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재보험제도의 성격 및 가치체계를 둘러싼 쟁점

가. 사업자배상보험적 성격과 사회보장적 성격

산재보험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가 실시한 최초의 사회보장제도로서 여타 사회보장제도의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산재보험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는 과실 책임의 원칙 아래 노동자가 재판을 청구하여 사용자의 과실이 재판에서 인정되어야만 사용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산재보험은 이러한 법적 절차를 우회하여 노동자에게 빠르고 확실하게 산재에 따른 보상을 받게 해주고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한정시켜 주려는 목적에서 실시되었다. 이에 따라 초기 산재보험을 실시한 대부분의 국가는 산재의 책임이 ‘사용자 측에 있는가!’ 혹은 ‘노동자 측에 있는가!’를 따지지 않고 일정한 법적 요건만 만족시킨다면 무과실책임의 원칙 아래 노동자에게 산재보상을 제공하였다.

산재보상의 경로가 과실책임주의에서 무과실책임주의로 이행하면서 산재보험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한다면, 현재 유럽의 일부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인주의에서 결과주의로의 이행은 산재보험제도의 새로운 질적 변화라고 할 만하다. 즉 지금까지의 산재보험제도는 재해 발생에 있어 업무수행성 또는 업무기인성이라는 원인이 있어야만 이를 산재로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원인주의에 입각하고 있었지만,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이러한 조건에 관계없이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보상의 조건이 충족되는 이른바 결과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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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산재보험의 최초 도입 과정에서 나타난 사용자배상책임보험의 성격은 점차 산재보험제도의 발전과 산재보험을 둘러싼 외부환경의 변화, 즉 산업의 고도화로 인한 산재율의 저하와 복지국가의 발전 등으로 인하여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선진 유럽 국가의 산재보험제도를 보면, 적용대상도 노동자에서 전체 국민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보상재해 인정범위도 업무상재해에 국한하지 않는 등 포괄적인 재해보험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보호수준도 재해에 대한 단순한 보상적 성격에서 벗어나 생활보장적 성격의 급여수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산재보험이 사용자배상책임보험의 성격에 충실할 경우,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은 임금노동자에 한정되고, 급여보상 범위는 업무상재해에 한정되며, 보험료율은 위험발생률에 따른 차등보험료율 산정체계를 강화하여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산재보험이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적 성격에 충실할 경우, 적용대상이 노동자뿐만 아니라 비노동자도 포함하는 전체 국민으로 확대되고, 급여보상범위도 업무상재해 여부에 관계없이 일반재해를 포괄하며, 급여형태는 일시금에서 연금형태로 발전하는 경향이 크며, 보험료율은 균등보험료율 산정체계를 채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 최근 논쟁의 경향

최근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다양한 안이 제출되고 있는데, 다양성의 이면에 산재보험을 바라보는 인식 기반, 또는 가치체계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재보험을 사용자배상보험으로 이해하고 그에 충실하게 될 경우 사회보장의 기능보다 산재보험 가입자의 사용자 배상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재정의 안정화와 효율화를 달성하여 그 부담을 경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노사정위원회의 산재보험발전위원회에서 합의된 안이 이러한 시각에서 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재보험의 수급권자인 노동자의 권한과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보다 지출구조의 합리성을 핵심적 과제로 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급여 측면에서 낮은 보장성 문제, 재활체계의 부재, 비정규직 영세소규모 이주노동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산재노동자의 빈곤화 문제 등 훨씬 중요한 의제들이 많은데도 이를 다루지 않은 채, 요양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휴업급여 지급의 부당성을 주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재활급여의 도입 등 긍정적 요소도 존재하지만,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에서 오랫동안 제기해온 과제들은 통째로 빠져 있거나 장기 과제로 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에 기초해 볼 때 산재보험발전위원회의 정책 대안은 산재보험의 사회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과 거리가 먼 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결과주의적 접근방식 및 사회보장적 성격의 강화

사회보장의 성격이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제도가 바뀌려면 무엇보다 산재 인정방식이 원인주의적 접근에서 결과주의적 접근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제 업무상재해 여부와 관계없이 재해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여 사회적 효율성 및 재해노동자에 대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보호를 가능하게 해야 할 시점에 도달하였다.

본래 원인주의 접근방식이 노동자에게 갖는 장점은 산재노동자를 특별하게 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재의 원인을 추적하여 산재라는 것이 인정되면, 산재노동자는 특별한 보상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기술이 자동화되고 발전하면서 산재의 구성도 그 원인이 명확한 단순 사고성재해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그 원인이 복합적인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질환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소위 선진국형 산재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와 같은 선진국형 산재에서 점차 비중이 증가하는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질환의 원인을 추적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 절대적 비중은 매우 높지만 점차 단순 사고성재해의 비중이 줄어들고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질환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서 선진국형의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결과주의적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산재보험에 남아 있는 사용자배상보험적 성격을 탈각하고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

1. 산재보험제도의 개혁 과제

가. 적용 대상

산재보험이 노동자건강을 위한 안전판 기능을 담당하려면 적용 대상의 협소함과 비어 있는 부분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실제 산재보험에 배제될 위험성이 크다. 사업체 등록이 되어 있는 모든 사업장에 대하여 세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강제 징수하는 방안과 실제 보험료 부담이 어려운 사업주에 대하여 세금 등 공공 재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수고용직노동자는 실제로 사업주의 실효적 지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업 사업자로 분류되어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근로기준법의 개정 등 특수고용직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산재보험의 경우 사회보장법의 규정을 받는 하위 법령으로서 사회보험의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특수고용직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보험료 부담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업주 부담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현재 영세한 자영업의 경우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고, 농작업 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농민 등이 제외되어 있다. 이에 대한 적용 대상 확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점차적으로 전체 국민으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이 요구된다.

나. 인정절차 및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승인절차 자체를 폐지하고 새로운 ‘선보장 후평가’체계를 도입하는 내용의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로 전환이 이루어지면, 작업관련성에 대한 평가가 요구되는 모든 질환에 대하여 건강보험으로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 산재보험으로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를 산업재해분류기준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는 체계로 전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일단 산재보험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분류되면 선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만약 담당 의사에 의한 분류가 어려운 경우 산업의학전문의에 평가를 의뢰하여 그 결과에 따라 급여가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모든 의료기관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해온 자문의 제도와 직업병 인정기준은 자동 폐지되어야 한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가 마련되면, 청구 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형성되고 실질적인 ‘선보장 후평가’ 체계를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재노동자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서울대병원 등 대형 3차병원 중 일부가 산재요양기관 지정에서 제외되어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 변화가 이루어지면 별도의 입증과정과 승인과정 없이 신속하게 급여가 제공될 수 있게 됨으로서 산재보험에 대한 산재노동자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산재보험의 보장성이 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각종 행정비용 및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 급여 범위, 수준, 제공방법

사회보험의 기본 원리인 사회연대성을 실현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보장, 사회보장형 산재보험을 달성하려면 급여의 보장성이 선결 조건이다. 소규모사업장 및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불리한 휴업급여 및 장해급여 산정방식과 경제적 빈곤을 가속화시키는 취약한 요양급여 수준을 높였을 때만이 불형평성을 줄일 수 있고 위험분산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실질적인 의미에서 재활급여를 신설하여 포괄적인 재활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급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보장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차적으로 요양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산재로 인정되면 산재보험에서 진료비를 부담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진료비 중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경제적 부담이 큰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요양급여범위와 수준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소득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휴업급여의 경우 현행 평균임금의 70% 원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저소득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대적인 생계 위협에 처해지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휴업급여의 하한선을 대폭 인상하고 일정 급여 이하의 경우는 평균임금을 모두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휴업급여를 탄력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중증장애, 저소득 산재노동자의 소득보장이 현실화되도록 보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산재노동자의 기능 손실 정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현행 장해등급판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장해급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 직장복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장애인의 복지혜택이 매우 미약한 상황에서 산재노동자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장해급여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산재이전 직장의 보수가 낮은 산재노동자의 경우는 산재 후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장해급여의 보장성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라. 재활 및 사후관리체계

현재 산재보험의 핵심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요양의 장기화 문제는 재활 및 사후관리체계의 부재에 기인한다. 근본적으로 직장복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업재활 및 고용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먼저, 산재노동자의 특성에 맞는 직업재활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경증장애, 중증장애, 재가장애 등 중증도의 차이에 따라 직업재활프로그램을 다르게 제공하고, 산재노동자 당사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업무적합성 평가를 신설해야 한다. 만약 업무적합성평가를 통해 원직장 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원직복귀를 목표로 한 재활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원직장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직업훈련원을 통하여 재취업을 보장하고 보호사업장을 육성하여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재가 장애인과 같이 취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는 의료보호 지정과 같은 사회보장 체계 내에서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를 위한 시설, 인력 및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산재의료관리원을 재활센터 또는 재활병원으로 기능전환을 해야 한다. 재활센터는 의료재활서비스, 조기 직업재활서비스, 사회심리재활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급성기병원에서 내, 외과적 치료를 거친 후 신속한 기능 회복과 직업복귀를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재활센터를 통한 집중적인 재활서비스 후에도 직업복귀가 불가능한 경우는 별도의 직업훈련기능을 위한 직업훈련원 또는 중증케어시설을 통한 사회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달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원직장 복귀가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원직장 복귀를 의무화하고 산재노동자의 의사에 기초한 업무적합성평가를 수행하여 최종적인 복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원직장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직업복귀 과정을 관리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사업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업무적합성평가 및 사업주의 이의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 근로복지공단 내에 업무적합성평가위원회 또는 원직장복귀위원회를 설립하고 원직장 복귀 여부의 판단이 자의적이지 않도록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산재노동자에 대해 산재발생 시점부터 직업복귀에 이르는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모든 산재노동자가 원직장 복귀, 재취업, 전직, 자영업 등으로 직업복귀가 이루어질 때까지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취업후의 사후관리까지 1:1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마. 관리운영체계

‘선보장 후평가’ 체계로 전환하려면, 근로복지공단의 조직체계에 대한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은 보험자로서의 기본 기능인 징수업무와 자격관리업무, 그리고 재활을 포함한 사후관리 및 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특히 산재인가업무를 폐지하고 별도의 입증절차나 승인과정 없이 사업주 및 의료기관의 신고에 따라 자동적으로 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체계 개편과 함께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서비스의 강화다. 지금까지의 서비스 업무가 산재의료관리원의 관리 및 기타 실효성 없는 일부 급여의 제공이 전부였다고 한다면 새로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가 발생하기 이전인 산재예방서비스에서부터 궁극적으로 직업복귀 및 사회복귀로 나타나는 재활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새롭게 재편되는 근로복지공단의 운영에 노동자 및 공익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중요 의사 결정에 노동자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보험급여서비스와 사후관리 서비스의 연속성보다 예방과 보상의 통합이 더 중요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역량과 조건상 분리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조직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보장 후평가’ 체계 하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심사기능이 폐지되기 때문에 독립적 심사기구인 ‘산재보험심사평가원’을 구성하여 그 기능을 이전해야 한다. ‘산재보험심사평가원’은 청구된 진료비의 심사 기능과 함께 급여 제공의 타당성 평가를 수행하고, 진료 적정성의 평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바. 재원조달 및 재정운영체계

산재보험의 재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보험요율의 경우 아직 상당수의 국가가 차등보험요율을 채택하고 있지만 점차 그 격차가 약화되고 있고, 산재예방의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전향적으로 평균보험요율을 도입하기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김교숙. 산재보험법의 개정 방향. 한국노총 정책토론회. 2005.

. 우선적으로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 산재보험요율이 더 높아서 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개별실적요율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재정에서 정부의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의 경우 정부가 50%를 부담한다는 문제의식,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정책에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부담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여 가입자 부담을 줄이자는 문제의식에 착목하여 사업주 부담능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영세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2. 결론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재보험제도 개혁은 산재보험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미시적인 접근에 머물러 있다. 더 나아가 재정 악화라는 현상에 매몰되어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급여 축소가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고, 재정 문제에 모든 관심이 모아져 있다.

산재보험의 존재 이유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 한다면 당연하게 노동자의 관점과 시각에서 산재보험정책이 다루어져야 한다. 노동자의 관점에서 산재보험정책을 다루고 해결한다면 문제의 진단은 재정 문제가 아니라 현재 산재보험이 갖고 있는 차별과 배제, 그리고 재활의 부재에서 찾아야 하고, 해결책을 급여의 축소가 아니라 보장성의 강화로 대체되어야 하며, 병의원 등 의료제공자에 대한 미시적인 요양관리의 혁신을 넘어서서 포괄적인 재활프로그램과 재활체계의 구축을 통한 산재노동자의 원직장 및 사회 복귀의 달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이 산재보험 재정이 안고 있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당장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가 아닌 이상 산재보험제도의 개혁이 대중적 동력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개별 노사관계에서 사업주의 폭력성이 생존권적 투쟁의 몰입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역량과 조건의 비대칭성이 노동자의 연대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에서 노동 일반의 권리, 더 나아가 시민권에 해당하는 사회권 투쟁을 노동운동이 지배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처해 있고 점차 심화되어 가고 있는 노동운동의 비대칭성 문제 때문에 개별 노사관계를 뛰어넘는 집합적이고 정치적인 연대가 오히려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한, 제도적인 틀의 변화를 통하여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연대의 사회경제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 이것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비대칭적 모순 구조를 깨뜨리고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첫 출발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임 준 /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
2007/01/11 00:00 2007/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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