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의 배경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법안 제정과 관련한 입법 공청회가 개최되었고 그 결과를 반영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민영의료보험법은 갑작스러운 것이라기 보다는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관계 설정’에 대한 연구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논의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민영의료보험을 제정해야 하는 필요성과 배경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민영의료보험의 규모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다. 현재 민영의료보험의 규모는 보험료 수입기준으로 8~10조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의 개선을 위해 사회적으로 부담가능한 재정적 능력의 규모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재정규모를 어떻게 하면 국민건강보험으로 연결지을 수 있는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관계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민영의료보험으로 인한 민원과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실 민영의료보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가입자에게 ‘약관을 잘 읽어보라’는 말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은 많을 수 없다. 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여러 논리와 방법을 두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발표한 ‘민영의료보험 유형별 피해사례 규모’를 보더라도 ‘진단 질병’, ‘수술’, ‘치료목적 여부’ 등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어벽을 3, 4중으로 쳐놓고 있다. 그러나 보험가입자는 이에 대한 대응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그림> 민영의료보험의 유형별 피해사례 규모 - 생략

셋째는 『보험업법』의 한계가 지적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두가지 내용은 보험업법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을 담기에도 적당한 법률이 아니다. 즉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관계를 설명하거나 민영의료보험으로 인한 가입자 피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 내용을 담보하는 법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의료보험법은 독자적인 법률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에도 대체로 민영의료보험을 규정하는 법률 체계를 갖고 있다. 전국민의료보장체계가 없이 민영의료보험 중심인 미국은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1996)』 등의 법률이 민영의료보험 전반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Omnibus Budget Reconsiliation Act(1990)』는 보충형 민간의료보험 관련한 규정을 갖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체계인 국가인데, 전반적인 의료보장체계를 다루는 법령인 『National Health Act』 내부에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규정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의료보장체계 안에서 민영의료보험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아일랜드는 『Health Insurance Act(1994)』의 별도의 법령으로 민영의료보험과 관련된 규정을 담고 있다.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에서 시민사회운동의 목적

시민사회운동에서는 국민건강보장체계의 개선을 위한 운동의 과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국민들에게 사회보험으로서 국민건강보험의 의미와 원리를 홍보하고 둘째,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상호 발전적 관계를 정립하며 셋째, 건강보험 보장률 80% 달성 로드맵을 개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이중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상호 발전적 관계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민영의료보험법』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야 할 것으로 정리하였다.

○ 민영의료보험 상품 및 약관에 대한 유형화ㆍ표준화

보험상품이 유형화되고 이에 맞추어 약관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보험가입자에게는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 민영의료보험 가입 및 재계약에서 가입자 보호

민영의료보험 가입에 있어서 성, 연령, 질병, 장애 등의 이유로 가입자격이 제한되는 것을 금지하여 보험회사에 의한 ‘가입자 고르기’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질병정보 및 의료이용정보에 대하여 보험회사의 의무규정을 두고, 상품의 허위 및 과장광고, 특정 보험상품에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한다. 아울러 보험회사가 특정 의료기관과 계약하여 환자를 차별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한다.

○ 보험료는 집단위험률 이용을 의무화

보험료는 성과 연령에 의한 집단보험료율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며, 보험료 결정에 있어서 개인 질병정보 및 의료이용정보를 이용할 수 없도록 금지해야 한다. 한편, 과거 질병을 앓은 경험이 있거나 장애가 있어 의료서비스 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와 같은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집단위험률을 이용하여 다소 높은 보험료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민영의료보험 보험금 지급률 하한선

민영의료보험과 관련하여 보험가입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비율을 정해야 한다. 보험료 수입 대비 일정 비율을 반드시 가입자의 보험금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영의료보험의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며 과도한 이윤을 목적으로 민원이 발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을 민영보험 급여대상에서 금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민영의료보험은 자칫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작용을 금지하기 위하여 건강보험 법정본인부담금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 민영의료보험은 건강보험 비급여서비스 중에서도 비필수ㆍ부가서비스만 담당

민영의료보험은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관한규칙」 ‘별표2 비급여대상’의 내용을 서비스 대상으로 하되, 한시적 비급여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계획에 포함된 항목은 민영의료보험에서 담당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민영의료보험의 보충적 보험성격을 분명히해야 한다.

○ 민영의료보험 관리 및 감독권을 보건복지부로 이관

민영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보장체계의 한 구성으로 인정됨에 따라 관리감독권이 보건복지부로 이관되어야 한다.

『민영의료보험법』의 법률적 위상

보험업계는 『민영의료보험법』의 제정을 반대하면서 『보험업법』으로 보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보험업법』은 보험상품 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특성을 규정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질병과 보건의료의 특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안에 보건의료의 특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험업법』은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관계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는 법령으로 적합하지 않은데 이는 『보험업법』의 구체수준과 체계를 기형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보장체계를 거론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보험업법』은 민영의료보험에서 반드시 규정되어야 할 보험금 지급 대상 질병, 수술, 치료목적의 판단 여부, 진단 등 의료의 전문적 특성을 반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민영의료보험이 『보험업법』에 의거하여 보험의 일반적 구성 및 운영이 이루어질 필요는 있다. 전반적인 민영보험의 관리 차원에서 『보험업법』의 관리와 규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민영의료보험법』은 민영이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을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유사한 법률적 위상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건설교통부가 주무부처로 관할하면서 보험상품 개발은 보험업법에 의거하고, 보험료와 약관은 금융감독위원회가 건설교통부장관과 협의해 결정하고 있으며, 그 외 보험계약의 체결, 보험금 청구, 진료수가의 청구 및 지급, 진료수가의 결정 등 자동차보험 관련 제반 사항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민영의료보험법』은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본적인 민영보험의 원리와 관리를 위해서는 『보험업법』의 규정을 받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유사한 위상을 갖지만, 우리나라 의료보장을 규정하는 법률체계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과 연관 속에서 이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보험업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영의료보험법』이 별도의 법안으로 입법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림 2> 민영의료보험법의 법률적 위상 - 생략

보험은 ‘상부상조의 원리’에 기초해 있지만, ‘보험상품’으로 이윤을 위한 상품에 불과한 수준으로 전락하면 오히려 가입자의 피해를 밟고 서게 된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관계 설정은 당연하며, 큰 틀에서 의료보장체계의 일환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보험업법』이 한계가 있는 만큼 독립법안으로 만들면서 관리감독을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운동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일 것이며,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법률 제정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창보 /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2006/10/11 00:00 2006/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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