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위기의 원인, 묻고 답하기(표누락)
월간 복지동향/2001 :
2001/04/10 00:00
1. 건강보험 재정위기, 도대체 원인은 무엇인가요?
건강보험 위기의 직접적 원인, 과도한 수가인상입니다.
수가는 99년 하반기부터 5차례, 43.9%나 인상되었습니다.
정부는 의약분업으로 약가마진이 없어져 발생하게 될 의료계의 손실을 지난 99년 11월과 2000년 4월 수가인상으로 보전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파업을 무마하기 위해서 그 이후 3차례에 걸친 수가인상을 단행하였고, 추가비용은 1조8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01년 1월 수가인상으로 인한 비용지출을 면밀히 반영할 경우, 예상보다 많은 재정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결국, 보험재정위기의 원인은 직역이기를 내세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수가인상으로 무마하려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건강보험의 재정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요?
2000년 11월 이후 의료기관과 약국에 지급된 월평균 총 진료비는 약 1조5천억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51.7%가 증가했습니다. 이 중 동네의원별 총진료비 수입은 2000년 상반기 평균 1,600만원에서 2001년 1월에는 3,400여만원으로 총 114% 가량 늘었습니다.
약국의 경우에도 분업 이후 조제료 수입이 약국 1개소 당 937만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일순간에 바닥낸 원인은 무리한 수가인상이었고, 국민이 힘들여 모아둔 보험재정은 의사와 약사에게 고스란이 옮겨간 것입니다.
재정위기의 대책을 여야 정당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규모와 원인을 볼 때, 근거없이 인상된 수가의 즉각적인 인하조치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2. 의약분업 때문은 아닌가요?
과도한 수가인상이 직접적 원인입니다.
4조원 중 1조 8,200억원이 수가인상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적자입니다.
게다가 2001년 1월 수가인상의 효과가 나타나는 3월 이후 급여청구가 급증해서 적자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의약분업만으로 생긴 재정적자가 아닌 것입니다.
의약분업에 추가 비용소요는 없다고 했는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 추가 비용만 발생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요.
의약분업을 하게되면 조제료 신설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대신 약품의 오남용과 허위 부당청구를 근절해서 비용을 절감하게 됩니다. 문제는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더구나 부당한 수가인상으로 보험재정의 적자규모를 엄청나게 키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가인상은 의약분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면 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첫째 주사제 사용량이 별로 줄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주사제 처방율은 47.99%로 2000년 1월 54.94%에 비해 다소 줄기는 하였지만 WHO(세계보건기구) 권장치인 17.2%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높은 현실입니다.
게다가 같은 성분의 먹는 약과 주사가 동시에 처방되는 중복처방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사용 항생제와 먹는 항생제가 동시에 처방된 현황
(단위 : 천건)
요양기관종별 동시처방 건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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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2,179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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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전문 10 1.1
종합병원 17 3.8
병 원 11 11.2
치과병원 0.5 2.3
의 원 2,138 20.7
치과의원 3 0.1
주) 전산(EDI) 청구기관 2000년 12월 외래 청구건 기준
명세서 총 건수 : 1,296만1,000건
이런 점을 우려해서 당초 7월 1일 의약분업을 시행할 당시에는 주사제 처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없앰으로써 주사제 처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주사제 처방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8월 의료계의 2차 폐업이 있은 직후, 의료계 달래기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에서 주사제 처방에 따른 처방료를 신설하였습니다. 이렇게 주사제 처방에 따른 경제적 유인동기를 없애지 않으면 주사제 처방이 줄어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주사제 처방료와 조제료를 없애야 하고, 그렇게 한다면 주사제 사용량이 줄어 상당한 보험재정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둘째 고가약 처방으로 인해 오히려 약제비 비용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 오히려 고가약 처방비율이 42.9%(2000년 5월)에서 62.2%(2000년 11월)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기준약가제를 도입함으로써 동일효능의 저가약 처방을 유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외면하였으므로 고가약 처방이 늘어 약제비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기준약가제를 도입한다면 고가약 처방을 줄여 약제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과잉처방과 허위 청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료기관에서는 약가마진 때문에 불필요한 약을 지나치게 많이 처방해 왔습니다. 이를 과잉처방이라 하는데, 이것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급여비를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최근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가 되고 있듯이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서 허위로 급여지급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허위청구 역시 엄격한 심사기능을 통해 적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이것이 구조적으로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보험료를 징수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건강보험공단과 급여비 청구심사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단은 심사평가원에서 급여비를 청구하는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를 심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조직이 급여비 심사를 엄격히 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는 도대체 뭘 했나요?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제도의 발전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료비 누수를 막고 의약분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어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의사들이 또 반발하니까…", 칼날에 손이 베일까봐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재정파탄이 오기까지 마땅한 대책 하나 제대로 마련한 것이 없습니다.
3. 의료보험통합 때문은 아닌가요?
재정은 통합되지도 않았은 상태에서 이 것이 원인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의료보험 통합은 지난 10년간 많은 국민들이 요구한 의료개혁의 과제였습니다. 현재는 직장과 지역 의료보험조합의 관리운영조직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된 상태고, 2002년 1월부터 재정통합이 이루어집니다. 아직 지역과 직장의료보험 재정이 통합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통합이 재정적자의 원인이라는 것은 일단 틀린 얘기입니다.
의보통합이 재정적자를 심화시켰다는 것은 주로 직장의료보험의 적립금 소진 현상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직장의보는 96년에 1조9000억원에 달하던 적립금이 97년 2,274억 적자, 98년 2,218억 적자, 99년 5,764 적자, 2000년 7,101억 적자 등으로 4년동안 1조4391억원의 적자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러나 97년, 98년의 적자는 IMF 위기로 인한 임금 삭감으로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지 못하고 진료비 지출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통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99년, 2000년은 145개에 달하던 직장조합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때입니다(2000년 7월 1일에 145개 직장조합이 1개의 직장조합으로 통합됨).
이 상황에서 각 직장조합이 통합이 되면 적립금이 통합공단으로 넘어가는데, 진료비가 상승하는 만큼 보험료를 올리지 않아 적립금만 고갈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즉, 보험재정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의료보험 통합에 반대하던 직장의료보험노조가 고의적으로 꼭 필요한 보험료 인상도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보건복지부는 이것을 고의로 방조하였습니다.
이것이 수가인상, 진료비의 자연적 증가와 결합하면서 대규모의 적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따라서 통합 때문에 적자폭이 커진 것이 아니라 재정관리 노력의 소홀, 즉 부실한 행정관리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만약 정부가 적립금에 대해 강력한 행정적 통제를 했다면 직장조합의 통합으로 인한 적립금 소진은 거의 없었을 것이고 진료비 상승분만큼만 재정이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징수율 하락, IMF, 공단노조의 파업등에 기인
보험료 징수율 하락은 수입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재정 적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97년에 징수율이 95.8%이었으나 2000년에는 90.5%로 하락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현상이 통합체제의 구조적 문제인가 혹은 일시적 현상인가를 밝히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징수율이 하락한 것은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첫째는 97년 말부터 시작된 IMF관리체제에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했고, 상당수의 기업의 부도가 났습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들도 소득감소로 고통을 받았고, 임시직·일용직 등 비정규직이 급팽창했습니다. 자연히 보험료를 낼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는 계층이 줄어들었고, 이것이 징수율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둘째는 통합과정에서 지역의보와 직장의보의 파업이 있었고, 새로운 통합공단의 전산 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는 등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징수할만한 인력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징수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징수율 하락은 통합제도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지역, 직장가입자 변동율이 20%에 달합니다.
2002년 1월부터 직장과 지역의 재정통합이 이루어지면 직장인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의 경우를 보면 직장조합에서 쓴 진료비가 지역조합보다 1,200억원이 더 많았습니다. 지역조합이 직장조합보다 형편이 더 나아진 지금, 통합이 이루어지면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인들도 실업 혹은 은퇴 등으로 자영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직장의료보험료를 꼬박꼬박 낸 사람이 실직이나 퇴직을 해서 지역가입자로 옮길 수도 있고 다시 직장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비율이 20%정도나 됩니다.
그러므로 내 돈이냐 당신 돈이냐를 따지는 것이 어찌보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영자 소득파악이 잘 안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도 기술적인 문제이지 통합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참여연대에서는 자영자의 소득파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4. 시민단체가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한 결과가 아닌가요?
정부는 수가인상에대한 시민단체의 경고를 계속 무시했습니다
수십년간 미뤄 온 의약분업은 99년 7월 1일 실시하는 것으로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의약분업 시행여부가 가닥을 못 잡고 또다시 연기될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99년 5월 의약분업 시행의 세부적인 안을 제시하여 의사와 약사, 정부와의 합의를 도출해 냈습니다.
이후 99년 11월 수가인상의 전제조건으로 환자 알권리 및 병원경영투명성 확보방안, 그리고 추가 약가인하를 하겠다는 합의를 도출해 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가 합의사항을 파기하고 자신들의 이해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폐업을 하고 정부는 이에 질질 끌려다니며 의약분업안을 훼손시키고, 나아가 부당하고 과도한 수가인상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2000년 내내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에 따라 의약분업안을 훼손함으로써 의약분업에 따른 약품오남용의 방지와 허위·부당청구의 근절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 및 비용절감 등의 효과가 없어지게 되었다는 경고와 항의를 계속적으로 한 바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수가인상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법하고 결국 건강보험재정의 위기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을 2000년 8월 정부의 수가인상 조치가 나온 직후부터 기자회견과 항의집회 등을 통해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단체의 항의와 경고를 외면하고 의사들 달래기에만 급급하였고, 최소한의 합의된 사항마저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에 책임이 있다면 의료계의 파업을 막지 못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수가인상을 단행한 복지부를 막지 못한 것입니다.
수가인상을 할 당시에는 재정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나요?
오히려 노동자, 농민, 시민단체들은 수가인상으로 인한 재정파탄을 강력히 경고해 왔습니다. 무리하게 수가인상을 단행한 복지부 장관에 대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국회에 탄핵결의를 청원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9월 수가인상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위헌이나 정족수 미달이라는 정치적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농민, 시민단체 대표로 구성된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서는 작년 하반기 15차례의 회의를 통해 수가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지어 2001년 1월 상대가치 점수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수가동결을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근거도 없는 수가인상을 감행했던 것입니다. 현재 복지부는 2001년 1월 수가인상의 효과에 대한 예측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복지부는 현재 재정파탄의 원인이 보험가입자인 노동자, 농민,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수가인상이라는 점, 그리고 의약분업의 파행을 막아 내지 못한 무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더 이상 숨기지 말아야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보험료인상저지와 수가인하를 위한 시민행동" 홈페이지
http://myhealth.pspd.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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