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이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2001년 한 해 동안 적자액을 약 4조로 추계 하였으나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이 우리나라 사회보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보건의료체계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동력이자 기전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건강보험재정의 위기는 단순히 한 사회보장체계의 재정문제를 넘어서는 중요한 사건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재정의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욱이 최근 여러 가지 국내외 정치경제학적 상황과 맞물려 이번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의 방식과 성패는 향후 우리 사회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대 사건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원인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지난 3월 16일 현재와 같은 급여비의 증가가 계속될 경우 직장의료보험은 5월말, 지역의료보험은 7월말에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최근 급격한 진료비의 증가원인으로 의약분업, 수가인상, 본인부담금조정, 약국임의조제의 보험권이전, 고가약처방 등이 그 이유라고 발표하였다<표 1>.

<표 1>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진료비증가원인

그러나 공단의 이러한 발표는 의약분업의 실시를 반대했던 집단들과 일부 언론들에 의해 의약분업자체를 재정파탄의 원인으로 돌리게 하는 우를 범하게된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조제료, 처방료의 신설을 포함하는 수가의 인상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1999년 11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서 총 43.9%의 수가를 인상했다. 특히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에 세 차례에 걸쳐서 총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수가를 인상하였다. 이는 2001년 진료비 증가 예상액 4조4천억원의 41%에 달하는 액수다.

게다가 의료계-약계-시민단체가 합의한 대로 대체조제를 허용했으면 줄일 수 있었던 비싼 약 처방으로 약 7천억원의 재정을 추가 지출했으며, 주사제에 대한 처방료와 조제료 산정으로 3천억원 이상을 낭비하였다. 당초 의료계-약계-시민단체가 합의한 대로 정부가 의약분업을 시행했다면, 이로 인한 국민의 추가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더욱이 시민, 사회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수가의 인상에 따른 재정파탄을 강력히 경고해 왔다. 특히 15차에 걸친 건강보험공단 재정위원회의 동안 시민, 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원가계산방식의 오류를 지적하고, 재정안정화대책의 수립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더욱이 수가의 동결을 결의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철저히 이를 무시하고 근거가 불분명한 수가인상을 감행하였다.

요약하면, 이번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은 수가인상, 주사처방/조제료신설, 진찰료통합실패, 대체조제수준확대실패, 주사제제외실패 등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과, 내부 조정기전의 취약성에 명백히 기인한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정책대안

현재 직면한 건강보험 재정 파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중단기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표 2>.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건강보험재정의 위기를 단순히 보험료 인상과 같은 미봉책으로 해결해서는 안되며,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은 첫째, 지나치게 사적(私的) 형태로 구성되고 운영되고 있는 보건의료체계의 개혁을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공공성과 합리성을 대폭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여전히 취약한 보장성을 특징으로 하는 건강보험체계의 개혁 역시 동시에 이루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의료공급자의 서비스제공과 경영의 투명성이 대폭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부정, 과잉진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련의 정책과정에서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의 동의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의 건강보험재정위기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이용하여 사실을 왜곡시키려는 일련의 정치세력들을 경계하여야 하며, 특히 사회보장체계를 민간보험시장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들에 이용당해서는 안되며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존의 안정상태가 흔들리거나 붕괴된다는 의미의 부정성뿐만 아니라 그 계기를 통해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오늘의 건강보험위기를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강화를 이루어 내는 중요한 계기로 만들기 위한 지혜와 노력을 모으는 일이 절실한 때이다.

<표 2> 건강보험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되고 있는 정책안들

신영전 / 한양의대
2001/04/10 00:00 2001/04/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260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