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사업의 활성화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
12월 6일부터 4일동안 "빈곤과 실업극복을 위한 국제포럼 - 자활사업 활성화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 국제포럼은 빈곤과 실업이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저소득장기실업자 및 비공식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빈곤층을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공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구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사례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지난 11월 14일 기독교연합회관에서는 이번 국제포럼을 준비하는 국내 워크샵이 국제포럼 준비위원회(전국실업연대, 민주노총 외 9개 단체 참여) 주최 하에 마련되었다. 이 국내워크샵은 외환위기 이후의 대량실업 사태에서 시작된 실업문제가 고용불안의 심화에 따른 장기실업 등에 의한 빈곤화로 귀결되면서 더 이상 빈곤문제를 실업극복과 분리시켜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빈곤 및 실업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접근이 제시되고 한국에서 이와 같은 실험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모색해보는 자리였는데, 우리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사회적 일자리'라는 개념에 대해 서구에서 정리된 개념규정을 소개하고 유럽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참조할 만한 지점들을 짚어보는 자리였다.

첫 번째 주제인 "빈곤 및 실업극복의 대안으로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하였다. 먼저 최근 실업현황 및 양상에 대해 분석하면서 실질적인 장기실업자가 공식적인 장기실업자의 약 3∼4배에 이른다는 점에서 장기실업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빈곤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제하였다. 황덕순 발표자는 그 동안 정부가 대량의 공공근로와 직업훈련을 시행하였고 고용보험의 적용 확대 및 보장수준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실업대책을 시행하여 왔으나, 이와 같은 실업대책이 장기실업에 대한 대응으로는 미약하고 저소득 취약계층 가운데 상당수가 취업알선이나 직업훈련을 통해 민간부문의 정상적인 일자리에서 재취업하기가 곤란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창업 및 공공부문과 제3섹터에서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자활·자립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빈곤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접근 배경을 설명하였다.

유럽에서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일자리의 증가에 따른 고용창출의 경험으로부터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점들을 통해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었는데, 우선 유럽의 경우에는 고실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로 새로운 노동수요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온 반면, 한국의 경우 지표상으로는 실업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노동수요 측면에서의 접근뿐 아니라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사회적 일자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유럽의 경우 사회적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기존의 공적 서비스를 민간으로 이양하거나 복지수혜자들의 노동시장 통합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공공부문의 주도하에 형성된 반면, 한국은 민간으로 이양할 공적 서비스가 별로 없고 복지수혜자들의 노동시장 통합이라는 영역은 이제 비로소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황덕순 발표자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를 공급할 때도 유럽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사회적 기업 또는 사회적 일자리가 공공부문이나 민간기업에서의 기존의 고용을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았다. 셋째, 한국에서 사회적 일자리 혹은 제3섹터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배경은 실업대책 차원에서 시행되었던 공공근로사업이 일부 민간위탁으로 실시되기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일자리를 안정적인 일자리로 전환하는 과정으로서 실업대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 및 실업극복의 가능성은 개인·사회·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얼마만큼 실제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초기단계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발굴하여 이를 노동시장 통합을 위한 활동과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면서 대표적인 사업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간병이나 방문보건서비스, 보육서비스, 지역차원의 환경개선을 위한 각종 서비스 등을 들었다. 이는 동시에 복지전달체계 및 각종 공적 서비스 영역에서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로 두 번째 발제자인 이현송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럽의 자활생산공동체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논의된 특성을 짚어보고, 이와 같은 특성에 비추어 한국에서 실험된 자활생산공동체의 가능성과 문제점에 대해 검토하는 발표를 가졌다. 여기서 자활생산공동체는 운동적 성격의 시민단체가 주체가 되고 빈민들을 조직하여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현송 발표자는 자활생산공동체의 특성으로서 첫째로 제3섹터에 속하는 것을 꼽고 있는데, 이는 보호된 시장에서의 활동과 자원의 동원 및 경영 전반에서 정부 및 비영리단체의 지원을 받는 것과 조직의 운영 및 의사결정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보호된 시장이란 항시적으로 보호된 시장을 필요로 하는 경우-생산되는 서비스가 공공재적 특성을 가지므로 시장에서 적절하게 공급되기 힘들고 국가가 직접 공급할 때 관료제적 경직성 등으로 인한 '국가의 실패'를 보완해야 하므로 부분적으로는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 보호된 시장-와 시장 진출 준비에 소용되는 비용을 사회가 잠정적으로 부담하는 경우-사업주체가 사회적 약자일 때 사업초기의 비용 등을 도와주면 점차 자립할 수 있는 경우-로 나뉘어질 수가 있다. 서구의 경우에는 복지국가 축소 움직임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보호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회적 서비스 영역의 일부를 제3섹터 방식의 보호된 시장으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활생산공동체의 여러 특성으로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는 조직, 주로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 생산공동체, 소유 및 경영에 조직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서비스의 소비자가 지역사회 주민 일반이거나 사회적 취약계층임을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서서 인간회복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인본주의적 관점을 담고자 하는 이념성과 사회개혁운동의 한 단위로서의 존재의의를 갖는 운동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특성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자활생산공동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이현송 발표자는 유능한 경영능력과 자기 희생적인 운동성을 겸비한 운동가의 결합에서 찾았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의 실제적인 자활이라는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이념성과 운동성이 결합된 사회적 실험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접근을 요구했다.

종합토론을 통해 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현실적 조건하에서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자활사업의 발전전망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보다 더 큰 접근방식에 대한 현실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 동안 노동시장 통합의 기능을 갖는 일자리는 한시적 일자리에 불과했고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는 저임금일자리에 불과했다면, '사회적 일자리'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개인의 성장을 이루는 사회통합의 기능을 갖는 일자리로서 한시적이거나 저임금일자리로 고착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번 워크샵은 최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활사업을 중심으로 고민되어져 온 빈곤 및 실업극복의 대안에 대해 그 문제의식을 확장해 보는 자리로서 평가될 수 있겠다.

이은아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00/12/10 00:00 2000/12/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2495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