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용권(voucher)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글은 복지동향 2000년 9월호(제 24호)에 "수요자 중심의 사회복지시설보호로의 전환 : 사회복지시설 이용권 제도의 도입과 쟁점"이라는 제목의 글로 게재된 바가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용권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글을 실어 이용권을 둘러싼 각각의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제 33조 에 이용권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는 등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방식의 하나로 이용권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대효과에 대한 우려

이용권(voucher)이란 정부가 지불을 보증한 일종의 증서로서 정해진 금액과 정해진 용도 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급여의 한 형태이다. 이러한 이용권은 식품, 교육, 또는 주택서비스와 같이 큰 용도는 제한을 받지만 그 용도 안에서는 자유로는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수급자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그 결과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공급자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즉 사회복지서비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여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나 [사회복지시설 이용권제도 모형 개발]에 관한 연구 보고에서도 사회복지시설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시설을 선택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용권 도입을 제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기대와는 달리 이용권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기대 효과가 실제 나타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첫째는 서비스 이용자가 선택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경쟁이 발생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에서 경쟁이 가능한가 또는 바람직한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복지 서비스는 수용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여 선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경쟁은 대개의 경우 결과로서 독과점을 가져오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서비스의 질과 가격에 대한 통제력이 소비자의 선택보다는 공급자의 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복지서비스의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은 그 자체가 비용 낭비적이다. 현 상태에서 이용권을 도입하려면 복지 시설과 서비스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의 확대는 이용권 도입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현재 부족한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까지는 공급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선택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선택을 위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이용권에 의한 선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복지 서비스 이용자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자이며 욕구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복지 서비스 이용자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며 복합적인 복지서비스의 질을 평가,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용권은 욕구가 큰 사람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모형 개발안에서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례관리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가 도입된다면 굳이 이용권을 도입하지 않아도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 원하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고 입소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셋째, 이용권의 효과를 기대하는 또 다른 전제는 경쟁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시장은 자기 규제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복지서비스 이용자가 서비스를 선택하게 하면 이들이 우수한 서비스를 선택하기 때문에 높은 서비스의 기준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용권의 도입은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소비자 선택의 힘으로 대체시킬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인 탈규제의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에서의 정부 규제는 규제의 성격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관심의 표현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복지서비스의 소비자는 서비스 공급자에 비해 약자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과 가격에 대한 통제를 소비자 선택으로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또는 소비자 선택을 돕기 위한 기준의 제시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입증되지 않은 이용권의 효과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실제 시행된 이용권의 효과는 이론적 기대와는 달리 불투명하며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미국 Alum Rock project의 경우 학부모의 학교 선택의 기회 확대, 학교간의 경쟁을 장려하기 위해 교육 이용권을 도입하였으나, 결과는 학교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지리적 위치로서 대부분의 학부모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의 질적인 면에 있어서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에 대한 이용권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이용권을 주거 관련 구매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Arizona에서 보육 이용권을 도입한 결과 이용권을 사용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유사한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용권의 도입으로 보육서비스의 질과 공급이 개선되었다는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 결국 이용권은 보육서비스의 가격, 공급, 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 특히 생활시설 서비스는 시설내의 인권침해, 열악한 시설환경, 시설운영의 불투명성, 수요자 요구에 대한 둔감성, 만성적인 공급부족이라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이용권을 도입하여 서비스 수요자의 선택의 기회를 확대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오히려 이용권은 사회복지서비스에 시장의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민영화와 맞물릴 경우 인간의 욕구를 상품화하여 구매력에 따른 복지서비스를 2원화할 수 있으며, 공급자가 문제가 덜 심각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 선택하는 creaming의 문제를 초래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선택의 기회 확대라는 미명아래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용권의 도입보다는 미약한 수준에 있는 사회복지 시설과 정부의 책임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를 논의하여야 한다.

* 위의 논의에 대해서는 Neil Gilbert & Paul Terrell, Dimensions of Social Welfare Policy, pp. 124-127과 Howard J. Karger & James Midgley(ed.), Controversial Issues in Social Policy, 8장-9장 참조바람.

김종해(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1/05/10 00:00 200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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