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이용권제도의 의의와 추진방향

김원종/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혁신사업단장

도 입

그간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주로 현금급여 위주로 발전되어 왔고, 개인과 가족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다. 그러나 저출산ㆍ고령화 추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독거노인의 증가 등 가족 구성의 변화 등으로 가족이나 친척 등 비공식적 돌봄 체계에 의존하는 사회서비스 제공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한편 기존 공공 사회서비스는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전반적인 소득과 교육 수준의 증가로 우리 국민들도 품위 있고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어 사회서비스의 품질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추세에 부응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는 금년부터 사회서비스를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금년에는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사업 등 총 13개 사업에 약 3,500억원을 투입할 것이며 특히, 이 중에서 노인돌보미, 산모신생아도우미, 중증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와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의 4개 서비스는 지원 방식을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이용권(voucher) 제공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서비스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급자간 경쟁을 통해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도모하고자 한다.

바우처 방식이 당초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자 형성 및 철저한 관리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병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바우처의 개념과 유형을 먼저 제시하고 금년도에 우리부의 바우처 사업 개요와 함께 세부 쟁점별 실천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바우처의 개념과 유형

바우처 시스템이란 개인이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지정된 공급자로터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권을 지원하는 전달체계를 일컫는다. 바우처 제도는 현물지급제도와 현금지급제도의 중간 형태에 해당한다. 즉, 현금급여와는 달리 정책 목표에 따라 특정 서비스에 한정된 구매권을 제공함으로써 정해진 목적 밖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또한 현물급여와는 달리 서비스 수요자가 개인의 욕구와 특성에 따라 다수의 공급자 중 원하는 공급자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우처의 형태는 종이 바우처가 될 수도 있고, 카드 방식의 전자바우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바우처는 명시적 바우처와 묵시적 바우처가 있는데, 공교육시스템에서 학생이 학교에 등록하면 자동적으로 수업료가 지불되는 방식이 묵시적 바우처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동안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대한 공공의 재정지원은 주로 서비스 공급자에게 인건비 등 관리운영비를 보조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방식은 경쟁의 유인이 크지 않고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대상자의 수요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바우처 방식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서비스 구매자와 공급자의 명시적 분리이다(purchaser/provider split). 즉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처럼 민간보조자의 지위가 아니라 서비스 구매자로 성격과 역할이 변화하게 된다.

또한 바우처 방식이 기존 방식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가 공급자나 서비스의 내용과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공급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유인이 생긴다. 실제로 바우처 방식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의 효력은 서비스 공급 및 수요시장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재정적 주체와 서비스 공급자에 따른 바우처의 예는 <표 1>과 같다.

<표 1: 재정주체별/서비스 공급주체별 바우처 예시> - 생략

금년도 사회복지서비스 바우처 사업 개요

보건복지부는 금년도에 노인돌보미, 중증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산모신생아도우미,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의 총 4개 사업에 걸쳐 약 2,100억원 규모의 바우처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산모신생아 도우미 사업은 작년에 처음 도입되어 금년도에 계속 시행중에 있으며, 노인돌보미와 중증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오는 4월부터, 그리고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은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먼저, 노인돌보미와 중증장애인활동보조 사업은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가구에게 바우처를 제공하여 방문 도우미에 의해 가사·일상생활 및 활동보조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고 사회참여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가구 평균소득 80% 이하 중증 노인 약25천명, 그리고 1급 및 이에 준하는 중증 장애인 약22천명에게 월평균 20만원 수준의 바우처를 지급하여 시·군·구별로 지정된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의 60% 이하인 출산가구 약37천명에게는 2주 동안 산모·신생아 도우미의 방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여 산모·신생아의 건강관리 및 산후조리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서비스 혁신사업은 지역 사회가 지역별 특성과 주민 욕구를 반영하여 지역 실정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개발·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 단위로 보급할 필요성이 높은 서비스는 표준형 사업으로 보건복지부가 개발하여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특히 인적자본 형성 및 건강투자 활성화, 성년 경제활동 활성화, 고령 근로촉진 및 사회참여 활성화 등 사회투자적 서비스 개발을 집중 지원하며, 금년 한 해 동안 약 7만명의 대상자에게 바우처를 제공하여 지역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개발·제공에 있어 지역 사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고, 재정 운영방식에서도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표2: 4대 바우처 사업 개요> - 생략

금년에는 또한 바우처 제도 운영을 위한 정보 인프라가 구축된다. 종이 바우처 대신 바우처의 지불·결제 및 정산을 전산화한 전자식 바우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기관과 연계하여 체크카드 또는 신용카드를 활용한 전자식 바우처 발급 체계 및 관련 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으며, 금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전자카드 바우처가 이용된다. 전자바우처의 도입으로 서비스의 구매, 비용의 지불 및 정산 등 절차를 전산화함으로써 서비스 수요자 및 제공자의 서비스 이용과 제공이 보다 편리해지고, 바우처 사용 내역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여 바우처의 부정 사용 가능성을 차단하며 국가 예산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게 된다. 아울러, 이용권 방식 서비스 제공내역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정책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바우처 관련 쟁점별 실천방안

바우처 사업과 관련된 첫번째 쟁점은 다수의 공급자 부재로 인한 바우처 시행여건의 미성숙에 관한 것이다. 즉, 바우처 제도의 도입 취지대로 소비자의 선택권 행사가 보다 원활해지고, 공급자간 경쟁이 가능하려면 다수의 공급자가 활동하고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공급자가 매우 부족하고 이로 인하여 소비자 선택권이 크게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공급자 출현을 가로막아 온 것은 근원적으로 사회서비스 구매력 부족으로 인한 시장 미형성과 함께 공급자 지원방식으로 인하여 지자체 등 재정 주체들이 신규 공급자 육성에 소극적으로 대해 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바우처 제도는 사회서비스 구매력을 보전하여 정상적인 시장을 형성하도록 돕고, 지자체의 역할을 서비스 구매자로 전환하여 다양한 사회서비스 공급자 출현을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수발보험제도 제2차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의 경우 단기간에 재가수발기관이 85% 이상 증가되었으며, ’96년에 영국에서 “Nursey Education and Grant Maintained Schools Act"를 제정한 목적 중의 하나도 바로 관련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초창기에 공급자가 불충분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존 자활후견기관과 가정봉사원파견시설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단계적으로 공급기관을 다양화해 나갈 방침이다.

바우처 사업과 관련된 두번째 쟁점은 정보 비대칭 문제이다. 즉, 소비자가 각 공급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부는 소비자들이 가급적 충분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우선 지자체가 서비스 공급자 지정시 각 기관으로 하여금 서비스 제공 경력, 서비스 가격, 서비스 질 관리, 시설 및 인력 등에 대한 정보와 계획을 함께 제시하도록 하고, 이 중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정보는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동시에 서비스 대상자에게도 통지하여 안내해 주도록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제공기관별로 서비스 질 상태를 모니터링 하여 그 결과를 공지토록 할 계획이다.

세번째 쟁점은 바우처의 관리에 관한 사항이다. 즉, 바우처의 대여 등 불법 사용이나, 오용 등 불합리한 사용에 관한 관리체계에 관한 사항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자바우처를 도입하여 이용 실적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이용 지불 정보를 중앙에서 D/B화하여 지속적인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네번째 쟁점은 바우처 방식이 자칫 서비스 공급기관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것이다. 즉, 서비스 공급기관들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직원들의 인건비를 낮추고 비정규직화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정부는 서비스 공급기관 지정시 4대 사회보험 가입 및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 준수 여부를 최소 요건으로 할 것이고, 바우처 지원 가격 산정시에도 적정 수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해 나가도록 하겠다.

향후 과제

사회서비스 이용권 제도의 도입과 확대는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제공 및 재정지원 체계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용권 제도 도입의 취지를 한꺼번에 달성하기에는 관련 법적·제도적 인프라와 현실적 여건이 여러 가지로 미흡한 실정이어서 앞으로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소비자에게 이용권을 지급하는 방식은 공급자 지원방식과 달리 서비스 대상자의 소득이나 욕구 수준에 따라 이용권 지원액에 차등(fee sliding scale)을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년에는 일선의 행정부담 최소화를 위해 적용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표준화된 자산조사 및 욕구 분석틀을 마련하여 자산조사 및 욕구사정을 더욱 정교화 해 나감으로써 소득 수준별 차등 지원제를 도입하고 차등화 등급도 세분화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 사회서비스에 대한 품질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사회서비스의 양적 확충에만 주력한 결과 품질수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으며, 관련 제도도 미비한 실정이다. 앞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 품질기준을 설정하고, 모니터링·평가체계를 구축하여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금년도 이용권 제도 운영 결과를 토대로 기존의 공급자 중심 재정지원 방식과 시장을 활용하여 수요자의 선택권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간의 성과를 비교·평가함으로써 우리 실정에 맞는 사회서비스 공급방식과 모형을 제시하는 등 사회서비스 제공체계의 혁신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참고문헌

Martin Cave, "Voucher Programmes and their Role in Distributing Public Services." OECD Journal on Budgeting. Volume 1. No. 1. 2001.

연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사회복지시설 이용권제도 모형개발 -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위하여”, 2000

한국개발연구원, “재정효율성 제고를 위한 시장원리 활용방안 - 바우처 제도를 중심으로,” 2006

김원종
2007/03/01 00:00 200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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