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사회복지적 의미

남북 정상의 만남과 남북한의 사회복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어색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는 사실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 남북한은 2차세계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냉전체제의 최전방에서 위치하면서 체제의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국방비를 부담해 왔다. 국방비 부담과 사회복지비 부담이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총과 버터 논쟁' Guns and Butter Debate 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최근까지도 사회복지의 확대를 주장할 때 남북한의 특수상황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국방비 부담 문제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었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되지 않는 경제잉여를 북한 민중의 복지 확대보다는 국방비에 우선적으로 쏟아 붇지 않을 수 없었던 북한의 사정도 첨예한 한반도의 냉전체제에 기인한 것이다. 남북한의 긴장완화가 진행되고 더 이상 과도한 국방비 부담을 할 필요성이 명백하게 사라진다면 남북한은 각자의 사회를 보다 발전적인 모습으로 개발하는데 더욱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긴장완화로 사회의 다른 부분으로 돌려 쓸 수 있는 자원의 양이 늘어난다면 그 중의 상당수는 냉전체제의 희생물이자 남북한 사회의 최대 취약점 중의 하나인 사회복지 부문의 확대와 증진에 사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당위적이거나 선험적인 주장이 아니다. 수십년에 걸친 냉전체제하에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감수한 남북한 민중의 삶에 대한 일종의 물질적, 정신적 보상이기도 하다. 냉전체제와 남북한 사회복지의 관계를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남북 정상회담은 분명 남북한의 사회복지 확대에 매우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분명한 사회복지적 의미를 갖고 있다.

남북의 만남에 대비한 사회복지교육의 필요성

남북 정상회담의 사회복지적 의미는 현재로서는 단순한 의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기도 하지만 정상회담의 사회복지적 의미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자기 인식과 적극적 실천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이후 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거나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산고와 같은 고통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통일이라는 '본 게임'을 치르기 위해서는 많은 몸풀기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남북한 이산가족의 만남 과정에서 아픔과 상처를 아우르기 위한 사회사업적 개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배운 원리에 의하면 사회사업적 개입원리는 이산가족, 상봉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될 수 있고, 또한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만남과 통일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보건분야와 복지분야에 대해 매우 피상적인 지식밖에 없다. 또한 남한의 사회복지제도를 어떻게 보완하고 수정해야 통일에 기여하고 통일 과정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사회복지계의 인력, 더 나아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의 교육과 전문적 연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NGO에서 보건복지의 남북한 교류를 시작하자

정상회담 이후 각 분야에서 남북한의 교류가 가시화 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회복지계의 남북한 교류는 언급되지 않는다. 남북간에 보건복지 분야에서 얼마나 서로 배우고 알려야 할 것이 많은가? 동서독의 통일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분야 중의 하나가 동서독의 사회복지제도를 통합하는 일이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통합의 과정이 힘든 만큼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북한의 교류는 말 그대로 교류이어야 한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지난 50년간 보건복지를 발전시켜 왔으며, 그 중에서는 외형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다. 즉 북한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고 있는 제도에 대해 배울 것이 없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교류가 가능하다. 북한 역시 남한의 보건복지 분야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남북한의 보건복지 분야를 허심탄회하게 객관적으로 인식, 논의하고 이 분야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류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인정받는 NGO 들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NGO 들이 중심이 되어 남북한 보건복지 분야를 비교하고 연구하고 교류하며 통일의 미래상을 그려 나가 보자. 너무나 바쁘고 일이 많은 NGO 이지만 통일과 남북한의 통일만큼 의미 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김연명 /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0/08/10 00:00 200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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