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분야 국가예산의 방향과 내용

임 준/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

1. 서론

최근 보건복지분야에서 사회투자전략과 건강투자전략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2007년 보건복지부 예산계획을 보더라도 예산 편성의 핵심적 특징을 ‘사회투자적 서비스 확충’으로 명명할 정도로 사회투자가 보건복지의 주요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공공 부문의 축소와 민간 부문의 활성화를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부처를 설득하기 위하여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경쟁과 효율에 기초한 경제 논리를 보건복지분야에 적용함으로써 형평성과 연대성의 원칙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시민사회운동진영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구체적인 정책 수준에서 민간 자본의 참여 확대와 의료산업화 육성에 대한 대책들이 쏟아지면서 사회투자 및 건강투자가 ‘사회’와 ‘건강’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보다 투자에 초점이 맞추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공공의 영역을 사적 시장의 영역으로 대체하려는 경제 부처의 공세에 사회정책 부처가 굴복한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과 정책이 일시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일관된 흐름을 갖고 만들어진 것임을 여타의 정부 정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의료산업화론이다. 2004년 말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계 영리법인 개설과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상당수의 학자들과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가 경제자유구역 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의료산업화에 반한 국내 법, 제도의 개편을 요구하기 위한 정지 작업의 일환이라고 비판하였다. 재정경제부의 주장이 허구이고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로 들어난 것은 불과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한 의료산업화 정책의 추진, 한미FTA를 통한 보건의료 분야의 시장개방 확대, 의료산업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 등 계속적인 의료산업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과거와 같이 보건의료 분야의 산업화를 시장개방 압력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문제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특정 이해집단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보건의료 분야를 좀 더 시장 중심적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가 산업화를 논할 정도로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나 시장친화적이라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전적으로 민간에 의해 공급되고 있고, 공공 부문은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만 담당하는 선에서 그 역할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정부가 보건의료 부문의 공공인프라 확대를 지속적으로 외면하면서 민간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었고, 그 결과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의 양극화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더욱이 한미FTA 체결 및 의료법 개정 등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민간 시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급속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어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 참여정부의 보건의료 예산 현황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것이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5년간 보건의료 분야에 투입한 예산을 보면, 보건복지부 예산 중 50% 이상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예산에 사용되었고, 공공인프라 확충, 보건의료 사업 등에 사용한 예산은 5%가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의료보장을 제외한 보건의료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정부는 담배세를 제원으로 하는 건강증진기금이 생기면서 보건의료 예산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제 일반 예산에 있던 것이 기금으로 이관되면서 실제 건강증진기금을 포함한 전체 보건복지 예산에서 의료보장을 제외한 보건의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못하였고 2007년은 담배세 인상이 좌절되면서 오히려 비중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복지를 제외하고 의료보장을 포함한 전체 보건의료 예산에서 공공인프라 확충 및 보건의료사업 등에 사용한 예산을 보더라도 기금을 제외하면 5% 정도이고, 기금을 포함하더라도 12%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도 OECD 국가의 평균적인 보건의료사업 예산이 전체 중앙정부 예산의 14% 이상인 것에 비추어볼 때 매우 낮은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표1> 참여정부 예산 분석 - 생략

1) 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로 구성됨.

2) 공공의료확충 예산은 2007년도 공공의료확충 예산에 포함된 내역에 따라 연도별로 재구성함.

자료 : 보건복지부 세출예산. 각 년도

3. 소리만 요란했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정부는 2004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대한 시민사회진영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하여 공공의료확충에 4조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당시 정부의 발표 내용 중 대부분의 계획은 이미 참여정부 대선 공약에 포함된 내용이었고, 오히려 후퇴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확충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뒤늦게나마 실천한다면 그것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4조3천억 원이 본격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2006년과 2007년의 예산이 기금을 포함하여도 5천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더욱이 2007년 공공의료확충 예산은 담뱃값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논리로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공공의료확충 예산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가는 200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공공의료확충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하고, 기금을 포함하더라도 1.4%에 그친다는 점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복지를 제외하고 의료보장을 포함한 보건의료 예산만 고려하더라도 공공의료확충 예산이 기금을 제외할 경우 0.9%, 기금을 포함할 경우 2.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2008년 예산 편성에 공공의료확충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지 않는 한 4조3천억 원에 이르는 공공의료확충 약속은 거짓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아직 2008년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정권 말기에 공공의료확충을 위해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점에서 참여정부 내에서 공공의료확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공공의료확충 예산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참여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설정한 지역거점병원 및 도시보건지소 확충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도시보건지소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지역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도시보건지소가 확충 예산이 편성되지 못하여 본 사업에 들어가지 못할 위기에 처하고 있고, 지방의료원의 경우 신설을 관두더라도 기존의 지방의료원에 대한 시설 및 기능 강화에 예산 투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방의료원을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려는 지방자치단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참여정부가 보건의료의 인프라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선전을 하고 있는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와 관련한 대표적 구호가 사회투자, 건강투자 전략이라 하겠다. 정말 사회투자 및 건강투자가 유의미성을 가지고자 한다면,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이라 할 수 있는 공공의료확충이 예산 편성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작동하여 2007년 예산에서 확인하였듯이 담뱃세 인상이 좌절되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예산이 바로 공공의료확충 예산이고 보건의료사업 예산인 것이다.

4. 참여정부가 보건의료 예산을 바라보는 시각과 방향

결론적으로 참여정부 5년간의 예산 편성 추이를 볼 때 참여정부는 사회투자 및 건강투자라는 수사학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공공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국민에게 직접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다만 재원조달에 있어서 부담을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정부의 역할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선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서 서비스의 공급은 시장의 기능을 통하여 민간 공급업자가 제공하도록 하고,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서 계층 간 격차가 발생하는 부분은 일정 정도 정부가 부담하고 관여하겠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데, 대상을 노인에 국한하였다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장기요양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가 일부 재원을 부담하는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해결하겠지만, 서비스 제공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가 적절하게 공급되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장기요양센터 및 장기요양지소와 같은 공공 조직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당연하게 2008년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급에서 정부의 역할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하려는 시각은 보건의료를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하지 않고 시장에서 주고받아도 무방한 상품쯤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따라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보건의료의 본질적 특성을 반영하여 보건의료의 공공적 개입을 강화하고 상당부분을 공공이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선진외국의 보편적 흐름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실패한 모형으로 비판받고 있는 미국의 모형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 의료산업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의료산업화가 국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심도 깊은 평가와 연구, 그리고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의료산업화 정책의 추진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보건의료의 위기를 증폭시켜 의료양극화와 사회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보건의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시장친화적 보건의료체계를 공공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의료산업화는 결코 현재 보건의료의 위기를 해결한 대안이 될 수 없고,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국민들을 몰아가는 악수가 될 것이 확실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 준
2007/06/01 00:00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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