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연금’이 되어 버린 국민연금
월간 복지동향/2007 :
2007/05/01 00:00
‘용돈 연금’이 되어 버린 국민연금
편집부
3년여 이상 끌어온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에 정치권에서 논의된 상황을 중심으로 연금개혁의 의미와 연금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각계 입장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법안은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2.9%까지 올리고 연금 수준은 60%에서 50%로 (장기적으로는 40%) 낮춘다는 것이다. 임금근로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므로 현재 9%의 절반인 4.5%에서 12.9%의 절반인 6.5%까지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이다. 급여수준은 60%에서 50%로 인하된다. 효도연금이라 불리는 ‘기초노령연금법’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이 법안은 전체 노인의 60%에게 국민연금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5% 정도에 해당되는 월 8만 7천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대상자가 1천 7백만명 정도 되는데 이중 약 1/3 정도인 약 550만명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계층이다. 이들은 최저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해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보험료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해왔다.
시민단체가 최소한으로 합의한 것은 80%의 노인에게 일인당 10%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가령 시민단체 주장대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현재 가격으로 노인 1인당 약 17만원이 지급되고 부부가 같이 생존하면 이론상 36만원 정도의 연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즉, 최소한의 생계비가 기초연금을 통해 지급될 것을 노동·시민단체계는 주장하고 있다.
열린 우리당이 제안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항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극적으로 합의된 연금안을 만들어 낸다. 합의안 내용은 국민연금 수준을 60%에서 40%로 낮추되, 기초연금을 전체 노인의 80%에게 지급하되 2008년부터 5%로 시작하여 2018년까지 10%의 급여수준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무원칙한 정치적 타협의 결정판
지난 4월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었고,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국민연금법 수정안도 부결되었다. 하지만 열린 우리당이 제안한 ‘기초노령연금법’안은 통과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한덕수총리는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했고, 노무현대통령은 거부권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서로 맞물려 있는 법안인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이 하나는 통과되고 하나는 부결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다시 연금법 재협상에 착수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을 제치고 합의한 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60%에서 40%로 낮추고, 기초연금을 60%의 노인에게 2008년부터 5%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되, 10%가 되는 시점은 2018년이 아닌 2028년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안을 폐지하고 국민연금법안에 기초연금 관련 사항을 넣을지 아니면 기초노령연금법안의 내용을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 내용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한대로 국민연금법이 처리되는 경우, 국민연금의 보장기능이 극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연금액이 60%에서 40%로 낮아지니 연금액이 무려 1/3이 감축된다. 이렇게 과감하게 연금액을 낮추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가령 월 소득이 200만원인 사람이 20년동안 국민 연금에 가입했다면 월 60만원 수준의 연금을 받지만 법이 바꿔면 45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은 30만원을 조금 넘게 받게되어, 일인가구 최저생계비인 43만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연금을 받게 된다. 말 그대로 용돈연금이 되어 버려,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은 대폭 축소된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대가로 받는 연금이 최저생계비 수준도 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져 제도의 원활한 운영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될 수도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이 돼서야 10%수준으로 올라가고 양당이 합의한 기초노령연금제도는 전체 노인의 60%에게만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불명예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즉 실패한 삶을 산 노인들이 받는 연금이 기초노령연금이 되는 것이다. 세부적인 문제점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가령 60%의 노인을 어떤 기준으로 추려낼 것이며, 경계선에 걸려 있는 일부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경계층의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노인에 비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적정 수준의 연금기금 적립의 필요성
노령기초연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당장 2조 7천억원이 필요하며 급여수준이 올라갈수록 추가적인 재원이 들어갈 것이다. 당장 수조원의 돈을 일반재정에서 부담하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 현재 적립되어 있는 국민연금기금 200조원의 일부를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한해 약 20조원이 걷힌다. 이중의 일부인 25%만 기초연금재원으로 사용하면 기초연금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우려하는 이도 있지만 한국의 국민연금은 고발보다 기금이 너무 많이 쌓이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안대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최고 GDP의 60%이상의 기금이 적립될 것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이 이렇게 많이 쌓이면 금융시장에 막대한 부작용이 발생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식, 채권을 전부 사들여도 돈이 남고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으로 투자되어 있는 돈을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면 후세대는 보험료와 세금을 합쳐 노인들의 연금을 주게 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연금기금이 고갈되어 재정운용방식을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을 했다. 연금기금은 고갈이 될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에 기금의 고갈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금 고갈이 된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느냐가 주요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 시점에서 연금으로 지출되어야 할 돈의 총량은 2050년에 GDP의 7%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지금 유럽의 국가 중 영국, 미국 등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노인연금으로 GDP의 7% 이상을 쓰고 있다. 이정도 부담이면 충분히 경제, 사회적으로 연금제도를 지탱할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한대로 저부담-저급여로 국민연금개혁이 끝나면 노인들이 삶은 매우 불편해 지고 수백만 명의 노인이 빈곤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적정하게 부담하고 연금도 적정한 수준으로 받는 체제를 가져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국민연금의 본질적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의 일부를 노인에게 배당하는 사회연대의 원리에 입각해서 만든 제도이다. 국민연금을 자기가 낸 돈을 자기가 받아가는 사보험으로 여겨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해결책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 이글은 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에서 발간하는 현안진단 77호이 실린 『‘용돈 연금’이 되어 버린 국민연금』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의 글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편집부
3년여 이상 끌어온 국민연금 개혁 문제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에 정치권에서 논의된 상황을 중심으로 연금개혁의 의미와 연금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각계 입장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법안은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2.9%까지 올리고 연금 수준은 60%에서 50%로 (장기적으로는 40%) 낮춘다는 것이다. 임금근로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므로 현재 9%의 절반인 4.5%에서 12.9%의 절반인 6.5%까지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이다. 급여수준은 60%에서 50%로 인하된다. 효도연금이라 불리는 ‘기초노령연금법’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시작되었다. 이 법안은 전체 노인의 60%에게 국민연금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5% 정도에 해당되는 월 8만 7천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대상자가 1천 7백만명 정도 되는데 이중 약 1/3 정도인 약 550만명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계층이다. 이들은 최저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해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보험료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해왔다.
시민단체가 최소한으로 합의한 것은 80%의 노인에게 일인당 10%의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가령 시민단체 주장대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현재 가격으로 노인 1인당 약 17만원이 지급되고 부부가 같이 생존하면 이론상 36만원 정도의 연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즉, 최소한의 생계비가 기초연금을 통해 지급될 것을 노동·시민단체계는 주장하고 있다.
열린 우리당이 제안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항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극적으로 합의된 연금안을 만들어 낸다. 합의안 내용은 국민연금 수준을 60%에서 40%로 낮추되, 기초연금을 전체 노인의 80%에게 지급하되 2008년부터 5%로 시작하여 2018년까지 10%의 급여수준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무원칙한 정치적 타협의 결정판
지난 4월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었고,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국민연금법 수정안도 부결되었다. 하지만 열린 우리당이 제안한 ‘기초노령연금법’안은 통과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한덕수총리는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건의했고, 노무현대통령은 거부권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서로 맞물려 있는 법안인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이 하나는 통과되고 하나는 부결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다시 연금법 재협상에 착수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을 제치고 합의한 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60%에서 40%로 낮추고, 기초연금을 60%의 노인에게 2008년부터 5%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되, 10%가 되는 시점은 2018년이 아닌 2028년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안을 폐지하고 국민연금법안에 기초연금 관련 사항을 넣을지 아니면 기초노령연금법안의 내용을 수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 내용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한대로 국민연금법이 처리되는 경우, 국민연금의 보장기능이 극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연금액이 60%에서 40%로 낮아지니 연금액이 무려 1/3이 감축된다. 이렇게 과감하게 연금액을 낮추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가령 월 소득이 200만원인 사람이 20년동안 국민 연금에 가입했다면 월 60만원 수준의 연금을 받지만 법이 바꿔면 45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은 30만원을 조금 넘게 받게되어, 일인가구 최저생계비인 43만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연금을 받게 된다. 말 그대로 용돈연금이 되어 버려,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은 대폭 축소된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대가로 받는 연금이 최저생계비 수준도 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져 제도의 원활한 운영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될 수도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2028년이 돼서야 10%수준으로 올라가고 양당이 합의한 기초노령연금제도는 전체 노인의 60%에게만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불명예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즉 실패한 삶을 산 노인들이 받는 연금이 기초노령연금이 되는 것이다. 세부적인 문제점도 많이 나타날 것이다. 가령 60%의 노인을 어떤 기준으로 추려낼 것이며, 경계선에 걸려 있는 일부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경계층의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노인에 비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적정 수준의 연금기금 적립의 필요성
노령기초연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당장 2조 7천억원이 필요하며 급여수준이 올라갈수록 추가적인 재원이 들어갈 것이다. 당장 수조원의 돈을 일반재정에서 부담하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 현재 적립되어 있는 국민연금기금 200조원의 일부를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한해 약 20조원이 걷힌다. 이중의 일부인 25%만 기초연금재원으로 사용하면 기초연금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우려하는 이도 있지만 한국의 국민연금은 고발보다 기금이 너무 많이 쌓이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안대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면 최고 GDP의 60%이상의 기금이 적립될 것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이 이렇게 많이 쌓이면 금융시장에 막대한 부작용이 발생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식, 채권을 전부 사들여도 돈이 남고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으로 투자되어 있는 돈을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면 후세대는 보험료와 세금을 합쳐 노인들의 연금을 주게 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연금기금이 고갈되어 재정운용방식을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을 했다. 연금기금은 고갈이 될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에 기금의 고갈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금 고갈이 된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느냐가 주요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자료에 의하면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 시점에서 연금으로 지출되어야 할 돈의 총량은 2050년에 GDP의 7%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지금 유럽의 국가 중 영국, 미국 등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노인연금으로 GDP의 7% 이상을 쓰고 있다. 이정도 부담이면 충분히 경제, 사회적으로 연금제도를 지탱할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한대로 저부담-저급여로 국민연금개혁이 끝나면 노인들이 삶은 매우 불편해 지고 수백만 명의 노인이 빈곤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적정하게 부담하고 연금도 적정한 수준으로 받는 체제를 가져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국민연금의 본질적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의 일부를 노인에게 배당하는 사회연대의 원리에 입각해서 만든 제도이다. 국민연금을 자기가 낸 돈을 자기가 받아가는 사보험으로 여겨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해결책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 이글은 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에서 발간하는 현안진단 77호이 실린 『‘용돈 연금’이 되어 버린 국민연금』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의 글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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