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의료문제 현황

현행 노숙자 의료체계의 전반적인 문제

일선 의료기관(보건소, 시립병원 등)의 노숙자 관련 의료서비스는, 진료시 발생하는 비용보전의 불투명함과 여유의 진료인력 배치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매우 소극적으로 제공되어 왔다. 가벼운 질병의 경우는 일부 보건소와 소수의 민간자원들이 어느 정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중등증 이상의 심한 질병의 경우는 사실상 충분한 자원이 제공되지 못해왔다. 다만, 1999년 9월 이후 보건복지부의 노숙자 구호비 증액으로 인하여 다소간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예약진료방식이나 급여항목 제한 등의 장벽으로 인하여 실제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상황이며, 게다가 최근 들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의 '노숙자로서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들'은 금년말로 의료보호서비스가 제도적으로 종료됨으로써 향후 심각한 건강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일시적인 문제로 판단되기는 하지만, 금년 7월 이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비용보전이 불투명한 '노숙자 진료'에 병·의원, 약국들이 진료 및 조제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

거주 구분에 따른 의료문제 현황

가. '거리' 생활자

현재는 이들이 상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상시적'인 응급치료 혹은 1차 의료서비스의 제공기전이 없다. 현재, 민간에서 제공되고 있는 '자원'으로는, 영등포 지역의 '요셉의원'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나 '일부 종교기관' 등이 제공하고 있는 서울역 등 거리 진료소가 전부이다. 즉, '거리' 생활자중 환자발생시 공식적인 의뢰 및 후송체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나. '자유의 집' 생활자

'자유의 집' 특성상, 주간에 '품'을 팔고, 야간에 '숙식'을 해결하는 생활자들에게 보건소를 중심으로 되고 있는 '의뢰체계'는 무용지물인 상태이다. 또한, 주간에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 포함되어 있는 '중증' 질환자들의 경우 '보건소'의 '1차 진료수준'은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 현재, '민간자원'중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장기려기념사업회'가 정기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진료소의 경우는 매주 40-5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그 중에서 10%정도는 '새로 오는 환자(신환)'로 판단된다. 금년 2월 22일, 상근 공중보건의(내과 전문의) 1인이 배치되어, 주간에 응급적인 진료를 시행하고 있고,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시립병원이나 국립의료원으로의 의뢰시도가 다소나마 활성화되고 있는 점이 금년 들어 개선된 사항이다.

다. '희망의 집' 생활자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심각한 질환자'는 '희망의 집' 초반기 3개월 사이에 선택적으로 탈락·이탈된 것으로 판단되며, '희망의 집'에 적응해 낸 사람들은 '거리'에서 얻었던 '질병들(특히, 감기를 위시해서 소화기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희망의 집의 경우는 '만성 질환'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주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환자의 진찰의뢰는 일부는 해당 보건소나 '희망의 집' 인근 개인의원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실무자(생활지도사)가 중병이라고 판단하면 시립병원으로 직접 데려간다. 이 경우 특히 치료비나 간병인과 관련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개의 의료기관에서 '노숙자'라고 밝히면, 일단 못마땅한 태도로 진료를 해 주고 있고, 이 제 과정에서 인권 유린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선 보건소의 경우는 더욱 심한데, 이런 점들이 노숙자들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공공의료기관 이용을 하지않게 하는 요인이다.

노숙자 의료문제 해결방안

노숙기간이 길면 길수록 사람은 황폐화되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잠깐동안 이 생활을 견디면서 재기하겠다'고 맘먹고 노숙생활을 시작했다가 노숙으로부터 얻은 육체적 질병으로 인해 노동력이 상실되고, 이 노동력의 상실이 곧바로 정신적인 좌절로 연결되어 결국에는 만성적인 정신·육체적 황폐화가 진행된다. 물론, 한 개인을 지지해주는 가족이나 동료, 사회적 안전망 등의 '지원체계'중의 하나라도 기능한다면 그런 악순환이 극단화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들의 일생을 살펴보면 개인을 지지해주는 그 어떤 요소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다. 이렇듯 노숙자들의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은 1차적으로 이러한 황폐화의 고리를 끊어주는 매우 중요한 접근이며, 그리고 개인적인 지원체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주는 일은 그들의 회복된 건강을 유지시키는 유일한 대안이다.

현재 노숙자들의 건강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기적으로는 중앙 및 지방정부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노숙자 의료구호비'의 '공식화'와 연간 10억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는 총액을 최소한 '두 배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형식적인 자격요건미비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선정되지 못하여 결국 의료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맹점을 극복할 수 있는 '의료부조제도'의 도입이다. 물론,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등 대도시의 역 주변과 같은 노숙자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상설 현장진료소'가 만들어져야 하며, 1차 의료수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자의 경우는 곧바로 상급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는 '노숙자 의료전달체계'의 '공식화'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정신보건시설이나 병원과는 달리, 경계성의 정신과적 문제나 일반적인 알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쉼터 등 노숙자 보호시설의 '특성화 작업', 그리고 '노숙자 건강실태'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 구축과 노숙자 건강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전문의료인력의 '노숙자 의료정책 결정과정에의 참여'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영수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료사업국장
2000/12/10 00:00 2000/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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