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주로 월드비전이 그동안 추진한 대북지원사업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속에서 바람직한 민간의 대북지원사업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결론지어 말하고자 한다.

북한 위기의 원인

1998년 11월에 있었던 UNICEF/WFP/EU의 북한어린이의 영양상태를 조사한 보고에 따르면 북한 7세이하의 어린이 중 60%가 영양실조에 처해있고 이들 중 16%는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상태라고 한다. 특히 이 보고에서는 12개월에서 24개월사이의 유아 중 30%가량의 어린이가 심각한 급성영양실조 상태라고 보고하고 있다. 금년 7월 12일 유니세프는 북한 5세 미만 영아의 62%가 식량난에 의한 영양실조로 저체중 등 발육장애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북한은 현재 의약품의 부족으로 일반적인 질병은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현재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자체생산 가능한 식량은 필요한 최소 식량의 50%를 조금 넘게 생산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나무뿌리, 들풀 같은 대체식량과 국제기관의 구호식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는 1987년 이후의 농업생산량의 감소, 특히 1995년의 자연재해 등에서 기인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요인들을 보면 1) 예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재배용 기초원료/원자재의 투입(비료, 농약, 연료 등) 2) 석유와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위기 3) 계속되는 이상기후/자연재해 4) 정부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오는 생산력 저하 등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으로 1990년대초부터의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몰락으로 과거 공산권과의 교역활동과 원조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현재 북한의 어려움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현재 가장 어려움을 크게 받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즉각적인 식량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고 최소한의 식량자급을 위하여 농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농업지원과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국가간의 경제활동이 가능한 산업기반의 재건을 필요로 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개입

월드비전이 처음 북한을 지원한 것은 1994년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하던 대리인을 통해 평양에 있는 제3병원에 침상 500개와 황해도의 농장에 60마리의 비육우를 지원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를 계기로 1994년 12월 밥수수 500톤을 지원하는 양해각서에 월드비전과 북한의 대표가 서명하고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당시의 어려웠던 남북관계로 인해 실제지원은 1995년 5월에나 이루어졌다. 월드비전의 북한사역은 1995년 10월 밀가루 1,000톤을 북한에 지원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1996년초 월드비전은 북한을 긴급구호를 위한 최우선순위의 국가로 지정하고 세계의 모든 월드비전이 북한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월드비전은 약 5,500,000달라 가량의 식량, 의약품, 농업용 기자재, 의류들을 WFP를 통하거나 직접 북한에 지원하는 초기 사업을 진행하였다.

국수공장의 시작

월드비전이 중국에서 1995년 10월 북한에 밀가루 1,000톤을 보내면서 관계를 맺은 밀가루회사는 밀가루를 정련하는 시설과 국수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다. 중국 연변의 밀가루 공장에 있는 정련시설과 국수기계를 통해 월드비전은 북한에서 국수공장을 가동하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월드비전의 초기파트너인 북한의 큰물피해대책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제안했다.

·국수는 보관이 가능하도록 말려져서는 안되고 생산 즉시 분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

·국수 생산과 분배는 검증되어야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달에 제공될 원료의 공급이 중단될 것이다.

·주요 수혜자는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이다.

·공장으로부터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가장 가난한 자들이어야 한다.

·월드비전의 기독교적 윤리가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해서는 안된다.

북한 큰물피해대책위원회의 최초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북한주민들은 외국인의 검증을 내정간섭으로 여기므로 식량분배의 검증에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은 월드비전의 옛날 이름인 선명회를 한국어로 발음이 유사한 문선명의 통일교로 잘못 이해했다.

월드비전은 대리인을 통해 북한 관리들과 접촉했고 월드비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다. 결국 북한정부의 승인을 받아내었고 국제선명회와 북한의 큰물피해대책위원회간에 국수공장 가동에 관한 계약이 이루어졌다. 최초의 국수공장은 평안남도 평원군에 자리를 잡았고 북한측에선 인력을, 월드비전은 공장의 기계와 국수원료를 제공하였다. 평원 국수공장은 1996년 2월부터 국수생산기계를 구입하기 시작하여 1996년 9월에 최초로 밀가루가 지원되었다. 공장은 1996년 12월에 완전히 정상 가동되기 시작했고 한 달에 50톤(밀가루 45톤 전분, 메밀가루 5톤, 스프)의 원료를 사용하여 국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주민 10,000명(어린이 4,500명과 성인 5,500명)에게 하루 한끼의 국수를 제공한다. 1년동안 매월 밀가루와 기계부속 등이 차질없이 제공되었고, 북한당국도 월드비전의 분배과정 점검에 대해 아무문제 없이 협조함에 따라 월드비전은 '98회계연도에 다른 지역에 국수공장을 추가로 5개 더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큰물피해대책위원회는 월드비전의 제안을 반대하고 대신 평양에 커다란 공장 한 곳을 세우자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월드비전은 보다 굶주림이 심각한 지역으로 국수공장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결국 5개 지역( 개천시-평안남도, 안주시-평안남도, 선천군-평안북도, 원산시-강원도, 신창읍-함경남도)을 선택하는데 합의하고 평원공장과 같은 규모로 지원하였다. 국수공장의 운영과 분배는 매월 1차례 월드비전에서 북한을 방문하여 현장을 방문하고 일지를 점검하고 있다.

긴급식량지원 및 농업지원 사업

월드비전은 긴급식량지원사업으로 '98년동안 4,000톤의 긴급식량과 식용유 109,000리터를 함흥과 평성에 지원하였고, 1999년 1월 1,200톤의 밀을 지원하는 등 긴급식량구호사업을 1년에 2-3회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주로 식량사정이 극히 나쁜 동북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월드비전은 1998년부터 북한의 농업생산 증대를 위하여 농업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목적은 북한 농민들로 하여금 농장에 살고 있는 농민가족들과 농장 인근의 주민들이 먹을 식량을 증산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방안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1998년 평남 개천시와 강동군 4개의 협동농장에 대한 농사물자와 씨앗, 비료 등의 지원결과 1997년도에 비해 1헥타르 당 2톤의 식량이 증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1999년도부터 함경남도의 2개의 협동농장으로까지 확대하여 사업이 진행되었다.

또 하나의 농업개발사업은 적은 농토를 이용하여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를 일년내내 재배하는 수경재배농법을 북한에 소개한 것이다. 1998년 6월 북한과의 사업논의 후, 그해 10월 인천에서 남포로 1,000평의 수경재배 온실설치를 위한 물자(20피트 컨테이너 9대 및 파이프, 철골구조물 등)가 지원되었다. 또한 월드비전은 '98년 11월 북한의 농업전문가 5명을 호주로 초청하여 호주에서 3주간 수경재배농업연수를 받도록 하였다. 수경재배의 주 수확물은 채소(오이,토마토,참외,호박)이며 '99년 6월4일 오이 700kg을 처음 수확하였다. 현재 매일 500Kg - 700Kg 양의 오이를 수확하고 있다. 월드비전 한국은 2000년도에 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정부로부터 전체사업비의 약 50%에 해당하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지원받아 신선한 채소와 씨감자를 재배하기 위한 1,500평 규모의 온실 3개동과 비료, 씨앗 등을 2000년도 5월과 8월에 지원하였다. 특히, 2000년도의 사업은 북한의 농업과학원과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속적이고도 과학적인 농업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업의 운영

기본적으로 월드비전의 북한사업은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진행된다. 그리고 농업성, 농업과학원 등의 기관과도 사업별로 필요할 경우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월드비전은 평양에 상주연락관을 두고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사업별로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원조과정과 분배과정을 계획, 점검하고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의 북한사업은 단독으로 실시할 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에서 활동 중인 UN 산하기관 - OCHA, WFP, UNDP, FAO, UNICEF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람직한 대북지원사업의 방향

지난 6월말에는 일본에서 대북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기관들과 UN기구들이 모여 바람직한 대북지원사업에 대한 국제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민간기구들이 참으로 인도주의원칙에 입각한 대북지원사업을 수행하였는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것은 받는 자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주는 자의 입장에서만 사업을 수행하지는 않았는가 하며 다시한번 우리를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많은 민간기관들이 북한에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분배과정과 수혜자들(북한주민)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북한당국과의 갈등으로 북한을 떠나는 몇몇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직도 북한은 외부의 원조가 계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NGO들이 북한이 가지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리는 일방적인 철수결정을 보면서 북한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기관들, 특히 한국의 NGO들은 이들의 성급한 결정이 무척이나 유감스럽다. 북한은 외국인이 북한 주민을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해 내정간섭, 체제의 위기감 등을 느끼며 무척이나 긴장한다. 인도주의적인 지원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체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고통을 겪는 대상이 어떻게 하면 외부의 도움으로 고통을 줄이며 스스로 자립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물론 NGO는 이러한 순수한 뜻을 가지고 후원하는 수많은 후원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업을 수행해야 하고 그들에게 계속적인 보고를 해야한다. 그래야 후원자가 끊기지 않고 지속적인 사업수행이 가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NGO는 지원물자의 분배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과정에서 북한의 체제와 대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지속적인 사업수행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려 하는 지금, 북한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민간기구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과는 별개로 식량지원, 농업교류, 의료지원 등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고 정부는 SOC지원, 경제협력 등에 좀 더 치중해야 할 것이다. NGO들도 각 기관들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살려 사업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이 특정사업에 관심을 보이면 사업의 경험도 없이 무작정 합의서를 쓰고, 일회성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낭비일 수 있다. 아직도 우리의 국민정서는 굶주림에 지쳐 고통스러운 모습의 아이를 보고 내 주머니를 열지, 푸른 농장의 모습을 보고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대부분의 NGO들이 사업수행을 위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이러한 극적인 장면을 담아 알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다행히 2000년도부터 정부에서는 민간의 대북지원사업에 기금지원을 시작하였다. 앞으로의 바램은 이러한 기금지원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대북지원에 필요한 자유스러운 기금지원을 규제하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 폐지되어 민간의 다양한 활동과 대북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해본다.

장원석 / 월드비전한국 북한사업팀장
2000/08/10 00:00 200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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