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장관 1년을 평가한다

지난 2월 10을 기해 유시민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이 되었다. 취임 전부터 보건복지장관 적임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불러 일으켰으며, 장관 재임시절 역대 어느 장관보다도 언론에 집중 노출되면서 보건복지정책에 대한 논란의 중앙에 서있었던 유시민장관. 그의 장관직 수행 1년의 성적표가 궁금했다. 따라서 복지동향 편집진은 보건복지분야의 활동가 및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공식 ㆍ 비공식 견해들을 청취하고 이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자 한다.

- 복지동향 편집진 -

실세 장관 +탁월한 정책 소화력 - 일부 반복지적 철학 - 정책의 정략적 추진 = ?

유시민 장관은 부임 초기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탁월한 정책 이해력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의욕적인 정책 추진에 돌입하였다. 비록 보건복지상임위 의원으로서의 활동기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역대 어떤 보건복지전문가 출신 장관들에 비해 비록 사후적으로 조성된 것이라 하지만 전문성 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가 스스로 의료급여와 국민연금에 대한 대국민보고서를 작성할 정도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대통령에 의해서 국민연금의 해결사로 칭해졌고, 본인 역시 이 부분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유장관이 막상 취임한 뒤 가장 먼저 개혁의제로 선택한 것은 약가 결정방식과 의료급여제도였다. 약가 결정방식과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의료개혁진영으로부터 제시되어왔던 약가공단계약제가 적극 검토되었고 이와 관련해서는 당시 사회적 의제로 급부상되었던 한ㆍ미FTA 협상에 한국이 유리한 카드를 하나 마련한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둔 것으로 평가되었었다.

또한 의료급여재정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복지부 재정의 ‘물먹는 하마’ 구실을 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의료급여의 부실한 통계수준과 인과관계해명의 모호함을 극복하기 위해 복지부 관료들을 독려해 나가면서 이 부분에 대한 근본 대책 수립에 강한 의욕을 보였었다.

그러나 중기재정계획과 차년도 예산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난 8월 중반부터 유장관은 ‘사회투자국가’라는 비교적 한국사회에서는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신사회적 위험의 대응담론을 적극 설파함으로써 복지국가의 담론과 함께하는 최초의 장관이란 평가를 듣고 있기도 했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아동발달계좌제 도입, 희망스타트 실시, 특정연령대 건강검진 무상실시, 노인특구 지정 등을 내세우고 최근까지도 아동에 대한 무상의료지원 등 건강투자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가 하면, 나아가 학술대회 유치를 통한 지속적인 담론 제기의 움직임도 비교적 활발하다.

정기국회 시기에는 마침내 본인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 개혁에 뛰어 들어 국민연금법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한 보건복지상임위원회 통과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새해 들어 유장관이 선도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최종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이러한 시도는 환영보다는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사회제단체의 강력한 반대의 벽에 부딪히게도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건의료와 사회복지영역의 기본법의 하나인 의료법 및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을 서둘렀는데, 특히 의료법은 복지부 장관과 의료계의 일전을 불사함으로써 이익집단의 전형으로 국민에게 각인된 의사집단과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치루고 있는가하면, 다른 한편으론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이사제 도입을 통해 사회복지계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촉구하는 일등 개혁적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시민사회단체들은 유시민 장관에게 ‘국민불신임장’을 수여하고 그가 펼친 발빠른 정책개혁의 이면에 담긴 반개혁적 내용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유장관이 개혁장관으로 불리기에는 치명적인 상흔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같은 유장관의 복지부 수장으로서의 행보는, 보건복지정책의 개혁과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취적 도전이라 볼 수도 있고 역대 어느 장관보다도 짧은 기간에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평가할 수 있다면, 그 배경에는 유장관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로부터 절대적인 신임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되어 그가 추진하는 정책에는 당연히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는 외적 요인, 그리고 정치적으로 개혁진영을 자부하는 자로서의 일정한 개혁성향과 보건복지분야에 대한 남다른 학습능력 등의 내재된 요인이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1년간 유장관이 보인 적극적 행보에 대해 결코 곱지않은 시선이 있다면 그 것은 어디에 연유하는 것일까? 이를 추적하여 보기로 하자.

1) 복지개량주의자로서의 한계

유시민 장관은 과연 복지주의자인가?

한국사회의 복지제도가 지닌 당면과제로서 복지국가의 확립을 위한 복지제도의 확대, 급여의 확대, 대상의 확대 등이 있다면 그 수단으로서 제도의 건강성과 효율성이 취해져야 함에도 유장관이 택한 방식은 이 수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고 이로써 형평을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 전형이 의료급여에 대한 접근이다. 의료급여제도의 불합리함이 있다면 이를 해소해야 함을 나무랄 수 없지만, 제도의 목적, 즉 의료구매력이 없는 사각지대 국민에 대한 의료보장이 가장 우선적 가치가 되어야 함에도 궁극적으로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필요이상으로 강조하여 전체 의료급여자의 의료이용에 대한 위축과 국민불신을 조장한 결과를 야기하고 말았다.

이는 깊은 복지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존재하지 않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이며 유장관은 이런 점에서 복지주의자라기 보다는 복지개량주의자로서의 한계를 내보이고 있다 할 것이다.

2) 신빈곤정책에 대한 성과 미진

유장관은 양극화 해소정책의 최일선을 담당한 자로서 우리나라의 신빈곤계층 또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적극적 해소정책을 폈어야 함에도 불행하게도 이 부분의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양극화 완화 효과에 대한 공방이 존재하고 있지만, 복지부 정책추진내역을 들여다 볼 때 과연 유장관 부임 이후 현재시점의 신빈곤계층에 대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는가에 의심을 갖게 한다.

다른 제도에 대한 열의에 비해 이 부분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그가 스스로 밝힌 바 있는 ‘경제학도’로서 시장과 자조(自助)에 대해 친화적 철학과 독일 복지시스템을 보고 겪은 경험에 의해 가족이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한 지나친 정책의존 등이 빈곤계층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적절한 철학의 수용을 가로막았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3) 정책 사안의 정략적 접근

참여정부의 복지기조를 ‘참여복지’라고 정권 출범시에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복지분야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이란 표현이 등장하였지만 그것의 실체 역시 매우 모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투자국가를 대통령의 실세 참모이면서 복지정책의 책임장관이 거론한 것은 뒤늦게나마 참여정부의 복지철학에 대한 체계화 및 명료화에 기여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유시민장관이 말하는 사회투자국가가 과연 무엇을 하려하는 지 아직 뚜렷하게 읽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사회투자국가가 복지국가의 대안모델로서의 의의를 학술적으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한국사회에서의 적용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복지학자 및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행정부의 수장이 이를 들고 나온 것은 위험한 측면이 없지 않다.

더군다나 정치인으로서의 향후 역할을 생각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기에 사회투자국가에 대한 담론의 유인을 통해 지속적인 반사이익을 염두에 둔 듯하다. 장관 부임 전이나 부임 이후에 노인문제에 대해 특별히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해석도 제법 존재한다. 이러한 정략적 측면이 있다면 사회투자국가에 대한 유장관의 진정성이 결코 인정받기 힘들며, 사회투자국가의 올바른 해석과 적용이라는 절실한 과제를 간과할 수 있는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복지부 내의 사회투자국가에 대한 강력한 추진의욕에도 불구하고 “정책 따로, 담론 따로”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또한, 사회투자국가의 강조로 인해 아동과 노인 등을 중심으로 한 복지서비스부문은 강조되는 것에 비해 위에 적시한 대로 기초생활보장에 대한 정책 추진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여진다.

또한 유시민 장관의 연금개혁에 대한 올인(all-in) 자세도 그가 정치인출신 장관이라는 것과 떼어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작년 정기국회에서 정치적 지형이 복지부의 미진한 안으로는 민노당도, 한나라당도 설득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나라당 자체에서 정치인 유시민의 업적쌓기(?)에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자신이 만든 기초노령연금(일명 효도연금)을 중심으로 무리하게 드라이브하였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작년 후반기 정기국회에서 수많은 보건복지현안들이 있었음에도 오로지 국민연금의 타결만에 전념한 것은 보건복지의 발전에도 일정한 지체 효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4) 포용적 리더십에 의한 정책 추진 결여

유장관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면 포용적 리더십의 부족일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독선적 추진’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부내 타부처와의 조율에 대한 ‘투박함’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또한 결정적으로는 개혁적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민사회노동단체와의 교감도 매우 ‘서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은 이들 진영의 솔직한 정서는 유장관이 시민사회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지니고 있고 함께 할 파트너로서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따라서 자신의 구상과 계획에 의거하여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한편에선 강력한 추진력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참여정부의 기조에도, 그리고 21세기 협치(governance)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따라서 미래의 지도력을 갖추어야 하는 유장관으로서는 매우 부덕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유시민 장관의 부임 1년간은 그가 실세장관이라는 점, 그리고 탁월한 정책소화력을 갖추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복지의 확대에 대한 철학과 소신의 부족, 정치인으로서의 정략적 행보(때론 그런 식의 오해까지도 포함)라는 부정적 요인에 의해 그 성과가 제대로 드러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유장관이 언제까지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행정부 수장 역할을 행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지금까지의 정치 역정이 그러하였든 항상 논란의 진원지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이 과연 생산적일지 아닐지 그것이 항상 관전의 요체이다.

편집부
2007/03/01 00:00 200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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