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이 1999년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이 법은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2000년 7월 이후에 시행될 것이다.

1981년에 제정된 '아동복지법'이 새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대폭 개정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새로운 세기는 아동이 성인과 차별받는 '이등시민'에서 삶의 주인인 '일등시민'으로 바뀌고, 새 아동복지법은 변화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청소년복지법'이 별도로 없고, 아동의 범주 속에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포함되어 있기에, 청소년복지를 위해서도 아동복지법이 충실히 시행되어야 한다. 이에 새 아동복지법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동복지가 '수용시설'에서 '전문적 복지'로

새 아동복지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아동복지시설을 법으로 규정하고, 수용보호를 중심으로 한 복지시설에서 아동의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한 아동복지기관으로 바뀐 점이다.

새 아동복지법은 아동복지시설의 종류를 아동양육시설, 아동일시보호시설, 아동보호치료시설, 아동직업훈련시설, 자립지원시설, 아동단기보호시설, 아동상담소, 아동전용시설, 아동복지관 등을 규정하고 있다(제16조). 이것은 옛 법 시행령의 아동상담소, 영아시설, 육아시설, 아동일시보호시설, 아동직업보도시설, 조산시설, 아동전용시설, 교호시설, 아동입양위탁시설, 정서장애아시설, 자립지원시설, 탁아시설 등을 이어받으면서, 양육과 함께 일시/단기보호와 치료시설을 강조하고,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한 예방시설을 신설한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하여 심신의 건강유지와 복지증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아동복지관'은 앞으로 기대되는 시설이다. 이러한 아동복지시설이 고유업무 외에도 아동가정지원사업, 아동주간보호사업, 아동전문상담사업, 학대아동보호사업, 공동생활가정사업, 방과후 아동지도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동복지법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을 실질적으로 확대시켰다는 변화의 징표이다.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설

새 아동복지법에서 아동복지 전문가의 시각이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은 학대받는 아동을 보호하는 서비스이다. 그동안 '아동학대'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였지만, 옛 법은 '금지행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 등을 규정하는 데 그쳤다. 또한 아동학대와 이에 대한 처벌은 학대에 대한 정의와 학대받은 아동을 위한 보호기관이 갖추어지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새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고 명백히 규정하였다(제2조 4호).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대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한 처리 및 아동학대예방을 전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여야" 하고, "아동상담소, 아동복지시설, 아동학대예방협회 등의 비영리법인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제24조 1항). 이러한 변화는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된 때에는 신고할 수 있고,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및 그 장, 보육시설의 종사자, 교원, 의료인 등은 직무상 아동학대를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아동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제26조)과 함께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아동의 권리'의 최우선 보장

새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도 돋보인다. 아동에 대한 시각의 변화는 "이 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도록 그 복지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는 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옛 법은 아동을 '육성의 대상'으로 보았지만 새 법은 아동을 '성장의 주체'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아동에 대한 무차별성, 안정된 가정환경, 그리고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제3조 3항)고 규정한 법의 '기본이념'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아동의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이 관할구역 안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을 발견하거나 보호자의 의뢰를 받은 때에는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하여" 보호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때 "아동의 의사를 존종하여야" 한다는 조항에서도 찾을 수 있다(제10조).

또한 아동복지서비스가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동복지지도원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하고"(제7조), "아동복지시설에는 필요한 전문인력을 배치하여야 한다"(제19조) 등을 규정하였다. 이와 유사한 조항은 옛 법에도 있지만, 앞으로 새롭게 강조되어야 할 점이다.

새 법은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친권자를 포함한 보호자의 권리를 적절히 보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예컨대 "아동복지시설의 장은 보호아동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며 친권자가 있는 경우 보호아동의 가정복귀를 위하여 적절한 상담과 지도를 병행하여야 한다"(제18조) 등이 신설되었다. 이는 아동의 복지를 위해서는 시설보호와 가정보호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위와 같이 새 아동복지법은 옛 법에 비교할 때 발전되었지만, 몇 가지 한계와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 아동복지법은 아동복지전문가의 관점을 충분히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체 아동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가 매우 부족하고, 중요한 서비스의 실천이 하위법령으로 위임되었으며, 새롭게 강조된 아동보호서비스의 경우에도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무를 담보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 등은 이 법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아동복지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이다. 새 법은 옛 법의 시/도지사의 역할을 시장/군수/구청장의 역할로 많이 조정하였다. 이는 규제를 완화시키고 현장중심으로 복지를 실천한다는 시대정신에 맞지만, 기초자치단체간에 재정자립도의 차가 큰 한국에서는 아동복지서비스의 수준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서 좌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따라서 아동의 행복을 위해서 가정과 아동복지시설의 조화를 이루고, 학대받는 아동을 전문적으로 보호하며, 궁극적으로 아동의 권리가 최우선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과 아동복지전문가와 국민적 감시가 필요하다. 새 아동복지법의 방향은 올바로 설정되었지만, 이 법이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예산의 확보와 전문인력의 배치. 그리고 전문가와 NGO 등의 지속적인 감시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용교 / 광주대 교수
2000/01/10 00:00 200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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