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을 배제하는 빈곤대책
월간 복지동향/2006 :
2006/10/11 00:00
근로빈곤층 대책과 EITC
최근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사회복지, 특히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빈곤과 양극화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져 가고 있고, FTA 문제나 경제 상황에 비추어 이 문제가 쉽게 개선되어지지 않으리라는 전망과도 관련된다. 언론에서도 관련된 문제에 대해 연일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인구특성별 사회복지서비스라는 전통적 형태 이외의 사회보장에 대한 모색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완전고용과 적정 성장을 기초로 하는 과거 사회보장의 전제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기인한다.
얼마 전부터 유사한 맥락 속에서 EITC라는 낯선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놓고 우리 사회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다. 처음 근로빈곤층의 문제에 초점을 둔 참여정부의 대책 안에서 한 축을 차지했던 EITC는 일하면서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대책’으로 제기된 것이다.
그 생활보장의 방법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보다 낮은 소득을 가지는 경우, 부(-)의 근로소득세와 같은 개념으로 환급해 주는 것이다. 즉, 과거 소득세제 상에서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가지는 근로자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이었다면 EITC는 보다 적극적으로 감면만이 아니라 일정한 비율로 ‘환급’을 통해 저소득 근로자에게 추가의 소득분을 조세로서 지급해 주는 제도이다. 이 경우 일정 소득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근로를 통한 소득이 늘어날수록 지원을 많이 받게 되어 근로유인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견 보다 적극적인 빈곤정책의 도입으로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빈곤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찬반논란과 입법예고안 : 근로빈곤층 대책과 근로유인
새로운 제도의 도입논의이므로 사회 각계에서 여러 각도의 찬반논란이 있었다. 어떤 사회제도이든, 특히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 타당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제도도입 논의 초기부터 EITC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EITC에 반대하는 주장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주된 논지들은 첫째, EITC 도입이 우리사회 근로빈곤 문제의 본질을 ‘적정한 일자리가 부족한 구조’보다는 ‘근로동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 둘째, 조세환급형태가 비정규 근로가 많은 우리사회 저소득 근로가구에게 적절하게 작용되기 어렵다는 점, 셋째, EITC에 적극적인 부처가 과거 늘 강조해오던 소득파악의 난점, 넷째, 최저임금이나 아동수당 등 다른 관련 영역과의 연계 속에서 나타날 부작용 등 이었다.
그간 몇 번의 공청회가 있었다. 그리고 재경부, 국세청, 보건복지부, 관련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여러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얼마 전인 지난 9월 13일 입법예고가 완료되었다. 조세특례제한법의 근로장려세제라는 명칭으로 소위 EITC의 도입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명칭마저 근로소득보전세제, 근로소득지원세제 등 여러 번 바뀌어가며 추진되어 왔다. 이번에 입법예고되었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입법예고된 EITC의 개요
취지 : 현행 사회안전망의 보호가 취약한 차상위계층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기 위하여 조세체계를 이용한 근로연계형 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를 도입
..........................( 중략 ) .............................
저소득자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는 환급가능한 공제제도인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함.
(1)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은 당해연도 총소득이 1,700만원 미만인 근로자 가구로서 18세 미만의 자녀를 2인 이상 부양하고 무주택이며 일반재산의 합계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로 함.
(2)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배우자가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 다른 거주자의 부양아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함.
(3)부부의 과세대상 근로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간 근로소득이 800만원 미만은 근로소득의 10%, 800만원 이상 1,200만원 미만은 80만원, 1,200만원 이상 1,700만원 미만은 1,700만원에서 근로소득을 제한금액의 16%를 근로장려금으로 산정함.
(4)근로장려금은 종합소득세 신고시 신청자에 한하여 지급하며, 신청자는 근로장려금 신청시 근로소득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지급조서 등 증빙서류를첨부하여야 함.
(5)납세지 관할세무서장은 근로장려금의 신청을 받은 때에는 원칙적으로 소득세 과세표준확정신고기한 경과후 3월 이내에 결정하여야 하며,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 근로장려금은 이미 납부한 세액으로 보아 납부할 소득세액에서 차감하고, 이 경우 근로장려금이 납부할 소득세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초과금액을, 납부할 소득세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장려금 전부를 환급하며 조세지출로 처리함.
(6)고의·중과실 등으로 허위신청시 2년,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위신청시 5년간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지 아니하며, 신청자로 하여금 허위신청을하게 한 자도 같은 기간 동안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지 아니함.
(7)근로장려금 결정을 위하여 신청자의 금융거래 내용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국세청장은금융기관의 장에게 금융거래의 내용에 관한자료를 요구할 수 있음.
------------------------------------------------------------------------------
입법예고되었던 사항에서는 자녀를 2인 이상 키우고 있는 빈곤가구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소득이 낮은 경우에, 그리고 자영자가 아닌 저임근로자인 경우에 최대금액 연 80만원 한도 내에서 근로소득세를 환급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 제도는 재정지출이 아니라 전적으로 조세지출을 통해 운영될 것이라 한다. 물론 환급과 감면은 통계적으로 구분되겠지만 재정지출을 통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입법예고안에서는 제도도입 논의의 초기 반대의 이유로 제기되었던 여러 사항들이 특별히 감안된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제도 적용의 폭이나 지원금액의 제한이 엄격하여 ‘근로빈곤층에 대한 탈빈곤지원’이라는 초기 목적은 그나마 사라져버리고 ‘근로유인’의 상징성만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제도도입 초기부터 많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몇 가지 제약조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역시 관계부처들의 논의에서 제도 시행 초기에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낫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1인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나 자영업자의 경우 제도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제도 운영 상 현실적 제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결국 왜 제도를 시행하는지 납득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EITC가 수급자를 제외해야 수급자 탈피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제도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수급자는 이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충분히’ 국가로부터 보장을 받고 있으니 이에 대해 무언가를 더 보태주어 이중수혜는 줄 수 없다는 인식일 것이다. 실제로 재경부 등 일부 관련부처에서 EITC를 수급자에게 적용하게 되면 근로유인이 없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공공부조가 최저생활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는 별도의 논의이다. 다만, 최근의 관련 연구들에서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은 드물지 않다.
2005년 기준의 국세청 파악자료로 EITC에 적용될 대상은 31만 가구 정도에 해당하는데 수급자 가구를 제도에 포함할 때, 약간 늘어날 것이라 한다. 그다지 많은 비중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제도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증가문제는 배제의 핵심요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제도운영의 기본성격에 입각한 ‘배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배제는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EITC 제도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의 경우에도 또 다른 생활보장제도인 TANF 적용자를 제외하는 제한은 없다. 오히려 TANF와 EITC 적용과 수급을 연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TANF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다른 제도 특히 공공부조제도 적용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EITC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외국의 경험과도 맞지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충급여 방식의 약점에 의해 근로유인이 미약하다는 것은 분명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의 취약점이다. 허나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이고 또한 여러 가지 방향에서 그러한 보완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개별(부분)급여 등을 포함한 일부 방안들은 이제 준비되어 시행을 앞둔 단계이다. 수급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여러 보장혜택이 사라지는 문제는 EITC 적용 배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입법예고된 EITC의 안에 내포되어 그토록 강조되는 근로유인의 문제... 수급자들에게 EITC의 급여를 주면 중복지원이 되어서 근로유인효과가 약하다는 것은, 마치 수급자들이 근로의욕만 가지고 일하려 든다면 수급자 수준을 탈피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애초에 EITC가 수급자 탈피를 추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ITC 제도의 완결성에 대해 허황된 과장인식을 가진 것이다.
오히려 EITC 적용 배제로 인해 이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근로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지는 것이 현실적 문제이다.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들도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양한 형태로 근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근로’에 대한 장려도 똑같이 중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근로유무에 관계없이 이미 공공부조를 주고 있으니 EITC 급여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근로하지 말라는 ‘현명한(?)’ 경제적 선택을 유인하는 것이다. 수급자의 근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장려할 것인가? EITC가 이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미 우리사회에 필요한 ‘근로빈곤층 대책’이 아니다.
아마 입법예고안대로의 EITC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수급자는 근로의욕을 더욱 상실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EITC 적용은 저소득층의 소득파악을 제고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수급을 ‘현실상황에서 이전보다 제약’하게 될 것이다. 결국 EITC의 도입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들은 제도에 따른 환급은 받지 못하면서 (수급제약만 많아져서)생활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 된다.
근로빈곤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EITC에서 수급자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권리성 공공부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주장마저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얼마 전 중앙일간지에 보도되었던 주장에서처럼 EITC 도입을 통해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하게 되었으니 이를 계기로 근로유인이 약한 소모적 급여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폐지하자는 논리이다.
이는 그간 너무 턱 없이 뒤떨어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를 조금씩이나마 현대화시켜 왔던 흐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 논의의 소재로 삼을 필요도 없는 조악한 발상이다. 우파적인 관점에서 한 번 해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빈곤 현장에 대해, 우리 사회의 안정성에 대해 아무런 고려가 없는 주장이다. 공공부조 이전에 작동해야 할 보장체계의 취약성을 감안해본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그 파괴적인 결과는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빈곤문제, 그리고 근로빈곤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과연 근로능력과 기회가 있어도 ‘근로동기’가 없어 빈곤한가? 수급자는 누구이고 주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차상위 계층은, 그리고 근로빈곤층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지금 EITC 제도도입의 명칭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초기의 문제의식은 ‘근로장려’도 중요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리고 우리사회 근로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EITC가 적절한가에 대한 찬반논란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근로유인정책으로 제도의 성격이 전환되어 버렸다. 그나마 수급자에 대해서는 중복지원이 될까봐 ‘근로하지 말라’는 식의 설계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 빈곤층을 배제하는 근로유인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에 대처하는 소득보장과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빈곤층인 수급자의 근로빈곤마저도 ‘적용배제라는 근로유인책’으로 해결하겠다는 현 EITC 입법예고안의 발상이 우려스럽다.
최근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사회복지, 특히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빈곤과 양극화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져 가고 있고, FTA 문제나 경제 상황에 비추어 이 문제가 쉽게 개선되어지지 않으리라는 전망과도 관련된다. 언론에서도 관련된 문제에 대해 연일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인구특성별 사회복지서비스라는 전통적 형태 이외의 사회보장에 대한 모색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완전고용과 적정 성장을 기초로 하는 과거 사회보장의 전제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기인한다.
얼마 전부터 유사한 맥락 속에서 EITC라는 낯선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놓고 우리 사회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다. 처음 근로빈곤층의 문제에 초점을 둔 참여정부의 대책 안에서 한 축을 차지했던 EITC는 일하면서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대책’으로 제기된 것이다.
그 생활보장의 방법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보다 낮은 소득을 가지는 경우, 부(-)의 근로소득세와 같은 개념으로 환급해 주는 것이다. 즉, 과거 소득세제 상에서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가지는 근로자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이었다면 EITC는 보다 적극적으로 감면만이 아니라 일정한 비율로 ‘환급’을 통해 저소득 근로자에게 추가의 소득분을 조세로서 지급해 주는 제도이다. 이 경우 일정 소득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근로를 통한 소득이 늘어날수록 지원을 많이 받게 되어 근로유인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견 보다 적극적인 빈곤정책의 도입으로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빈곤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찬반논란과 입법예고안 : 근로빈곤층 대책과 근로유인
새로운 제도의 도입논의이므로 사회 각계에서 여러 각도의 찬반논란이 있었다. 어떤 사회제도이든, 특히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 타당성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제도도입 논의 초기부터 EITC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EITC에 반대하는 주장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주된 논지들은 첫째, EITC 도입이 우리사회 근로빈곤 문제의 본질을 ‘적정한 일자리가 부족한 구조’보다는 ‘근로동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 둘째, 조세환급형태가 비정규 근로가 많은 우리사회 저소득 근로가구에게 적절하게 작용되기 어렵다는 점, 셋째, EITC에 적극적인 부처가 과거 늘 강조해오던 소득파악의 난점, 넷째, 최저임금이나 아동수당 등 다른 관련 영역과의 연계 속에서 나타날 부작용 등 이었다.
그간 몇 번의 공청회가 있었다. 그리고 재경부, 국세청, 보건복지부, 관련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여러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얼마 전인 지난 9월 13일 입법예고가 완료되었다. 조세특례제한법의 근로장려세제라는 명칭으로 소위 EITC의 도입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명칭마저 근로소득보전세제, 근로소득지원세제 등 여러 번 바뀌어가며 추진되어 왔다. 이번에 입법예고되었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
입법예고된 EITC의 개요
취지 : 현행 사회안전망의 보호가 취약한 차상위계층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기 위하여 조세체계를 이용한 근로연계형 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를 도입
..........................( 중략 ) .............................
저소득자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는 환급가능한 공제제도인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함.
(1)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은 당해연도 총소득이 1,700만원 미만인 근로자 가구로서 18세 미만의 자녀를 2인 이상 부양하고 무주택이며 일반재산의 합계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로 함.
(2)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배우자가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 다른 거주자의 부양아동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함.
(3)부부의 과세대상 근로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간 근로소득이 800만원 미만은 근로소득의 10%, 800만원 이상 1,200만원 미만은 80만원, 1,200만원 이상 1,700만원 미만은 1,700만원에서 근로소득을 제한금액의 16%를 근로장려금으로 산정함.
(4)근로장려금은 종합소득세 신고시 신청자에 한하여 지급하며, 신청자는 근로장려금 신청시 근로소득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지급조서 등 증빙서류를첨부하여야 함.
(5)납세지 관할세무서장은 근로장려금의 신청을 받은 때에는 원칙적으로 소득세 과세표준확정신고기한 경과후 3월 이내에 결정하여야 하며,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 근로장려금은 이미 납부한 세액으로 보아 납부할 소득세액에서 차감하고, 이 경우 근로장려금이 납부할 소득세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초과금액을, 납부할 소득세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장려금 전부를 환급하며 조세지출로 처리함.
(6)고의·중과실 등으로 허위신청시 2년,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위신청시 5년간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지 아니하며, 신청자로 하여금 허위신청을하게 한 자도 같은 기간 동안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지 아니함.
(7)근로장려금 결정을 위하여 신청자의 금융거래 내용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 국세청장은금융기관의 장에게 금융거래의 내용에 관한자료를 요구할 수 있음.
------------------------------------------------------------------------------
입법예고되었던 사항에서는 자녀를 2인 이상 키우고 있는 빈곤가구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소득이 낮은 경우에, 그리고 자영자가 아닌 저임근로자인 경우에 최대금액 연 80만원 한도 내에서 근로소득세를 환급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 제도는 재정지출이 아니라 전적으로 조세지출을 통해 운영될 것이라 한다. 물론 환급과 감면은 통계적으로 구분되겠지만 재정지출을 통해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입법예고안에서는 제도도입 논의의 초기 반대의 이유로 제기되었던 여러 사항들이 특별히 감안된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제도 적용의 폭이나 지원금액의 제한이 엄격하여 ‘근로빈곤층에 대한 탈빈곤지원’이라는 초기 목적은 그나마 사라져버리고 ‘근로유인’의 상징성만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제도도입 초기부터 많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몇 가지 제약조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역시 관계부처들의 논의에서 제도 시행 초기에 너무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낫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1인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나 자영업자의 경우 제도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쉬운 일이지만 제도 운영 상 현실적 제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결국 왜 제도를 시행하는지 납득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EITC가 수급자를 제외해야 수급자 탈피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제도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수급자는 이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충분히’ 국가로부터 보장을 받고 있으니 이에 대해 무언가를 더 보태주어 이중수혜는 줄 수 없다는 인식일 것이다. 실제로 재경부 등 일부 관련부처에서 EITC를 수급자에게 적용하게 되면 근로유인이 없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공공부조가 최저생활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는 별도의 논의이다. 다만, 최근의 관련 연구들에서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은 드물지 않다.
2005년 기준의 국세청 파악자료로 EITC에 적용될 대상은 31만 가구 정도에 해당하는데 수급자 가구를 제도에 포함할 때, 약간 늘어날 것이라 한다. 그다지 많은 비중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제도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증가문제는 배제의 핵심요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제도운영의 기본성격에 입각한 ‘배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배제는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EITC 제도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의 경우에도 또 다른 생활보장제도인 TANF 적용자를 제외하는 제한은 없다. 오히려 TANF와 EITC 적용과 수급을 연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TANF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다른 제도 특히 공공부조제도 적용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EITC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외국의 경험과도 맞지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충급여 방식의 약점에 의해 근로유인이 미약하다는 것은 분명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의 취약점이다. 허나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적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이고 또한 여러 가지 방향에서 그러한 보완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개별(부분)급여 등을 포함한 일부 방안들은 이제 준비되어 시행을 앞둔 단계이다. 수급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여러 보장혜택이 사라지는 문제는 EITC 적용 배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입법예고된 EITC의 안에 내포되어 그토록 강조되는 근로유인의 문제... 수급자들에게 EITC의 급여를 주면 중복지원이 되어서 근로유인효과가 약하다는 것은, 마치 수급자들이 근로의욕만 가지고 일하려 든다면 수급자 수준을 탈피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애초에 EITC가 수급자 탈피를 추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ITC 제도의 완결성에 대해 허황된 과장인식을 가진 것이다.
오히려 EITC 적용 배제로 인해 이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근로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지는 것이 현실적 문제이다.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들도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양한 형태로 근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근로’에 대한 장려도 똑같이 중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근로유무에 관계없이 이미 공공부조를 주고 있으니 EITC 급여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근로하지 말라는 ‘현명한(?)’ 경제적 선택을 유인하는 것이다. 수급자의 근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장려할 것인가? EITC가 이에 대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미 우리사회에 필요한 ‘근로빈곤층 대책’이 아니다.
아마 입법예고안대로의 EITC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수급자는 근로의욕을 더욱 상실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EITC 적용은 저소득층의 소득파악을 제고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수급을 ‘현실상황에서 이전보다 제약’하게 될 것이다. 결국 EITC의 도입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들은 제도에 따른 환급은 받지 못하면서 (수급제약만 많아져서)생활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 된다.
근로빈곤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EITC에서 수급자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권리성 공공부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주장마저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얼마 전 중앙일간지에 보도되었던 주장에서처럼 EITC 도입을 통해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하게 되었으니 이를 계기로 근로유인이 약한 소모적 급여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폐지하자는 논리이다.
이는 그간 너무 턱 없이 뒤떨어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를 조금씩이나마 현대화시켜 왔던 흐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사실 논의의 소재로 삼을 필요도 없는 조악한 발상이다. 우파적인 관점에서 한 번 해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빈곤 현장에 대해, 우리 사회의 안정성에 대해 아무런 고려가 없는 주장이다. 공공부조 이전에 작동해야 할 보장체계의 취약성을 감안해본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그 파괴적인 결과는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빈곤문제, 그리고 근로빈곤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과연 근로능력과 기회가 있어도 ‘근로동기’가 없어 빈곤한가? 수급자는 누구이고 주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차상위 계층은, 그리고 근로빈곤층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지금 EITC 제도도입의 명칭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초기의 문제의식은 ‘근로장려’도 중요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리고 우리사회 근로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EITC가 적절한가에 대한 찬반논란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근로유인정책으로 제도의 성격이 전환되어 버렸다. 그나마 수급자에 대해서는 중복지원이 될까봐 ‘근로하지 말라’는 식의 설계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 빈곤층을 배제하는 근로유인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근로빈곤층의 빈곤문제에 대처하는 소득보장과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핵심적인 빈곤층인 수급자의 근로빈곤마저도 ‘적용배제라는 근로유인책’으로 해결하겠다는 현 EITC 입법예고안의 발상이 우려스럽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