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올해도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울려퍼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양 노총, 차이가 힘이 되는 여성연대 등이 주최한 집회에서는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실천과제를 천명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여성노동자회에서도 3월 3일부터 10일간 전국여성노동자대행진을 개최하였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특수고용노동자 근로기준법 완전 적용!" 플랭카드를 내건 대형버스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9개 도시를 돌며,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결의를 전국 방방곳곳에 알렸다. 공단에서, 역광장에서, 거리에서, 투쟁사업장 앞에서 우리는 비정규직으로의 강제 전환, 실질임금의 하락, 노동3권의 제약, 모성보호와 평등권의 후퇴 등 이 땅의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여성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일하는 여성들의 최소한의 요구

'여성노동자 선언문'에서는 올해 꼭 이루어져야 할 4가지 요구, 일하는 여성들의 최소한의 요구가 담겨있다.

첫째, 여성노동자의 70%가 임시·일용직으로, 그리고 4인 이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여성들에게 노동관련법과 사회보험법을 전면 확대 적용할 것, 그리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탈법행위를 금지하고 정당한 이유없는 단기근로계약 체결을 강력히 규제할 것.

둘째,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완전 적용할 것.

셋째, 출산휴가 90일 확대와 모성보호비용의 사회분담화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을 즉각 통과시켜 7월부터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할 것

넷째, 최저임금을 전체노동자들이 받는 정액급여의 절반수준은 되도록 인상하여 최저생계를 보장할 것. 이 4가지 선언 중 다음 2가지에 대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완전 적용을!

사용종속관계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형태가 다르다며, 급료지급 방식이 다르다며, 근로기준법상의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이 21세기 인권의 시대라고 하는 이 시대에 살고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판매원 등 이러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정부의 기본노동통계에서조차 제외되고 있어 그 규모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1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신분에서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회피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위탁계약'이라는 방식으로 고용형태를 변경시켜왔고, 캐디피를 고객이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시켜왔다. 여성계에서 이들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완전 적용을 촉구하는 이유는 이런 직업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며, 이들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 없이는 여성인력 개발과 성평등 정책을 무기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여성단체와 노동단체들이 수 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명백한 근로자성을 갖고 있으며, 이들에게 최소한의 기본법인 근로기준법 적용이 왜 시급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협소하게 인정하고 노동부가 사업장별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보상받지 못하고, 임신중의 보호는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부당 해고에 일방적인 근로조건 저하와 계약변경에 생존권을 박탈당해왔고, 사용자와 고객에 의한 성희롱을 겪으며 일해왔다.

이들 여성노동자들의 조기정년 철폐투쟁과 노동조합 결성이 표면화되면서 사용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아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의 처지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2000년도에는 여성 노동계의 공동 실천도 적극화되었다. 그래서 2000년도 들어 국민회의는 총선 여성공약으로 특수고용형태의 여성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노동부에서도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노동부에서는 11대 노동개혁핵심과제의 하나로 '비정형근로자 보호대책 수립'을 선정하여 2001년 2월까지 법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비정규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비정형근로자 보호대책]은 너무도 미흡한 것일 뿐 아니라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내용이었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이들에게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조항을 적용하여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해고, 임금, 산재)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모성보호와 같은 조항들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준근로자'로 달리 취급되면, 그렇지 않아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사용자에 의한 특수고용형태의 편법적인 사용이 더욱 확산되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기본권이 더욱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근로계약 신분에서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를 다변화시켜왔듯이, '준근로자'개념이 도입됨과 동시에 기존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에게조차도 이러한 고용형태를 강제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심할 여지없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완전 적용(!)토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 전체노동자들이 받는 정액급여의 절반수준은 되어야

2001년 9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액수는 시간급 1,865원, 월 421,490원(월 226시간)으로, 현재 공공근로보다 10만원이 적은 액수이다.

임금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면서, 특히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수준과 임금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용역, 파견과 같이 위탁업체(사용사업주)와 고용주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 주로 여성들이 취업해있는 업무일수록,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더 나아가 최저임금액이 인상될 때마다 기본급을 인상하고 각종 수당들을 없애는 방식으로 하여 오히려 월급여를 떨어뜨리는 악덕 기업주들,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고 수당 등을 포함해서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급하는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주들도 종종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위탁업체들이 용역단가를 수년동안 동결함으로 인해 용역업체에서는 최저임금 이하로 인건비를 산정하여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므로 노동시장에서 형성되는 임금이 낮아지는 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몸뚱아리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계가 가능하도록 적정수준의 임금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기본권과 인권의 차원에서 절실한 과제이다. 사회보장제도가 획기적으로 확대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현재 최저임금액은 18세 단신노동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어 여성노동자의 50%가 기혼이며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취업이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그나마도 우리의 최저임금 수준은 18세 단신노동자 생계비의 80%,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월평균 가계지출액의 2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렇듯 적은 최저임금액수는 오히려 비정규직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온존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시행되던 초기, 최저임금액은 전체노동자 정액급여 평균의 40%수준이었으나 그후 계속 그 비율이 떨어져, 최근에는 30%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저임금제도로 최저임금 수준이상의 임금을 받게되는 노동자의 비율도 초기에는 10%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2%로 최저임금제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이다. 작년 11월부터는 4인 미만 사업장에도 최저임금제가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그 영향률은 2% 수준에 불과하다(노동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5인 이상의 경우 1.8%, 5인 이하의 경우 3.2%로 발표하고 있음). 그러므로 OECD국 가운데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액이 상용직 임금의 40-60%대인 OECD 가입국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임금 해소와 임금격차의 완화로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내오는 제도로 평가하는 최저임금제, 이제는 그 긍정적 효과가 현실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전체노동자들이 받는 정액급여의 절반정도는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액을 6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전체 노동자의 10% 정도는 최저임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노동관련 실태조사, 정책건의문 등 자료는 http://www.kwwnet.org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왕인순 /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부대표
2001/04/10 00:00 2001/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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