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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8월 12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어 2000년 10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이 법은 기초생활의 보장이 국가의 의무이자 권리로 규정되고, 노동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가난하면 누구나 사회보장의 수급자로 선정되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에 따라 이 법에 의해 규정되는 의료보호법도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취지를 살리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의료보호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 7월말 정부가 제출하여 국무위원회를 통과시킨 의료보호법 개정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취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으며, 종래 의료보호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것들에 대한 개선내용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보호법이 개정되도록 하는 노력들이 긴급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보호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의료보호제도는 사회보장체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공적부조제도 중의 하나로서,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중요한 사회적 안정망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호제도는 1977년 12월 별도의 의료보호법이 제정되고, 1978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면서 시행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1998년말 현재 의료보호 적용인구는 1종 648,461명, 2종 674,235명, 합 1,322,696명이며, 진료비는 8,392억원에 달하고 있다. 1999년의 경우 한시적 생계보호대상자를 포함 170만명의 대상자가 연간 1조원의 진료비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호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의료보호환자들이 너무 높은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음

- 현재 의료보호법 상 1종 의료보호대상자는 본인부담이 없고, 2종의 의료보호대상자는 입원시 20%, 외래이용시 방문당 1,500원의 본임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음. 그러나 실제로 MRI, 초음파와 같은 비급여 항목 등을 포함하면 1종의 경우 전체 진료비의 20~30%, 2종의 경우 40~50%를 본인이 직접부담하고 있음.

▷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음

- 가난한 사람들에 게 꼭 필요한, 방문보건서비스, 간병서비스, 의치급여, 장기요양서비스 등을 제고하지 못하고 있음

▷ 상당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보호에서 제외되고 있음

- 의료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자격정지자, 노숙자들은 의료보호대상자에서도 제외되고 있음

▷ 진료비 체불로 인해 의료보호환자들이 진료를 거부받고 있음

- 매년 진료비에도 못 미치는 예산책정에 따라 1999년말 현재 의료보호진료비 체불액이 2,454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기관이 의료보호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음

▷ 관리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

- 최근 급격한 의료보호진료비의 증가는 상당부문 공급자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데 기인한 것으로 보임

- 또한 의약분업실시이후 개별 병의원뿐만 아니라, 약국까지도 243개 시·군·구에 직접 청구를 해야 하는 등 관리운영상의 비효율이 문제가 되고 있음

정부입법 의료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정방향

새로운 의료보호법의 개정작업은 현재의 의료보호제도의 문제들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고 21세기 의료보장의 기본적 틀을 견고히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거의 담겨있지 않다. 첫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중요한 제정 취지중의 하나가 거택-자활대상자의 구분철폐임에도 불구하고 개정 의료급여법에서는 이러한 구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둘째, 의료보호대상자의 의료이용의 중요한 장애물인 본임부담금을 경감시키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셋째, 가난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급여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넷째, 가난한 이들의 진료시 차별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인 진료비 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과 시민사회단체안 사이의 주요 논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의료보호제도는 사회보장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이루어내고 있는 이때, 우리는 이 제도를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수 있으면서도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제도로 변화시켜내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료보호법의 개정작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에 따른 기술적, 보완적 개정에 그쳐서는 안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보장의 지향을 일치시키고,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의료보호제도 문제들에 대한 발전적 변화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럴 때만이 새로운 의료보호법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지켜내는 의미있는 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영전 / 한양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00/09/10 00:00 2000/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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