장애인의 인권을 고려하되 한국적 현실을 감안한다면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기초연금제를 도입하고 이 속에 장애인과 저소득 노인을 위한 무갹출 노령연금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현재 장애인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회수당식 장애연금이 국민연금의 제도개혁이라는 현실적 부담을 피할 수는 있으나 국민연금 사각지대(지역가입자의 약50%)에 머물고 있는 광범위한 저소득층을 고려한다면 사회수당식 장애연금보다는 2층 연금제도를 토대로 한 장애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미 한나라당에서 이와 유사한 국민연금법 개정 법률안을 제출해 두고 있으며, 현 정부에서도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므로 적극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기초연금제 도입은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면에서 단기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최저생계 이하의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최저생계를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장애유형과 등급별 추가지출 비용을 고려하여 최저생계비 수준을 산정해야 한다. 추가지출비용이 추가된 최저생계비를 통해 수급권자가 결정되어야 하며, 또한 일반인과 장애인 사이의 최저생계비 차액은 장애인에 대해 가산급여로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빈곤한 장애인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최저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둘째, 장애수당은 단기적으로 ‘차상위계층’의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하되, 마찬가지로 장애유형과 등급별 추가지출 비용을 고려하여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지급수준은 실질 추가비용만큼 보장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하되 소득재분배 효과를 위해 장애수당도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시키도록 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소득상한선을 설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장애아동부양수당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지급하되, 보호가 필요한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급여수준은 하루 종일 보호가 필요한 경우는 개호자 한 명을 고용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호가 필요가 감소하는 정도에 따라 감액하여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상과 같이 장애수당을 현실화할 경우, 국가 부담의 증가에 대해 걱정할 수 있다. 증가될 국가 부담은 현행의 각종 감면 및 할인 제도를 부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상쇄될 수 있다. 감면이나 할인도 어차피 국가의 부담이다.

유동철 /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2006/08/11 00:00 2006/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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