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 따른 수급자 선정조사 등으로 격무에 시달리던 20대 여성 사회복지사가 숨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2월11일 새벽 4시30분께 부산진구 부전2동사무소 사회복지사 윤소정(여·27·남구 문현동)씨가 자신의 집 욕실에서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동생(23)이 발견했다.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한 윤씨는 3년전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신데 이어 1년만에 어머니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동생을 공부시킨 가장이었다. 윤씨의 동생은 “누나는 늘 밤 9시, 10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올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며 “지난해 연말에는 불우이웃돕기 업무를 맡아 일요일에 출근하기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가 시행된 뒤 사회복지사가 과로로 숨진 것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양시에서도 30대 초반의 사회복지사가 과로를 견디지 못해 숨졌고 이 번이 두 번째이다. 사회복지사 경력 5년째인 윤씨가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선별한 가구는 약 300여세대. 지난해 7월부터 일일이 가정방문해 생활수준 건강상태 부양가족 등을 조사하러 다녔고, 지난해 10월초 각 동사무소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혜 금액이 통지되면서 수혜대상에서 제외됐거나 생계비가 깎인 사람들의 거센 항의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고 한다.

 일선 읍면동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이 맡은 업무는 기초생활보장제 외에도 의료보호 장애인 노인 아동 청소년 영유아복지 생업자금융자 취로사업 등 10가지가 넘는다. IMF사태 이후 한시생활보호자가 급증하면서 업무가 폭주한데 이어 올들어 기초생활보장제도까지 시행되면서 짧은 기간에 선별작업을 끝내야 했던 복지사들 가운데 일부는 과로를 견디지 못해 퇴직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 윤소정(여·27)씨의 과로사와 관련, ‘깨끗한 공직사회를 열어가는 부산 공무원들의 모임(이하 부공연)’이 15일 하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근무여건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가 동사무소를 ‘주민없는 자치센터’로 바꾸면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인력만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각 동의 전반적인 업무 실태를 파악해 하위직 공무원들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 2, 3의 윤소정씨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하루 수백통씩 증명서류를 떼고 전화를 받는다고 해서 일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아니다”며 “도움을 받아야할 영세민들을 일에 지쳐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말에 귀기울여 봐야 할 것이다.

한 사회복지사의 죽음은 개인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위직 공무원 모두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동, 읍면사무소 및 시설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 복지사들 대부분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올 연말까지 700명의 인원을 확충한다지만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작년부터 시행된 국민기초 생활보장제도로 업무가 폭증한데다 낮은 급료와 스트레스로 이직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사회복지의 최일선에 있으면서도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힘겹다는 사회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근무여건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2001/03/10 00:00 200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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