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외환위기 이후 10년차가 되는 2007년,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 노동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내 양적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안정화된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비정규 노동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내 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임노동자의 1/2을 넘어서고 있는 그 규모도 문제이지만, 특히 비정규 노동자가 체험하고 있는 임금 및 노동조건, 나아가 노동 복지에서의 차별과 배제 문제는 더욱 핵심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이는 비정규 노동으로 하여금 작업장에서의 임금, 노동조건의 차별과 배제로 인한 ’비정규의 덫(trap)‘에 ’빈곤의 덫(trap)‘을 씌우는 이중의 덫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정규 노동은 노동시장 내 종사상 지위의 ’열위‘를 일컫는 명칭에서 사회적 지위의 ’열위‘를 일컫는 명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비정규 노동의 문제가 단지 노동시장, 노사관계의 문제로만 그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복지 실태와 새로운 원칙과 전략

1)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복지 실태

2006년 8월에 실시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841만명, 전체 임노동자의 54.8%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 노동의 규모가 50%대 후반에서 고착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용ㆍ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직장)사회보험 적용율은 3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이며, 사회보험을 넘어서 퇴직금, 시간외 수당, 유급휴가 등 준사회복지 성격을 지니는 법정기업복지에서는 적용율이 더욱 낮아서, 10%대 수준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표 1] 참조). 특히 법정외 기업복지에서는 이러한 차별과 배제가 더욱 더 커져, 비정규직에게 적용되는 기업복지는 식대와 교통비 보조, 명절ㆍ성과 상여금 지급 정도가 고작이며, 그마저도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으로 지급받는 것이 보통이다.

[표 ] 임금노동자의 고용형태별 사회보험 적용 비율(‘06년 8월) (단위: %) - 생략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임금ㆍ소득 양극화의 유력한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최저임금제의 경우, ‘05. 8월 최저임금액(시급 2,840원)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12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시급기준 최저임금에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김유선, 2006), 이들중 95%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비정규직 800만명중 (직장)사회보험은 30% 정도만 적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중 120여만명은 최저임금에서도 배제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노동복지에서의 배제는 곧 비정규직의 실업과 근로빈곤(working poor)화로 연결되고 있다. 2002년 실시된 자활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중위소득 60% 미만을 기준으로 한 상대빈곤 가구의 41.1%가 근로빈곤 가구로 나타나고 있으며, 다시 이중 46.5%는 비정규직 가구(주 가구주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중 대다수는 실업과 비정규직으로의 취업을 반복하면서 근로빈곤의 덫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복지에서의 배제가 곧 근로빈곤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인 것이다(정원오 외 2006).

2) 대안적 원칙과 전략

기본적으로 ‘통합’을 원리로 하는 노동복지에서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가 체계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에는 노동복지와 연관된 법ㆍ제도상의 문제와 더불어 노동시장 구조, 그리고 사회복지 관련 행위자(노-사)의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윤정향 2005). 건설 일용직의 경우처럼 법ㆍ제도의 운용상의 실효성 부재로 인해 여전히 노동복지의 공백과 배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기업-중소기업으로 분절된 산업ㆍ업종 구조와 이에 상응하는 노동시장 구조의 압력은 중소영세기업 노-사의 단기적 시계와 맞물려 노동복지에서 이탈하려는 체계적인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처방 또한 논의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결정으로 사회보험 징수 통합 방안에서부터 시작하여,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의 도입, 그리고 근로빈곤에 대한 복지정책으로서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확충, 기초연금의 도입 논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적 처방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로 노동복지의 외연을 확대함과 아울러, 기존 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들이 논의되고 있거나 도입 예정인 것이다.

이 글에서 기존, 또는 새로이 추진되는 모든 노동복지 정책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논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일련의 노동복지 정책들이 대증적ㆍ개별적ㆍ단발적ㆍ사후적 처방으로만 논의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무엇보다도 기존 노동복지 제도와 새로운 제도간의 관계와 복지 수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적 방향이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상황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비정규 노동의 문제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 구조적 현상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기존 노동복지 체제에 대한 재검토 과정과 더불어 새로이 도입되는 제도를 포괄, 변화된 사회ㆍ경제적 구조에 부응하는 노동복지 원칙과 그 대안 속에서 노동복지가 제시, 배치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포괄적인 노동복지 구현의 필수적 원칙으로는 이 부분은 정원오 외(2006)의 4장을 참조하였음.

첫째, 노동복지의 일반적 원칙 중의 하나인 포괄성의 원칙과 적절성의 원칙이다. 확대된 노동복지 체제는 저임금 비정규 노동계층의 적절한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하며, 동시에 다양한 비정규 노동계층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사회보험 중심의 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노동복지 방식이 중층적으로 작동하는 노동복지 체제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보험 확대 전략도 충분히 강구되어야 하지만, 구조적으로 포괄되기 어려운 신빈곤 문제와 같은 경우, 이들을 위한 기존 기초생활보장법의 확충,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셋째, 비정규 노동을 위해 도입되는 새로운 노동복지 시스템이 노동시장을 과도하게 왜곡시키거나,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수준을 악화시키는 기제로 작동되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실시된 EITC 제도의 효과에 대한 일련의 연구 결과는 EITC가 최저임금제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빈곤층을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97년, 최저임금 인상이후 현재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켜 왔던 가장 강력한 현실적 근거는 바로 EITC였다.

. 넷째, 노동복지는 다양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 노동계층의 다양한 존재형태와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원칙은 다양한 사회보장 시스템의 중첩적 배치 원칙과 상응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회보장 방식으로 모든 집단을 포괄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특정 집단을 둘러싼 노동시장구조와 고용체계 등을 고려한 다양한 제도 배치와 이들 제도들 간의 중첩적 작동방식을 통해 배제되는 집단을 줄이고 제도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여 비정규 노동의 빈곤화를 예방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하기 위한 노동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구체적인 핵심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시장에서 저임금을 해소하기 위한 기초적 제도인 최저임금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사회보험에서 비정규ㆍ불안정 노동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배제의 영역을 최소화한다. 셋째,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고용보험으로부터 배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한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불안정 비정규 노동계층이 일자리로부터 이탈되어 소득이 중단되는 경우 실업부조를 통해 생계비를 지원한다. 물론 실업부조제도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연결되어 취업의 출구로 연결되야 할 것이다.

나가며a

외환위기 10년이 된 2007년,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미명하에 본격화된 지난 10년의 노동유연화는 곧 비정규직의 급증과 고착화로 귀결하였고, 이들 비정규 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적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시장 열패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바로 이를 위해 노동복지가 존재하는 것이지만, 현재 한국의 노동복지는 가장 큰 존재 의의라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사회통합의 원리 속에서 이들 시장 열패자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제공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시장지향적인 노동복지 방안이 무원칙하게 나열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진행된 노동유연화의 폐해를 제어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복지 연대의 원칙과 그 방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동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반이자 주체는 바로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복지는 곧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과 그에 기반한 요구와 쟁취의 역사이기도 하며, 또한 이러한 요구는 바로 노동복지의 제도적 공백과 사각지대를 없애고, 나아가 새로운 노동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2007년 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 법안은 노동복지에도 중,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고착화된 비정규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안도,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
2007/01/11 00:00 2007/01/1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1873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