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발효됨으로써 한 가정의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 누구나 의료급여를 포함한 각종 급여를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규정되는 의료보호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의료급여법을 살펴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본 취지를 훼손할 뿐 만 아니라, 기존의 의료보호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에 그동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을 위해 활동하였던 제 시민사회단체들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 보장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올바른 의료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올바른 의료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파악한 가난한 이들의 건강과 의료이용 실태와 이에 대한 대책을 논하고자 한다.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의 관계

빈곤에서 불건강으로

일반적으로 생활수준에 따라 의료요구율이 다르며 하층생활자에서 요구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서도 생활보호 대상가구나 복지서비스 수급가구에 비하여 차상위계층에서 장애나 병·질환이 없이 건강이 양호한 대상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빈곤층에서는 물질적 요인, 자원의 제한, 교육수준의 저하가 요인이 되어 건강상태의 악화와 질병의 발생으로 불건강상태에 이르게 된다.

우선, 빈곤은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여러 가지 물질적 조건의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부적절한 주택, 영양부족, 농업 및 식량생산의 낙후, 열악한 작업환경, 비위생적인 식수관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자들의 경우 교육 수준이나 나이, 성 등이 직업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직업 선택은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쳐 이것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둘째, 빈곤층에서는 자원의 제한을 받게 된다.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여야 할 필요(need)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데, 대표적인 요인은 경제적 요인이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는 비용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지 못한 경우가 주민의 15.7%에 이르고 있다.

셋째, 교육 수준과의 관련성을 보면, 교육이 좋은 직업과 소득을 얻게 하고 동시에 가족의 영향, 개인적인 건강습관의 형성, 건강과 관련된 인지능력의 획득 등 여러 측면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빈곤으로 인한 교육수준의 저하와 이로 인한 지식자원의 제한이 건강수준의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여성의 교육수준이 어린이의 건강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사회구조 요인이나 심리적, 행태적, 사회적 요인 등이 빈곤에서 불건강으로 가게 하는 매개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불건강에서 빈곤으로

불건강이 빈곤으로 가는 과정은 자본주의적 노동시장 구조에서 질병과 장애가 노동력의 질을 떨어뜨리고 취업의 기회를 제한 당하거나 상대적으로 불리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한계적 빈곤층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적절한 의료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노동력의 상실과 그로 인한 영구적 빈곤화의 길을 가게 된다.

빈곤에 대한 조사에서는 빈곤의 원인으로 남편의 사망·불구·질병 등이 40%, 가족의 불구나 질병이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질환이나 물질남용(알코올, 약물 등)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는데, 캐나다에서의 한 연구에 의하면 홈리스 중 약 21%가 물질남용이나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빈곤이 건강수준의 저하에 기여하고, 낮은 건강수준은 노동시장의 기전을 통하여 다시 빈곤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빈곤과 불건강은 악순환의 고리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빈곤층의 건강실태

철거민과 노점상을 중심으로 한 빈곤층 건강상태에 관한 최근조사에서는 32% 가량이 건강한 편이라고 응답한 반면, 절반이 훨씬 넘는 응답자 68%는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이를 95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전국민 보건의식행태조사 결과(건강한 편 48.9%, 건강하지 못한 편 15.9%)와 비교하면 평균 건강상태보다 나쁨을 알 수 있다.

의료이용 현황

의료보호 환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

올바른 의료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인터넷, 의료기관 방문, 설문 조사를 통해 의료보호 대상자의 의료이용의 현황을 파악하였는데, 일반인들도 모르고, 특히 의료보호 환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불법적이고 불평등한 사례가 나타났다.

1) 의료보호 환자에 대한 불법부당한 대우 사례

입원할 때 차별하는 행위

응급실에서 대기하면서 입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의료보호환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기보다는 의료보호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미루었다.

입원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대형 종합병원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서울경기지역의 모 대학병원 두 곳에서는 의료보호환자에 대하여 10만원과 50만원의 보증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입원중 치료비를 중간 정산하라고 요구하는 행위

대체적으로 병원들은 환자들에 대해서 중간 수납을 요구하고 있다. 중간계산서는 현재 의료비가 얼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뿐이며 반드시 수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특히 시내 모 대학병원에서는 중간 수납을 하지 않으면 그 때부터 약을 주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퇴원을 종용하는 행위

장기입원의 경우 의료보호환자에게 퇴원을 종용하는 행위가 많아 진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고 돌보아줄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구청이나 군청을 통해 대책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원을 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약국에서 조제를 거부하는 행위

의약분업 실시 이후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조제를 기피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피 현상은 의료보호에 대한 체불이 심하다는 사실에 기인하며 동시에 그 규모가 영세한 약국으로서는 전국 각지의 시군구로 조제료와 약가를 신청하기가 매우 번거롭다는 사실에도 원인이 있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도 의료보호 1종 환자는 의원과 약국의 본인부담금이 없으며, 2종 환자는 각각 1,000원과 500원의 본인부담금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나, 일부 약국에서 의료보호환자에 대해서 따로 약가를 받는 사례가 있었다.

2) 설문조사 결과

올바른 의료보호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의, 구로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하여 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하여 의료이용 현황과 장애요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그 중간 결과를 제시하고자 한다.

가) 종별 차별 경험 사례

의료보호 1종 환자의 경우 차별에 대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의료보호 2종 환자들은 차별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실업군이었기 때문에 의료이용의 경험 자체가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 차별의 종류

환자들이 느끼는 차별의 종류로는 입원거부, 입원 지연, 퇴원 종용, 접수 지연 등이 있었으며, 의료보험환자에 비하여 약이나 검사를 적게 받는다고 느끼거나 의료보호환자에 대해서만 중간수납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3)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차별의 원인

경기도에 있는 종합병원입니다.

의료보호 환자진료비를 6개월 째 8억원을 국가로부터 지급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선 보험환자와 차별이 없다면 박대할 이유가 없겠지요?

미수금이 많으니 경영에 허덕이는 병원에선 당연히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적은 돈도 아닌데 언제 줄지 모르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차별의 근원은 의료기관일까요 ? 정부일까요? (건강연대 홈페이지 열린마당)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차별의 중요한 원인은 진료비의 체불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보호진료비 체불 현황은 아래 표와 같아서 일반질환 평균 진료비 체불기간은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1개월까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자치단체별로 재정자립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체불기간이 길게 나타났다.

의료보호환자들의 의료이용이 제한되어 있다.

의료보호환자의 본인부담금 현황

가) 실제 본인부담금 조사

현행 의료보호법에서는 의료보호 1종 환자는 본인부담금이 없으며 2종 환자는 입원시 20%의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보호급여에서 제외되는 필수의료서비스가 많아 실제 본인부담금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경우 의료보호 종별 평균 환자 부담율은 1종의 경우 34.4%, 2종의 경우 46.2%로 의료보험의 경우(55%)보다 약간 낮은 정도였다. 실제로 급여범위의 제한과 법정 비급여, 임의 비급여 등으로 인하여 의료보호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나) 설문 조사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한 적이 있는 사람은 의료보호 1종의 경우 50%, 2종의 경우 37%로 나타났고(표5), 병원에 못간 이유로는 병원비 부담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다(표6).

원인

위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의료보호 대상자들이 높은 본인부담금과 급여 범위의 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료이용의 제한을 받고 있다.

의료보호환자는 대개 갈 곳이 없거나 돌보아줄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돌보아줄 가족이 있거나 간병비를 스스로 부담할 수 있는 의료보험환자와 같은 퇴원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경우, 의료보호환자는 급성기 진료 이후에 반드시 필요한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노인인구와 의료보호대상자의 구성비가 많은 농촌지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 되어 있다.

문제점과 대책

결론적으로 현행 의료보호제도 하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료이용에 대한 경제적 장벽

실제 본인부담금이 높고 급여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경제적 장벽으로 인한 의료이용 장애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거동 불능자가 많고 가족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보험과 같은 수준의 급여 범위만으로는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차별

여전히 환자들은 의료보호환자에 대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병원들도 의료보호환자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의료보호환자의 차별의 근원은 의료보호비의 체불에 있다.

필수적인 서비스 공급 미충족

급성기 진료 이후 거동이 불편한 의료보호환자는 갈 곳이 없거나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수발을 해줄 가족이 없기 때문에 병원으로부터 퇴원을 요구받아도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있거나 기능상태가 저하된 상태로 퇴원하여 건강이 악화된다.

따라서 빈곤층의 건강과 의료보장을 위해서는 첫째, 본인부담금을 현실적으로 낮추어 가난한 이들이 질병 치료를 어려움 없이 받게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의료보호환자가 받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원인이 되는 체불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필수적인 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한다. 의료보호환자, 특히 독거 노인에 대해서는 요양서비스, 가정방문 서비스가 급여화되어야 하며, 일상생활기능이 저하되어 계속 기능상태가 떨어지는 악순환을 그리게 되므로 적절한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조경애 / 건강연대 사무국장
2000/09/10 00:00 2000/09/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2549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