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문제와 참여연대의 대응 방향

빈곤문제는 사회복지위원회가 창립 당시부터 사회적으로 제기한 대표적 사안이다. 위원회는 ‘국민생활최저선’ (National Minimum) 확보를 위해 구 생활보호법의 전면 개정을 주요한 정책 의제 중의 하나로 설정하였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제도의 전면적 개편은 참여연대의 꾸준한 노력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으로 이어져 한국 사회보장사에 한 획을 긋게 되었다. 기초법은 노동능력이 있어도 빈곤한 사람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한다는 현대적 생활보호의 개념을 적응하여 헌법에 보장된 생존권의 개념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위원회의 빈곤문제에 대한 대책은 2003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점이 추가된다. 2003년 7월 한 어머니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식들과 아파트에서 투신한 ‘인천 자녀동반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전통적인 빈곤층이 아닌 일을 하지만 빈곤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 (working poor)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었고,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 자리매김되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이 결정적으로 드러냈다. 사회복지위원회는 인천동반자살사건을 계기로 2003년 7월 “벼랑 끝 사회, 사회안전망을 점검하자‘라는 제목으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외환위기 이후 새롭게 증가되는 근로빈곤층의 문제를 신빈곤으로 규정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여론화하기 시작하였다. 빈곤으로 인한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한 이 공청회를 기점으로 각종 언론에서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기 시작하였다.



사회복지위원회는 그 이후 빈곤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여러 가지 제도 개선활동을 시작하였다. 사회단체들과 더불어 신빈곤 해결을 위한 10대 과제를 2003년 7월에 발표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분급여제’를 도입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과 최저생계비의 현실화가 필요하며, 빈곤아동에 대한 소득보장을 강화할 것을 정부에 주문하였다. 빈곤문제에 대한 참여연대의 관심은 2004년 7월에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정부에서 주는 최저생계비로 실제 한달을 지낼 수 있는지를 체험하여 빈곤문제를 여론화시키기 위한 이 사업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전통적으로 초점을 맞춰 온 빈곤대책은 이미 빈곤이 발생한 이후의 최저생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였다. 즉 전통적인 복지정책의 방빈 기능을 강조하는 맥락이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회보장제도를 사회안전망의 차원에서 보강하는 방식을 강조하였다. 사회복지위원회는 이 점에서 그 동안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견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사회적 구조는 기존의 전통적인 소득보장적 빈곤대책 외에 두 가지 점에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로 노동능력이 없는 계층은 당연히 사회보장제도에서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현대 국가의 필수적 요소이다. 하지만 노동능력이 있는 빈곤 계층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최근 선진국의 사회정책의 동향은 가능하면 노동능력이 있는 사람을 직업훈련이나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여 노동시장 안으로 참여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흔히 활성화 전략 (activation policy) 이라고 불리는 이 전략은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자활사업’에서 이런 취지의 정책을 펴고 있으나 실효성에서 많은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빈곤대책의 초점을 전통적인 소득보장 뿐만 아니라 ‘고용가능성’이나 ‘창업가능성’을 높여주는 전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는 빈곤문제의 다차원성이다. 한국의 빈곤문제는 소득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주거문제, 교육문제, 의료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즉 빈곤 문제가 다차원적으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응 방향 역시 전통적인 소득보장 측면에서 다른 사회정책과의 연관성을 통합적으로 보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개혁과 참여연대의 활동

국민연금 문제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노력해 온 대표적인 사안이다. 국민연금 문제는 국민연금기금운용 방식의 개선과 연금제도 개혁 두 가지 차원에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국민연금기금운용 개선 문제는 정부가 연금기금을 무제한적으로 차용해가는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의 철폐와 기금운용의 민주성과 투명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1990년대 후반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이 폐지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 구성의 민주화와 투명성을 보장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2003년에는 국민연금이 또 다시 이슈화되던 시기이었다. 소위 ‘안티 국민연금’이라 불리는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문건이 연금 문제를 이슈화시켰고, 정부가 내놓은 연금제도 개선안이 사회적 쟁점을 형성한 시기이다. 기금운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 과 상설화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독립성은 기금운용위원회가 행정부처로부터 독립된 위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상설화는 비상설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사무국 등 행정단위를 갖춘 상설위원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참여연대는 2003년 국민연금법 개정 논란시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상설화가 연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핵심 이라는 점을 강조하였고 이를 여론화하였다. 국회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설에 관한 법률안을 청원하였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감대를 얻어냈다. 2003년에 논의된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논쟁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결말이 나지 않고 있다. 복지부, 재정경제부 등 정부부처와 한나라당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보건복지부는 상설화는 수용하되, 독립성 문제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6년 국회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기금운용과 관련된 개정안이 제외되어 있어 이 논의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이 200조원이 넘어가는 올해에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위원회가 견지해 왔던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와 독립성을 지속적으로 여론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연금제도 개선 문제는 연금 급여수준과 연금에서 제외된 사각지대 문제가 주요 이슈이었다. 1997년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과 보험료방식의 기초연금으로 분리하자는 안에 대하여 참여연대는 반대입장을 취해왔고, 연금의 수준이 적절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당시 연금급여수준이 70%에서 60%로 인하되었고, 2002년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을 통해 2003년에 연금급여를 60%에서 50% 수준으로 낮추는 정부안이 제시되었다. 참여연대는 보험료 인상에는 찬성했으나 급여수준을 50%로 낮출 경우 광범위한 노후빈곤이 예상되기 때문에 급여수준 인하를 다른 사회단체들과 더불어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2006년 급여수준이 50%로 인하되는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아직 본회의는 통과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복지위원회는 4대 사회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주장하였고, 이는 2006년 참여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수용하여 현재 입법화를 기다리고 있다. 사각지대 해소 문제와 관련하여 2003년과 2004년에는 기초연금제도에 대해 참여연대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보험방식으로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조세방식’에 의한 기초연금제도를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기초연금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더 논의가 필요하며 일부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재원의 일부를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서는 넓게 보면 사회복지위원회의 제안이 상당부분 정부에 의해 수용되고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문제는 연금 급여수준과 기초연금의 도입, 그리고 기금규모의 크기에 있어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연금급여수준의 적절성 유지에서는 참여연대가 사회적으로 공감할수 있는 담론을 생산해 내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점진적인 연금액 인하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적절한 연금급여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왜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한 보다 설득력있는 담론을 생산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김연명 / 5대 참여연대 사회복지 위원장․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7/02/11 00:00 2007/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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