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월간 복지동향/2007 :
2007/06/01 00:00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이용갑, 이상이, 서남규/건강보험연구원
1.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은 왜 필요한가?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하여 국가 또는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는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전체 국민의료비의 약 71.2%를 공공부문에서 지출하고 있다(OECD Health Data 2006). 하지만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질병구조의 변화, 인구구조의 저출산ㆍ고령화, 신 의료기술의 발달,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고가의 질 높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 증가는 국가 전체의 보건의료비지출을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에서는 [공공 보건의료 재정의 확충 - 보건의료비 지출의 급격한 증가 억제 - 공공 보건의료재정의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사용]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직면해 있다. 단면적으로는 다양한 보건의료 서비스들 중에서 어떤 근거와 기준에 따라 무엇을 먼저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가 하는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큰 맥락에서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 같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보편적인 흐름과는 다른 특수한 여건 때문에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문제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저 보험료 - 저 수가 - 저 급여」체계에서 「적정 보험료 - 적정 수가 - 적정 급여」체계로 전환을 시작하면서 급여목록의 확대를 통한 보장성수준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보장성강화의 우선순위 선정문제와 이에 필요한 공공 보건의료재원의 확보가 새롭게 해결할 과제로 등장한 상황이다. 또 다른 논의는 의료산업화전략에서 추진되는 국민건강보험과 민영 의료보험간의 역할 설정문제이다. 이 문제는 국민건강보장에서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할 영역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구분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우선적으로, 또는 필수적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보건의료 서비스인가에 대해 논의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확대 문제와 민영의료보험과의 역할설정 문제는 결국 어떠한 원칙으로 공공재원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투명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틀에 기초해야 해결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정부의 정책의지, 관련 기관들간의 이해조정, 이해당사자들간의 협의 등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결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이 우선선위를 결정함에 따라 국민들은 우선순위 결정 기준과 과정을 알지 못한다. 둘째, 우선순위 결정과정 자체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못하다. 셋째, 국민들의 우선순위 결정과정에의 의사 참여가 공식적이지 않다. 넷째, 우선순위 결정의 명시적인 기준이 불투명하다. 다섯째, 우선순위 결정의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기반이 부족하다. 여섯째, 결정된 의사결정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 일곱째,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목표설정이 분명치 않다.
2.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에 대한 이해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의사결정은 ‘거시적(정치적)‘, ’중범위(제도적)‘ 및 ’미시적(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의료서비스에 할당되는 전체적인 재정 수준; 둘째, 지리적인 여건에 따른 보건의료 서비스의 분배; 셋째, 특정 진료 형태에 대한 자원 할당; 넷째, 어떤 환자들이 진료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선택; 다섯째, 개별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R. Klein, Puzzling out priorities, in: British Medical Journal, 1998). 서로 다른 수준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의사결정은 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거시적(정치적)‘ 차원이며, 세 번째 차원은 ’중범위(제도적)‘ 차원이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차원은 ’미시적(개인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의 경우 주로 두 번째인 중범위 수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두 번째 수준인 중범위 수준과 관련된 의사결정이지만, 동시에 거시적 수준과 미시적 수준과도 상호 연관관계 하에서 작동하고 있다. 거시적 수준과 관련해서는 보건의료부문 또는 국민건강보험의 총재정이 얼마나 더 증가할 것인가 또는 감소할 것인지에 따라서 중범위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선순위의 과정의 폭과 범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시적 수준과 관련해서는 중범위 수준의 결정이 실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병상 측면에서의 결정’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미시적 수준의 결정이 중범위, 더 나아가 거시적 수준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우리나라 의료자원 할당 우선순위 결과정의 특징과 국민의식
보건의료자원 할당을 위한 우선순위 선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사회적 합의가 기초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보건의료자원 할당 우선순위선정과정과 우선순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국민들의 의사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파악한다”는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자원할당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중(public)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5년과 2006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자원 할당을 위한 우선순위 선정에 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일반국민의 경우 42.5%(2005년도 62.1%)가 국민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2005년도 연구에서 나타났던 바와 같이 비단 국민들의 의견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간호사, 약사, 그리고 관련 전문가집단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표 1> 참조).
<표 1> 국민건강보험의 급여확대 우선순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집단 - 생략
이러한 결과를 1998년도의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표2> 참조). 유럽 국가들의 경우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서 국민들의 의견보다는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많았으며, 두 번째로 보건부나 공단과 같은 관리자로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표 2> 유럽 국가들에서 우선순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집단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 생략
우리나라와 유럽국가들에서의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의사들에 대한 응답이 낮았다는 점은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전문지식에 대한 권위가 상당히 실추되고 있는 현상을 반증한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집단이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은 것으로 해석할 경우, 국민들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절차와 근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표 3> 우선순위 선정원칙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 생략
직접적인 예시와 함께 제시하고 우선순위 선정원칙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한 결과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부터 보장”으로 22.8%가 1순위로 응답하였다(<표 3> 참조). 두 번째는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이들부터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19.2%로 나타났으며, 세 번째로 많은 의견은 “ 삶의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부터 보장”(16.1%)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는 “건강상태가 가장 나쁜 사람부터 보장”(13.4%)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비용효율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치료를 통해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부터 보장”해야 하는 의견(6.8%)이나, “질병이나 상태에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한 의견(6.4%)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료보장의 목표나 우선순위 원칙에 있어서 비용효율원칙보다는 구제의 원칙(rule of rescue)나 공동체적인 원칙 등 보다 형평성에 더 가까운 의견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순위 선정은 또한 재원의 확충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원의 확충과 관련하여 일반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안은 다른 부문에 사용되는 재원을 의료부문으로 많이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응답한 비율은 2005년 조사와 비슷하게 45.6%로 나타났다(2005년도 45.7%). 이 밖에 보험료율 인상이나 의료보장세 신설 등 국민들이 공공재원으로 납부해야 할 부담이 늘어나는 방안은 합계 14,7%(2005년도 11.5%) 정도로 나타났다(<표 4> 참조).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우선순위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큰 요소가 보험료와 조세라고 할 경우, 국민들의 이러한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근거와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표 4> 추가적 의료비용 조달을 위해 가장 선호하는 방안 - 생략
4. 우리나라의 우선순위 선정과정의 가능성 모색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 우선순위 선정을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할 주요 사항들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이다. 첫째,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의 중심에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조세에 의한 영국이나 스웨덴의 국가보건의료체계인 NHS형태뿐만 아니라 독일의 사회보험형태와도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체계는 재정체계는 중앙집중적이고 공공 중심적 있지만, 보건의료 서비스의 공급체계는 이와는 달리 민간위주로 되어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보험자가 구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립적인 진료비 심사ㆍ급여 적정성 평가 기구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존재한다. 두 번째 고려사항은 근거중심 의학의 활용과 관련된 것이다. 근거중심 의학은 우선순위 선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 제공의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진료비의 심사나 진료지침 등은 미시적인 수준에서 발생하는 우선순위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고려사항은 재정문제이다. 전체 재정의 20%정도가 국가부담금 또는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순수하게 보험료로만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재원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재정 사용, 또는 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는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재정문제는 우선순위 할당을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할당의 총량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우선순위 선정 자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특정한 규모의 재정은 특정한 질병 또는 계층, 항목 등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끌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재원의 규모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항목의 종류가 결정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고려사항은 의료서비스(처치/검진), 의약품, 치료재료 및 신 의료기술 도입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종류의 급여항목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각각 다른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에서 이러한 여러 가지 고려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국민적ㆍ사회적 정당성 확보”이다.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결정과정에서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자신들 스스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또는 항목들)를 선정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확충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재원의 확보와 재원의 사용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ㆍ사회적 정당성”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획득될 수도 있고, 분명한 가치기준에 대한 동의에 의해서 획득될 수도 있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정당성의 획득될 수도 있으며, 또한 이 세 가지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정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 절차를 도식화하면 <그림 1>와 같이 표현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위에 놓여 있는 우선순위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합의는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 또는 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집단들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물론 이 원칙은 불변의 것은 아니지만, 정당성을 획득한 이상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우선순위 원칙을 정립하는 것은 국민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국민건강보험제도 또는 의료보장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우선순위 원칙이 정립된 이후에 우선순위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이 세부적인 기준은 우선순위 원칙 아래에서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 기준은 전문적인 영역이며, 그 기준에 맞는 근거자료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결정자로서 의사와 같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보험자도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보험자는 국민을 대리하여 재정확충과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러한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 항목들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함께 얻어야 한다. 이 때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작되었던 국민들의 정당성을 얻은 우선순위 원칙에 합당하게 진행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가 가장 주안점이 된다. 즉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재정확충(보험료나 국고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동시에 얻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우선순위 결정을 통해 실제 건강보험의 급여가 제공되는데 실제 보험급여가 실행된 결과에 따라서 다시 우선순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과정을 겪게 될 수 있다. 이 피드백 과정에는 이의신청이나 항의과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림 1> 중범위 수준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 절차 - 생략
<그림 1>의 오른편에 있는 신 의료기술, 의약품,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각각 별도의 체계로 진행해야 할지 통합하여 진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이러한 우선순위 의사결정과정을 누가, 어떠한 장(場) 또는 어떤 기구에서 결정해야 할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확대 또는 보장성과 관련된 우선순위 결정, 신 의료기술 등에 있어서 재정소요에만 상당히 치우쳐져 있어서 비용효과에 대한 고려가 진지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평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들도 아직 시행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 의료기술 또는 의약품 등에 대한 건강보험 도입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 급여의 심사ㆍ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대단히 전문적이며,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심사ㆍ평가 전문기구에서 이러한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의사결정 또는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근거들을 독점하는 것은 국민적 “정당성” 확보 또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한다면, 그 내용과 형식에서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위원회 또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재원 확충과 관련된 우선순위 선정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국민적ㆍ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국민들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자역할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안의 핵심은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보험료ㆍ수가만을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의 기능을 보다 강화한 가칭 “가입자위원회”를 설립(이태수 등,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 연구, 국민건강보험공단, 2004)하고, 가입자 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에 의한 국민건강보장과 관련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가입자위원회를 통하여 국민건강보장정책 계획수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민건강보장정책은 국민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재정확충과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결정할 수 의사결정구조가 구축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과정은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인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갑, 이상이, 서남규/건강보험연구원
1.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은 왜 필요한가?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하여 국가 또는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는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은 전체 국민의료비의 약 71.2%를 공공부문에서 지출하고 있다(OECD Health Data 2006). 하지만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질병구조의 변화, 인구구조의 저출산ㆍ고령화, 신 의료기술의 발달,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고가의 질 높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 증가는 국가 전체의 보건의료비지출을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에서는 [공공 보건의료 재정의 확충 - 보건의료비 지출의 급격한 증가 억제 - 공공 보건의료재정의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사용]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직면해 있다. 단면적으로는 다양한 보건의료 서비스들 중에서 어떤 근거와 기준에 따라 무엇을 먼저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가 하는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큰 맥락에서는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 같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보편적인 흐름과는 다른 특수한 여건 때문에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문제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저 보험료 - 저 수가 - 저 급여」체계에서 「적정 보험료 - 적정 수가 - 적정 급여」체계로 전환을 시작하면서 급여목록의 확대를 통한 보장성수준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보장성강화의 우선순위 선정문제와 이에 필요한 공공 보건의료재원의 확보가 새롭게 해결할 과제로 등장한 상황이다. 또 다른 논의는 의료산업화전략에서 추진되는 국민건강보험과 민영 의료보험간의 역할 설정문제이다. 이 문제는 국민건강보장에서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할 영역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구분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우선적으로, 또는 필수적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보건의료 서비스인가에 대해 논의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확대 문제와 민영의료보험과의 역할설정 문제는 결국 어떠한 원칙으로 공공재원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투명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틀에 기초해야 해결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정부의 정책의지, 관련 기관들간의 이해조정, 이해당사자들간의 협의 등에 따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결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나타나고 있다. 첫째, 정부와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이 우선선위를 결정함에 따라 국민들은 우선순위 결정 기준과 과정을 알지 못한다. 둘째, 우선순위 결정과정 자체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못하다. 셋째, 국민들의 우선순위 결정과정에의 의사 참여가 공식적이지 않다. 넷째, 우선순위 결정의 명시적인 기준이 불투명하다. 다섯째, 우선순위 결정의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기반이 부족하다. 여섯째, 결정된 의사결정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 일곱째,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목표설정이 분명치 않다.
2.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에 대한 이해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의사결정은 ‘거시적(정치적)‘, ’중범위(제도적)‘ 및 ’미시적(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의료서비스에 할당되는 전체적인 재정 수준; 둘째, 지리적인 여건에 따른 보건의료 서비스의 분배; 셋째, 특정 진료 형태에 대한 자원 할당; 넷째, 어떤 환자들이 진료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선택; 다섯째, 개별 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R. Klein, Puzzling out priorities, in: British Medical Journal, 1998). 서로 다른 수준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의사결정은 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거시적(정치적)‘ 차원이며, 세 번째 차원은 ’중범위(제도적)‘ 차원이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차원은 ’미시적(개인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의 경우 주로 두 번째인 중범위 수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두 번째 수준인 중범위 수준과 관련된 의사결정이지만, 동시에 거시적 수준과 미시적 수준과도 상호 연관관계 하에서 작동하고 있다. 거시적 수준과 관련해서는 보건의료부문 또는 국민건강보험의 총재정이 얼마나 더 증가할 것인가 또는 감소할 것인지에 따라서 중범위 수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선순위의 과정의 폭과 범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시적 수준과 관련해서는 중범위 수준의 결정이 실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서 얼마나 잘 적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병상 측면에서의 결정’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미시적 수준의 결정이 중범위, 더 나아가 거시적 수준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3. 우리나라 의료자원 할당 우선순위 결과정의 특징과 국민의식
보건의료자원 할당을 위한 우선순위 선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사회적 합의가 기초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보건의료자원 할당 우선순위선정과정과 우선순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국민들의 의사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파악한다”는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자원할당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공중(public)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5년과 2006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자원 할당을 위한 우선순위 선정에 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일반국민의 경우 42.5%(2005년도 62.1%)가 국민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2005년도 연구에서 나타났던 바와 같이 비단 국민들의 의견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간호사, 약사, 그리고 관련 전문가집단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표 1> 참조).
<표 1> 국민건강보험의 급여확대 우선순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집단 - 생략
이러한 결과를 1998년도의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표2> 참조). 유럽 국가들의 경우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서 국민들의 의견보다는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많았으며, 두 번째로 보건부나 공단과 같은 관리자로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표 2> 유럽 국가들에서 우선순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집단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 생략
우리나라와 유럽국가들에서의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의사들에 대한 응답이 낮았다는 점은 의료인들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전문지식에 대한 권위가 상당히 실추되고 있는 현상을 반증한다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집단이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은 것으로 해석할 경우, 국민들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절차와 근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표 3> 우선순위 선정원칙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 생략
직접적인 예시와 함께 제시하고 우선순위 선정원칙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한 결과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부터 보장”으로 22.8%가 1순위로 응답하였다(<표 3> 참조). 두 번째는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이들부터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19.2%로 나타났으며, 세 번째로 많은 의견은 “ 삶의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부터 보장”(16.1%)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는 “건강상태가 가장 나쁜 사람부터 보장”(13.4%)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비용효율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치료를 통해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부터 보장”해야 하는 의견(6.8%)이나, “질병이나 상태에 상관없이 의료비 부담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한 의견(6.4%)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료보장의 목표나 우선순위 원칙에 있어서 비용효율원칙보다는 구제의 원칙(rule of rescue)나 공동체적인 원칙 등 보다 형평성에 더 가까운 의견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순위 선정은 또한 재원의 확충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원의 확충과 관련하여 일반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안은 다른 부문에 사용되는 재원을 의료부문으로 많이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응답한 비율은 2005년 조사와 비슷하게 45.6%로 나타났다(2005년도 45.7%). 이 밖에 보험료율 인상이나 의료보장세 신설 등 국민들이 공공재원으로 납부해야 할 부담이 늘어나는 방안은 합계 14,7%(2005년도 11.5%) 정도로 나타났다(<표 4> 참조).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우선순위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가장 큰 요소가 보험료와 조세라고 할 경우, 국민들의 이러한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근거와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표 4> 추가적 의료비용 조달을 위해 가장 선호하는 방안 - 생략
4. 우리나라의 우선순위 선정과정의 가능성 모색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 우선순위 선정을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할 주요 사항들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이다. 첫째,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의 중심에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조세에 의한 영국이나 스웨덴의 국가보건의료체계인 NHS형태뿐만 아니라 독일의 사회보험형태와도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체계는 재정체계는 중앙집중적이고 공공 중심적 있지만, 보건의료 서비스의 공급체계는 이와는 달리 민간위주로 되어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보험자가 구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립적인 진료비 심사ㆍ급여 적정성 평가 기구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존재한다. 두 번째 고려사항은 근거중심 의학의 활용과 관련된 것이다. 근거중심 의학은 우선순위 선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 제공의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진료비의 심사나 진료지침 등은 미시적인 수준에서 발생하는 우선순위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고려사항은 재정문제이다. 전체 재정의 20%정도가 국가부담금 또는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순수하게 보험료로만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재원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재정 사용, 또는 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는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재정문제는 우선순위 할당을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으로 할당의 총량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우선순위 선정 자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특정한 규모의 재정은 특정한 질병 또는 계층, 항목 등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끌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재원의 규모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항목의 종류가 결정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고려사항은 의료서비스(처치/검진), 의약품, 치료재료 및 신 의료기술 도입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종류의 급여항목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각각 다른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에서 이러한 여러 가지 고려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키워드는 “국민적ㆍ사회적 정당성 확보”이다.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결정과정에서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자신들 스스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또는 항목들)를 선정하고, 그에 필요한 재원확충에 동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재원의 확보와 재원의 사용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ㆍ사회적 정당성”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획득될 수도 있고, 분명한 가치기준에 대한 동의에 의해서 획득될 수도 있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정당성의 획득될 수도 있으며, 또한 이 세 가지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정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 절차를 도식화하면 <그림 1>와 같이 표현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위에 놓여 있는 우선순위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합의는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 또는 전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집단들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물론 이 원칙은 불변의 것은 아니지만, 정당성을 획득한 이상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우선순위 원칙을 정립하는 것은 국민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국민건강보험제도 또는 의료보장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우선순위 원칙이 정립된 이후에 우선순위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이 세부적인 기준은 우선순위 원칙 아래에서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 기준은 전문적인 영역이며, 그 기준에 맞는 근거자료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결정자로서 의사와 같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보험자도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보험자는 국민을 대리하여 재정확충과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러한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 항목들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함께 얻어야 한다. 이 때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작되었던 국민들의 정당성을 얻은 우선순위 원칙에 합당하게 진행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가 가장 주안점이 된다. 즉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재정확충(보험료나 국고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동시에 얻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우선순위 결정을 통해 실제 건강보험의 급여가 제공되는데 실제 보험급여가 실행된 결과에 따라서 다시 우선순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과정을 겪게 될 수 있다. 이 피드백 과정에는 이의신청이나 항의과정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림 1> 중범위 수준에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 절차 - 생략
<그림 1>의 오른편에 있는 신 의료기술, 의약품,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각각 별도의 체계로 진행해야 할지 통합하여 진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이러한 우선순위 의사결정과정을 누가, 어떠한 장(場) 또는 어떤 기구에서 결정해야 할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확대 또는 보장성과 관련된 우선순위 결정, 신 의료기술 등에 있어서 재정소요에만 상당히 치우쳐져 있어서 비용효과에 대한 고려가 진지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평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들도 아직 시행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 의료기술 또는 의약품 등에 대한 건강보험 도입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 급여의 심사ㆍ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대단히 전문적이며,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심사ㆍ평가 전문기구에서 이러한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의사결정 또는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근거들을 독점하는 것은 국민적 “정당성” 확보 또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한다면, 그 내용과 형식에서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위원회 또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재원 확충과 관련된 우선순위 선정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국민적ㆍ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국민들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자역할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안의 핵심은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보험료ㆍ수가만을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의 기능을 보다 강화한 가칭 “가입자위원회”를 설립(이태수 등,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 연구, 국민건강보험공단, 2004)하고, 가입자 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에 의한 국민건강보장과 관련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가입자위원회를 통하여 국민건강보장정책 계획수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민건강보장정책은 국민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재정확충과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결정할 수 의사결정구조가 구축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건의료자원 할당의 우선순위 선정과정은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인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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