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빈곤 정책의 평가와 대안 모색』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책토론회 후기

손혜민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은 한국의 복지 패러다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듯 하다. 그 변화로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바로 ‘근로빈곤층’과 관련된 것이다.

이전까지 빈곤한 집단을 일컬을 때 사회적으로 허용되었던 수준은 실제로 장애인 및 노약자 등의 근로능력이 없는, 소위 정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지식경제사회로의 이행 등 사회전반에 걸친 변화는 비정규직 양산을 이끌었고 빈곤의 범주에 ‘근로빈곤’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추가시켰다. 즉, 일을 하지만, 그로 인한 소득수준이 너무 낮아, 근로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한 계층이 그들인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이전의 생활보호법에서는 제외되었던 ‘근로가능한 자’도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은 따라서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빈곤 범주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렇듯 근로빈곤층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탈빈곤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급격히 그 관심이 증대되어 왔다.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함께 시행 된 자활사업은 대표적인 근로빈곤정책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 하지만 근로빈곤층에 대한 정책적 개입은 대상의 사각지대 및 복지 의존성 등 아직까지도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5월 25일 금요일 오후 3시에 『탈빈곤 정책의 평가와 대안 모색』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이미 4월 6일에 열렀던 ‘최저생계비 실계측연도를 맞이한 시민사회의 대응’의 정책 간담회에 이어 마련된 두 번째 토론회로서 지난 7년 동안 시행되어 온 자활사업을 점검하고 평가하며 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정책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뿐만 아니라 자활사업 실무자 및 시민단체 활동가, 그리고 다수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남기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발제는 류만희 상지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백승호 한림대학교 교수, 이현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 공공부조팀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근로빈곤정책의 재구조화; 자활사업을 중심으로

발제를 맡은 류만희 교수는 근로빈곤층을 정책대상으로 하는 대표적 탈빈곤정책인 자활사업은 정부 및 민간기업 등 그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자활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인데 특히 자활사업 참여를 통한 탈수급자, 즉 자활성공률은 2001년~2006년 동안 9.5%에서 6%(추정치)로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활성공률이 낮은 이유를 류 교수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그 첫째로 복지의존성을 들었다. 자활사업 참여자들은 취업이나 창업을 했음에도 수급자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자활사업 제도 자체에 탈수급을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매우 적고, 보충급여의 문제로 인한다고 주장했다. 즉, 수급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유지하지 않는 것보다 더 편익이 크다는 데에 기인하는 것이다. 둘째로 자활사업 참여자의 문제를 들었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수급자의 일반적 특성이 이미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어 온 장기실업자층이며 반복적으로 빈곤을 경험하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오히려 이러한 낮은 자활성공률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자활사업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현재의 자활사업은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급여수준 상향 및 시장진입에 가깝도록 설계된 단계적 자활경로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상위단계- 즉, 시장진입에 도달하기까지 -로 올라갈수록 제공되는 급여가 수급자가 그 다음 단계의 자활경로로 이동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어 류 교수는 이렇듯 현재 자활사업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다음의 네 가지 대안으로 근로빈곤정책의 재구조화를 시도했다.

우선 가칭 ‘일을 통한 근로지원서비스법’ 제정이다. 이는 근로빈곤층의 탈빈곤을 끌어안은 자활사업은 실제로 근로빈곤층 중 2%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근로빈곤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지원법이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근로빈곤층의 사각지대 해소를 지적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활사업이 전체 근로빈곤층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기반 한다. 따라서 근로능력과 근로의욕에 따라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빈곤층을 보호범위에 포함시키거나 자활사업의 근로유지형 프로그램 참여자 일부를 지역봉사 프로그램 등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즉, 근로빈곤층이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열어두되, 수급자의 근로능력과 근로의욕에 따라 그것이 높다면 자활 프로그램의 상향조정을, 낮다면 아예 수급자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셋째로는 고용, 취업서비스 기능의 강화이다. 이는 근로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이 근로의욕과 근로능력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근로의욕과 근로능력이 가장 낮은 집단부터 가장 높은 집단까지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두는 것이다. 또한 창업지원 및 인적자본개발서비스 등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중심형 근로빈곤정책의 중점화를 말했다. 앞에 언급된 세 가지가 중앙정부의 제도개선을 통한 것이라면 이것은 지역사회 중심이라는 점에서 근로빈곤층의 욕구와 노동시장간의 조응을 통한 효율성 달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마지막으로 근로빈곤정책은 단순히 제도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근로빈곤층 스스로의 변화를 자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별주의적 틀을 가진 빈곤정책, 꼭 유지되어야 하는가?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백승호 한림대 교수는 탈빈곤정책을 ‘정치적 측면’에서 말했다. 즉, 선별적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지는 자활사업은 빈곤하지 않은 국민으로부터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정치적 공격 앞에서 예산감축, 전반적 지지획득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탈빈곤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류 교수가 제안한 근로지원법에는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지만 현존하는 선별주의적 제도의 틀 안에서 이행되는 한 예산확보의 어려움, 이로 인한 충분한 인센티브 제공의 제약 등으로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근로지원법이 공공부조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 보다 이와 결별하여 보편주의적 성격으로서 노동시장 정책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류 교수가 제시한 자활사업의 문제점 중 정부의 자활사업 표준화가 그 운영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빈곤정책의 재구조화는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제도간의 조정 및 통합의 필요성을 말했다. 즉, 자활사업에 한정된 재구조화만이 아닌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정책의 재구조화, 복지국가 전략의 패러다임 내에서의 재구조화까지 나아가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보다 장기적으로 자활사업 틀 안에서만이 아닌 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 그리고 사회정책 담당부처의 통합을 고려한 근로빈곤정책의 재구조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빈곤의 문제, 사회적 문제를 넘어 ‘인간의 문제’로

이현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근로빈곤문제에 대한 정책적 재구조화를 지향하는 류만희 교수의 문제의식에 기본적으로 동감하며 타당하다고 말했다.

우선 빈곤에 있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과거정책이 새로운 빈곤문제에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근로빈곤정책을 단순히 자활사업으로만 한정시킨 것을 아쉬움으로 들고 있다. 또한 자활사업의 대상자 확대는 대상 규모가 커지면, 탈빈곤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대한 명확한 논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연구원은 빈곤을 보는 시각을 말하고 있는데 빈곤 문제가 단지 사회문제로 한정해 고찰되기 보다는 인간문제로 이해되어야 함을 지적하면서 근로빈곤의 문제 역시 근로동기, 그리고 근로동기를 형성하는 사회속의 개인사를 찾아내어 보다 친절하게 근로로 이어질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활의 정체성이 이제는 조금 더 명확해 져야 한다면서 자활사업의 목적이 단순한 탈빈곤이 아닌 취약빈곤층의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바뀐다면 현재 자활사업이 직면하고 있는 평가의 영역이 받고 있는 공격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근로빈곤층에 대한 정책적 재구조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우선 백 교수가 발제자에게 질문 한 5대 표준화사업이 자활사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류 교수는 자활사업 선정 시 다양한 고민들을 했어야 했는데 정책적 융통성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하고 싶었다면서, 따라서 결과적으로 시장이 형성 되지 조차 못한 곳에 표준화된 사업만을 하려고 하니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연구원이 문제제기한 근로빈곤의 수적 확장이 탈빈곤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류 교수는 단순한 크기의 문제가 아닌, 근로능력과 근로동기에 따른 근로빈곤층의 Target이 명확해 져야한다는 의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빈곤선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플로우까지 진행된 토론에서는 백 교수가 말한 보편주의적 정책의 체계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복지체제를 이끌고 있는 공공부조의 영역, 즉 최저생계비 수준을 낮추어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백 교수는 물론 최저생계비는 올려야 하지만 근로빈곤정책이 단순히 선별주의적인 공공부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적 정책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러한 보편주의적 정책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앞으로 백 교수 스스로, 그리고 여러 단체 및 학자들 모두가 함께 찾아 나아가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원이 자활사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자는 의견에 현재 자활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근자가 이 연구원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미 정체성은 사회통합으로 명확히 되어있지만 이를 전달하는 체계 및 역량이 부족하다며, 자활후견기관에서 상근하며 겪고 느끼고 있는 자활사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번 토론회는 근로빈곤정책 중 특히 자활사업을 중점을 두었다. 평소 근로빈곤층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대표적 근로빈곤의 탈빈곤정책인 자활사업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늘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근로빈곤정책을 자활사업에만 국한하여 조망했다는 점은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탈빈곤정책의 새로운 가능성과 대안을 살펴볼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백승환 교수가 정치적 관점으로 빈곤정책을 조망한 시각, 즉 보편적인 빈곤정책으로의 지향은 앞으로 한국의 근로빈곤정책, 더 나아가 전반적 탈빈곤정책이 지향해야 할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토론회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현주 연구원이 말한 빈곤을 보는 시각의 변화였다. 빈곤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인간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인간을 향한 휴머니즘적 감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동안 조금은 건조하고 메마르게 느꼈던 탈빈곤정책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탈빈곤정책이 단순히 정적인 정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사람’을 향한 보다 따뜻한 정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게끔 해 주었다. 앞으로 탈빈곤정책, 특히 근로빈곤정책이 보다 인간적 접근을 통한, 인간의 문제로 이해되기를 기대해 본다.

손혜민
2007/07/01 00:00 2007/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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