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한국에서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5년 7월이다. 고용보험제도는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성장해왔고, 그 결과 3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실업급여는 1998년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이런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제도의 목적은 달성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시장은 유연화 되고 청년실업자가 증대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보험 제도를 통해 이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아래에서는 고용보험제도의 내용과 현황을 개괄한 이후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 대안을 살펴보도록 한다.

2. 고용보험제도의 목적과 내용

(1) 고용보험제도의 목적

고용보험제도의 중요한 목적은 실업자의 생활보장과 재취업 지원이다. 저축한 돈이 많지 않은 한 실업자는 생계위협을 받게 된다. 실업자의 생계위협은 가족의 생계위협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전 사회의 위협요소가 된다. 이런 점에서 고용보험제도는 실업자의 생계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실업자는 노동능력도 있고, 노동할 의지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실업자가 되는 이유는 기술이 없거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보험제도는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실업자에게 구직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실업자가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용보험제도는 이미 발생한 실업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 내 노동자의 기술훈련을 강화하고, 기업의 고용관리를 지원함으로서 실업을 예방하기도 한다.

(2) 고용보험제도의 내용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고용보험제도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실업예방을 위한 ‘고용안정사업’이다. 고용안정사업 중에서 대표적인 ‘고용조정 지원프로그램’은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기업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면, 해당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둘째, ‘직업능력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노동자의 직업능력개발ㆍ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기업주를 지원하기도 하고, 직업훈련을 받는 노동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셋째, 실업급여이다.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생계 보장을 목적으로 하며, 대표적으로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이 있다.

고용보험의 재원은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기업주만 보험료를 내고, 실업급여는 노동자와 기업주가 반반씩 낸다.

또한 한국은 고용보험 내 육아휴직급여와 산전후휴가급여가 포함되어 있어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을 할 경우 이를 받을 수 있다.

3. 고용보험의 현황과 문제점

(1) 낮은 실업급여 수급률

고용보험의 핵심축인 실업급여 수급비율부터 살펴보자. 아래 <표 1>은 실업급여의 하나인 구직급여 수급비율이다. 아래 표에 따르면, 실업자 중에서 대략 20%만이 구직급여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작 실업자가 된다 해도 고용보험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계위협을 받는 실업자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표 1> 구직급여 수급률 추이 (단위: 천 명, %) - 생략

이렇게 실업급여 수급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고용보험 가입비율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아래 <표 2>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에서 고용보험가입자는 2004년 67%에 불과하다. 특히, 정규직노동자의 가입비율은 높지만, 정작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노동자의 30%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고용보험 가입비율이 낮은 이유는 첫째, 고용보험은 직장을 가지고 일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는 청년실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둘째, 고용보험법 상 일부 노동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동자,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또한 월 60시간미만의 단시간 노동자, 1개월 이하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도 고용보험에서 제외된다.

셋째, 예를 들어 보험아줌마나 골프장에서 일하는 특수직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여성들 중에서는 ‘무급가사노동자’라고 해서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역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따라서 애초부터 실업급여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임금노동자의 35%, 비정규노동자의 70%정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 문제가 심각한데,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70%는 비정규노동자이다. 따라서 이들의 상당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전후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표 2> 임금노동자 대비 고용보험가입비율, 비정규노동자의 고용보험가입비율(단위 : 명, %) - 생략

또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비자발적 실업자여야 한다. 자발적 실업자 즉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 <표 3>은 이직사유별로 실업자를 구분해놓은 것이다. 아래 표에 따르면, 실업자 중 70%정도가 자발적 이직자이다. 때문에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해 착실히 보험료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자발적 실업자 중에는 직장내부 사정으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사회보험은 자신이 낸 돈을 어떤 위험이 닥쳤을 때 즉 실업·고령·질병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보험의 경우 자발적 실업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도 되돌려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 많은 국가들은 노동자가 고용보험의 보험료를 낼 경우 자발적 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표 3> 이직사유별 상실자 분포(2000~2003년) (단위: 명, %) - 생략

(2) 직업능력개발사업의 문제점

직업능력개발사업이 적극적인 실업예방과 노동자 재취업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직업훈련의 사용비율을 살펴보면, 주로 대기업에 밀집되어 있다. <표 4>에 제시되어 있는 사업장 활용률을 살펴보면, 기업규모가 클수록 직업능력개발사업 사용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막상 직업훈련이 필요한 영세사업장에서는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노동자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활용하지 못한다.

<표 4> 규모별 직업능력개발훈련 현황 (단위: 개 소, %) - 생략

둘째, 실업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직업능력개발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자만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동반되어야 제대로 된 실업문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고용보험에서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대책이 없다. 정부는 일부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서비스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하곤 있지만, 대부분 저임금·고용불안의 일자리라는 문제점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다.

이런 고용보험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 때문에 비록,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업은 개인에게 큰 공포로, 사회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4. 고용보험의 개혁의 과제

고용보험이 도입되지 10여년이 흘렀다. 그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곤 해도 아직 그 역사가 길진 않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아본 사람도 늘어나고, 직업훈련제도의 효과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그 가입대상자를 확대하기 위해 일용노동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있고, 직업훈련제도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보험제도의 부분적인 개선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반면, 원천적으로 현행 고용보험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들도 있다. 때문에 고용보험제도 내 개선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제도 자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동시에 고민되어야 한다.

우선, 앞서 제시했듯이 고용보험 내 자발적 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당사자가 낸 보험료이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다고 해도 실업상태여서 생활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적극적인 일자리창출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일자리를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을 가진 영역은 사회서비스부분이다. 이미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 공공부문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계획이 제출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중요한 쟁점은 적절한 임금과 고용이 보장된 일자리 창출이다. 만약,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가 저임금에 고용불안의 일자리라면, 실업자들은 재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면서 결국은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만으로는 고용보험에 원천적으로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할 순 없다. 또한 고용보험이 실업자의 생계보장을 목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반실업상태인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실업부조제도 도입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업부조는 실업자에게 일정부분 정부가 돈을 지급해 실업자의 생활을 보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또한 실업부조 받는 사람들에게 재취업훈련을 제공함으로서 이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일부 유럽에서 실업부조제도가 개악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실업부조를 도입하는 것은 시대에 뒤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실업부조를 개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업부조가 충분히 성장해서 일부 급여를 삭감하더라도 실업자들의 기본생활유지에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고 청년실업자는 늘어나지만, 이들에 대한 아무런 사회적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일단 한번 실업자가 되면 비정규노동자로 다시 취업하게 되는데, 저임금의 비정규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소득보장이 없다. 이런 상황은 사회양극화 구조로 고착화될 수 없다. 따라서 고용보험에 원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일부 저임금의 비정규노동자의 생활을 지원하고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실업부조를 도입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성은미/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2007/01/11 00:00 200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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