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인복지분야에 몸을 담고, 장애인생활시설이라는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최근 들어 우리 장애인 분야에 나타나고 있는 엄청나게 빠른 변화와 발전(?)의 속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장애인 교육분야도 비장애인과의 통합교육이 확산되고 있고, 복지시설도 수용의 형태에서 이용의 형태로 변화되고 있으며, 격리에서 통합으로,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고용과 장애인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이 제정·시행되는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시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장애인복지시설 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많은 교수진과 전문가들이 새로운 정책대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핵심 내용들을 살펴보면, 과거 공급자 중심의「제공」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이용자의 권리에 기초한「시장」패러다임으로의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시설입소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연구 중이고, 시설신고제를 도입함으로서 공급체계를 확대한다는 것이며, 또한 장애인복지시설의 예산 지원방식의 변화를 통해‘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통용되지 않도록 함으로서 대규모 시설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설평가제를 도입하여 모든 사회복지시설들을 3년에 한번씩 평가함으로서 시설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 또는 위상에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또한 과거의 위치가 제공을 받는 수혜자의 입장이었다고 한다면 변화 이후에는 소비자의 입장으로 변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소비자로서 서비스에 대한 주문과 선택, 그리고 비판과 평가의 주체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온통 정신이 없기는 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이나 원칙이 너무나 바람직한 것이라고 공감하고 있기에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시설장들도 두려운 마음으로 예고된 변화들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권리에 기초한 소비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우리는 그 변화의 과정에서 개선하고 변화되어야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복지시설 대부분의 입소 대상이 생활보호대상자 중심이고, 그 서비스의 수준 또한 기초생활서비스 제공에 머무르고 있다. 장애인복지의 대상체계가 보편주의 원칙에 의해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되지도 못한 여건이며, 시설의 기능 또한 장애인 개개인의 장애특성과 개별적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술적 서비스는 물론이고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수단적 체계로서의 원조적 서비스의 기능은 작동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좀더 현실 여건들 속에서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되돌아 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시설의 직원들 중에 보육사(생활재활교사)들은 아직도 24시간을 교대도 없이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고 전문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실시할 직원의 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복지의 주체가 되고 복지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노동관련 법까지 위반하며 직원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봉사에 의존하며 지금까지 지탱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이나 권리 회복을 위한 그 어떠한 제도와 정책의 시행도 의미를 지닐 수 없다. 서비스의 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질적 수준과 정서, 심리적 상태를 넘어 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이 소비자로서 서비스에 대한 주문과 선택, 그리고 비판과 평가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너무도 먼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시설들이나 운영자들의 부조리들로 인해 장애인복지시설들이 사회 일반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과거의 시설이 개혁의 대상이라고 진단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시설 속에서 땀과 눈물, 그리고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 왔던 장애인복지시설의 직원들을 더 이상 희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최소한의 급여수준을 보장하고, 24시간을 교대도 없이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보육사들의 근무시간은 2교대 교체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성만 / 장봉혜림재활원 원장
2000/10/10 00:00 2000/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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