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양극화를 어찌 하려는가?

남기철/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동덕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kcnam@dongduk.ac.kr

대선이 있는 올 해, 여러 곳에서 느껴지는 보수화의 흐름이 걱정스럽다. 보수와 진보의 상대적 차이가 선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특히 사회의 위기 상황에서 사회복지체계의 정비를 생각해야 할 상황에서는, 보수성의 확장이 대개 국민의 생활보장에 나쁜 영향을 끼쳐왔다는 점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저출산ㆍ고령화, 양극화 현상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우리사회의 사회보장체계 특히 소득보장 체계의 취약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조만간 우리사회가 또 경험하게 될 국민들의 엄청난 생활고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생활고와 출산기피현상, 양극화 심화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통합성의 붕괴, 그 심각한 충격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FTA 등 위험요인은 우리사회의 빈약한 소득보장체계라는 보호요인을 월등하게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연금, 건강보험 등은 제도의 지속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만만치 않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사회적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이라는 공공부조 개혁을 통해 소득보장에 대한 밑그림을 보다 강화했던 바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는 공공부조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공공부조제도가 한 사회 소득보장의 주요한 버팀목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지는 피로도는 크다. 공공부조의 지나친 비대화로 생긴 과도한 하중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 이 때문에 소득보장체계와 관련하여 여러 제도개선과 신규 제도도입 등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ITC를 도입했다고 하고, 사회서비스 관련의 몇몇 부분을 개선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을 통해 공공부조의 하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보장체계로 개혁하려고 한단다. 하지만 꼭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혹은 공공부조의 하중을 줄이고자 하는 부분은 여러 가지로 느껴지는데 그에 상응하는 다른 대안의 확충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요즘 느껴지는 정부의 모습은 ‘성장으로 복지를 갈음하자’는 예전 방임주의 패러다임으로 회귀하려는 듯한 인상이다. “진보만 사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적어도 다수 서민인 “국민이 살 수 있게”는 해줘야 할 것이 아닌가?

올해는 최저생계비 실계측이 있는 해이다. 우리는 3년 전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을 통해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몸으로 느꼈던 바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그 때보다도 훨씬 더 낮아졌다. 그 동안 최저생계비 인상은 가장 낮은 물가인상률 수치에 기반하여 3%씩만 인상되었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수준은 실계측년도에 보정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비계측년도에는 인상폭을 3%만 반영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정부와 예산관계부처에서는 이야기 해 왔다. 그러면 이제 실계측년도가 되었으니 그간 낮아진 수준을 만회할 만큼의 최저생계비 현실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다. 다른 제도의 확충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느니 혹은 공공부조제도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느니 하는 해묵은 이야기가 이제 다시 튀어나오고 있다. 공공부조, 더 나아가 우리사회 사회보장체계의 개혁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지원으로 투입될 예산의 경감을 위해 이야기되는 한은 온당한 논의가 되지 못한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은 쉽게 드러난다. 그리고 당분간 이 위험성은 지속적으로 우리사회를 괴롭힐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양극화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상대빈곤의 심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을 계속 떨어뜨리면서 양극화, 상대빈곤을 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공부조의 지원, 그리고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대신해 양극화의 고통을 실효성 있게 경감시켜주는 방법으로 정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가? 과연 양극화를 어찌하려는가? 통합성이 갈가리 찢겨나가고 있는 우리사회를 어찌하려는가? 저절로 어떻게 해결될 수는 없다. 진심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남기철
2007/03/01 00:00 200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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