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8년 7월 노인수발보험제도의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1차 시범사업(2005.7-2006.3)에 이어 2차 시범사업(2006.4-2007.3)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시범사업실시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노인수발보험제도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전제는 제도운영과 관련한 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효율적인 관리운영체계의 마련이다. 사실 구체적인 제도운영과 관련한 메뉴얼 마련과 이에 따른 시행은 일정 정도의 교육과 훈련 그리고 단기적인 경험 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의 전제가 되는 인프라 구축, 즉 지역사회 복지공급 단위의 확충ㆍ재편 그리고 상호 연계체계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전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지역사회 복지공급 체계의 구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은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제도시행의 강박증에 사로 잡혀 충분한 피드백의 기회마저 갖지 않는다면 타 제도처럼 ‘실패한 실험’으로 전락할 것이다. 시범사업상의 피드백은 지역사회 중심의 요양 서비스 인프라(시설과 인력) 확충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 실시 지역 선정 시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발 등급별로 케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부재하여 요양시설이 일방적으로 담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차 시범사업의 평가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서비스 인프라(시설과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 제공이 방문간병서비스 중심으로 제공되고 상대적으로 간호서비스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에 개호보험제도가 시작 되었지만 제도시행 자체가 노인 개호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었다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찍이 일본은 1989년에 노인복지원년으로 선포하고 후생성은 ‘골드 플랜’ 계획(고령자 보건복지추진 10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이후 10년간 홈헬퍼 3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데이서비스시설 1,700여 개에서 10,000개로 늘리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또한 1만여 개의 재택개호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중학교 학군 단위로 1개 시설을 배치하였다. 이러한 개호서비스 공급인프라 확충과정을 거쳐서 2000년부터 개호보험이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설인프라의 부족에 따른 서비스 대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 점에 깊이 유의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정적 시행의 적신호가 인프라 문제, 즉 전문인력부족과 비합리적인 조직 체계에서 나타났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도시행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의 구축과 정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의 강행추진은 정책실패의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관리운영주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의 이원화 문제는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노인수발보험제도 시범사업의 운영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수발보험실행준비단 및 시범사업운영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즉 노인수발보험제도 운영에 따른 역할과 책임이 건보공단에 집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제한적, 소극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노인수발신청자에 대한 방문조사, 등급판정, 표준수발계획서 작성은 단기간 교육을 받은 건보공단 소속의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하고 있어 기존 읍면동에 배치되어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 비해 전문성이 결여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특수법인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인프라를 지도ㆍ감독하는 위치에 서게 되어 지도 및 감독 위계의 전도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그 지역주민의 생활상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고 대상자의 발굴이나 서비스제공(연계, 협력) 등 제도의 본질을 고려할 때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와의 역할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수발보험료의 부과ㆍ징수 및 배분업무는 기존의 공단의 건강보험료 부과징수 업무와 유사하므로 공단에 위탁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방문조사 및 욕구사정, 수발등급판정과 결과통지, 표준수발계획서제공 등의 관련 업무는 지자체에서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시군구의 공공복지 행정체계가 ‘주민생활 지원서비스 전달체계’로 개편됨에 따라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공공복지행정체계 개편에 따른 지자체의 조직과 인력을 통해 수발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관리운영상의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을 극복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노인수발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과 이에 대응한 제도적 장치의 구축에 대한 시급성은 이미 학계나 현장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 허리에 매어 쓸 수 없는 것처럼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제도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 고령사회가 목전에 도래하고 이것이 현재화 된다 할지라도 주춧돌을 세우지 않고 집을 지을 수 는 없는 것이다.

이재완 /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6/08/11 00:00 2006/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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