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중등교육의 40%, 대학교육의 85%)하고 있고 보다 높은 도덕적 가치 기준을 지녀야할 사립학교가 매년 부패와 재단전횡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올 상반기는 전국 수십개 사립중고교와 대학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여, 사립학교가 교육현장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따라서 이제는 사립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민 여론 또한 높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국민 절대 다수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현실에서, 사립학교 학교운영 정상화는 국민교육권에 관한 문제이기에 국민적 관심과 노력을 통해 해결돼야 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21일 33개의 시민·사회·교육관련 단체가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추진할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16개시도의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각 시·군·구별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대국민 홍보·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0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는 사립학교의 투명하고 민주적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으로 반드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 '투명하고 민주적 운영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시민감시활동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사립학교의 공공성 확보

공익이사·공영이사 제도 도입

학교는 민주사회 교육을 위한 민주적 시스템 구축에 모범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의 경우 법인이사회 대부분이 이사장의 친인척 등으로 구성되어 사실상 이사장 일인이 학교운영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이 오늘날 사학 부패의 기본 토양이 되고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공적 성격 강화의 측면과, 학교운영비가 전적으로 학생등록금, 국가지원금 등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공영이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영리법인인 사기업체의 경우에도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는데, 하물며 국민 세금에 의해 공공성과 공익성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법인인 사학재단의 경우라면 더더욱 이사회 구성 정수의 1/2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해당학교 학부모·교직원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이사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 특히 공익이사제도 도입은 이미 1999년 8월 임시국회 때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된 교육부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사립학교법 개악 과정에서 배제되었던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개정해야할 사항이다.

친인척 이사 선임 제한의 강화

거의 대부분의 사립학교 법인 이사회가 친인척으로 구성되어 학교 운영의 공적 성격을 부정하고, 부패 온존구조로서 작용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친족 상속과 족벌 경영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있고, 일반 공익법인의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1/5 범위내에서 친인척관련 이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반해 오히려 사립학교법인의 경우 계속 그 비율이 확대되어 현재 이사회 구성의 1/3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공적 성격과 국가적 자산인 학교의 사적소유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친인척 이사를 일반 공익법인의 수준인 1/5 범위내로 제한하여야 한다.

투명하고 민주적 학교 운영을 위한 참여와 의견 수렴 장치의 제도화

학교 예결산 공개를 위한 구체적 방안의 명문화

사립학교에 부패문제가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외부에서는 사립학교의 내부 상황을 거의 알 수 없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부패는 사립학교의 예결산 및 물품구매·공사 등의 계약관계가 좀체로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음성적 관행 속에서 발생한다. 만약 사립학교의 예결산과 물품구매·공사 등의 계약과정이 공개되어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는 여지는 대폭 축소될 것이다. 따라서 학부모에 대한 예결산 결과 통보의 의무화와 시민감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의 의무적 설치를 위한 작년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시, 교육부 개정안은 이를 국·공립학교에서와 같이 심의기구로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자문기구로 격하되었다. 또한 예결산 검토에 대해서는 학교의 요청이 있을 경우로 한정해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과정에서는 교원위원의 경우 학교장에 의한 위촉으로 규정하여 사실상 학교법인과 학교장이 입맛대로 교원위원을 임명하게끔 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학법인들의 의도적 구성 지연과 교육당국의 수수방관으로 4월말 학운위 구성 완료시점을 넘겨 10월말에도 구성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 그 구성과정의 파행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워, 선출 절차 없는 학교측의 학부모위원·지역위원의 일방적 위촉, 교원위원 후보 중 다수 득표 추천자가 위촉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논리상으로도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성격이 달라야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국공립학교든 사립학교든 설립주체만 다를 뿐, 학운위는 학부모나 교사의 참여 확대를 위해 학교 운영의 참여권을 열어 놓은 것이기에, 사립학교의 경우에만 학교법인의 권리를 배타적으로 인정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사학법인의 전근대적 비민주성과 부패의 관행에 대한 내부 견제·감시 기능의 필요성에서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도 국·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심의기구화 하여야 한다.

부패 방지와 국가 및 감독관청의 지도·감독 강화를 위한 방안의 제도화

교원 임용의 공영·공개화

대다수의 사립학교에서 신규 교직원 임용시 공개 채용이 이루어지는 곳이 극소수이고, 사립학교법과 시행령에서조차 교사·교수·직원의 임용제도 및 절차에 관해 아무런 규정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신규 교직원 임용과정이 학교법인 관계자의 인맥과 기부금 채용 등의 음성적 거래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 이로 인해, 첫째로 인사권 남용으로 인한 학생의 피해가 발생하고, 둘째로 기부금 채용 등 음성적 거래에 의한 부패 양산의 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셋째로는 이사장 중심의 일방적 인적구조 형성으로 인한 내부 견제 기능의 상실과 같은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립학교 교원 임용제도의 공개·공영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구체적 해결방안으로 시도교육청 단위에 사립학교 교원임용위원회를 교원단체, 교육청, 사학재단 동수로 구성하여 이를 통해 임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학의 경우 인사위원회에 대한 재단의 개입이 일상화되어 있고, 재임용제도 또한 교수들을 통제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실제로 그동안 많은 물의를 빚어 왔다. 따라서 인사위원회 활동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이에 대한 학교법인의 개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교원 임면권이 총학장에게 부여되도록 하여야 한다.

학교 비리로 인해 처벌받은 당사자의 학교 복귀금지

부패사학 문제의 일반적 공통점은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다시 학교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분규가 발생하거나, 또는 학교에 복귀해서 다시 비리를 저지름으로 인해 부패문제가 재발되는 부패 악순환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립학교법으로는 처벌을 받고 2년이 지나면 복귀가 가능하고, 이 기간에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학교 복귀를 위한 준비기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분규 사학에서는 이미 도식화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비리를 재발하는 구조를 근절하고, 사회의 도덕적 가치 기준이 공교육기관에 더욱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비리로 인해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자의 학교 복귀 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

사학부패 당사자에 대한 처벌 강화

일반적으로 부패당사자에 대해 횡령 또는 유용한 금액은 마땅히 변제하도록 하고, 행위에 대한 처벌은 처벌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유독 사립학교 부패 문제에서는 부패 당사자인 학교법인 임원의 횡령, 유용 금액의 변제가 이루어질 경우 학교 복귀가 가능하고, 이러한 법의 허점으로 인해 비리가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무리 공금 횡령·유용을 저지르더라도 드러나지 않으면 그만이고, 드러나게 될 경우엔 변제하면 그만인 식의 이상한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부패 당사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재정 비리에 대해서는 변제와 상관없이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원호 /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회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공동사무처장
2000/11/10 00:00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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