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안착을 위한 시민사회계의 대책
월간 복지동향/2000 :
2000/03/10 00:00
공공부조 제도에 대한 청구권적 성격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복지계의 입법운동 노력은 1994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으로부터 출발하였고, 1995년에는 생활보호법의 생활보장법으로의 전면개정을 요구하였다. 급기야 IMF 구제금융 상황에서 대량실업과 빈곤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치 단결하여 '빈곤'의 문제가 '사회연대성'의 원칙하에 국가책임으로 해결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선언하고 '빈곤 개념의 법제화'로서 '최저생계비'의 법제화와 '인구학적 특성을 철폐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자들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공공부조 청구권의 법제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초생활보장법' 입법청원 및 본격적인 입법운동에 돌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입법운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단체들 내부에서도 공공부조의 권리성 급여로의 전환은 보수적인 정치집단에 의하여 최소한 수년간 입법적으로 좌절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변변한 보수조차 자리잡지 못한 낙후된 정치구조에서 국회에서 별다른 입법저항을 받지 않은 채 한국 사회복지사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1999년 9월 7일자로 국회에서 통과되는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법률 제6024호로 제정, 공포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법'이라고 한다)은 정책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약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복지 공급능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정책적인 이유 등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던 열악한 복지수준에서 발생한 IMF 위기는 사회적 갈등을 확대·증폭시켰고 이러한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게 되자,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형성된 위기의식이 빈곤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이를 정면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로 연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존의 공공부조가 이 법 제정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리성 급여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향후 정부 예산편성에서 기초생활보장 예산의 우선적 편성의 원칙이 확립될 수 있는 법적 기초가 마련되었다. 또한 이는 헌법 제34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는 사회적 기본권에 대하여 실정법상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6대 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운용행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으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시행령, 시행규칙의 완벽한 준비와 읍면동 단위 전달체계의 철저한 준비와 교육훈련, 그리고 전국단위의 수급권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전수조사나 이에 준하는 수준의 기초조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시행에 대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막아낼 수 있는 빈곤계층의 권리의식과 결집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과거 '빈곤자'들이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던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행을 구하는 사법적 분쟁 유형이 바로 눈앞의 현실로 전개될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권리의식의 제고' 또는 '학습'을 통하여 바야흐로 '빈곤자'는 우리 헌법 질서하에 명실상부하게 그 일원으로 편입될 것이며,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인 훈련을 통하여 우리 사회는 '사회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소화해낼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복지'의 감격스런 역사적 전환점에 다다른 것이라고 하겠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점에 중점을 두어 과연 현단계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착을 위한 시민사회계의 조직적인 노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인가를 향후 전개될 예상분쟁 양상을 중심으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구체화
'법' 제정으로 인한 생활보호사업지침에 의한
재량 급부에서 권리성 급여로의 전환
법 제5조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는 수급권자의 지위를 갖게 되고,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수급권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해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시적인 보장을 받아야 할 지위에 있는 자 역시 수급권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수급권자는 이 법에 의하여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법 제21조 제1항)라고 규정하여, 이 법에 의해 급여를 실시할 의무가 부여된 보장기관의 장인 시, 군, 구청장에게 급여를 실시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상 보장되었다.
이와 같은 입법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는 빈곤선 이하의 자"에 대하여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권리내용은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들에게 최저생계비와 실제 소득인정액과의 차액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실정법상의 구체적인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과거 생활보호제도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생활보호사업 예산으로 할당된 예산범위내에서 매년도 생활보호사업지침을 정하여 예산집행을 하였다. 그로 인해 실질적인 최저수준의 생계보장을 하지 못하고 당해연도에 할당된 예산범위내에서 자선적이고도 시혜적인 형태의 재량적인 급부가 실시되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최저생존수준에 부합되는지 여부는 정책적인 향후과제로 유보되었다. 이제 실정법상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소득부분에 대하여 '보충급여청구권'을 명문화함으로써 헌법 제34조 제1항에서 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범위를 객관화하고 구체화하여 명실상부한 권리성 급여로 규정한 것이다.
수급권자의 권리의 청구권적 성격
공권이라 함은 공법관계에 있어 직접 자기를 위하여 일정한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말한다. 공권도 권리인 점에서, 법이 단순히 국가 또는 개인의 작위, 부작위를 규정하고 있는 결과 그 반사적 효과로서 발생하는 이익인 반사적 이익과 구별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의 권리는 보장기관에 대하여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므로 명실상부한 개인적 공권이다. 이와 같은 개인적 공권의 본질은 권리를 침해당할 경우 당해 침해기관에 대하여 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할 권리, 즉 행정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데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에 따른 향후 분쟁 양상
구조적인 문제점 : 불복제도의 입법상 미비
원처분청인 시, 군, 구청장의 처분에 대하여 시, 도지사가 1차 재결청으로서 불복심판을 주관하도록 되어 있고, 시, 도지사의 1차 재결에 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2차 재결청으로 불복심판을 주관하도록 되어 있으나, 처분의 이의에 관한 심리는 본질적으로 사법적인 판단에 관한 사항으로 그 대부분은 "사실심리 및 사실확정"에 관한 것임에도 이와 같은 사실심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재결청 산하의 심리, 의결기관을 법률상 규정하고 있지 않는 것은 중대한 입법의 미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법상의 불복제도는 실질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며, 이에 관한 민원 역시 비등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적 결함을 시정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현재 사회보험별로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각종 특수한 행정심판위원회(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의료보험)들을 통합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이의사건까지 관할할 수 있는 가칭 '사회보장심판위원회법' 등 사회복지의 특수성과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이와 같은 제도적인 개선하에 프랑스나 독일식의 사회보장법원 시스템의 도입까지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차선책으로는 시행령에서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두고 동 재결은 재결청의 명의로 발부하는 식의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수급권 보호를 위한 법률구조제도 등 제도적인 배려 장치의 미 : 권리구제의 실효성 저하
행정소송법 제18조 제1항에서는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 않는 한"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당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제26조[급여의 결정 등]의 처분과 제29조[급여의 변경]처분, 제30조[급여의 중지 등] 처분에 대하여는 법상 규정되어 있는 불복제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직접적으로 행정소송을 활용하려면 수급권자들에 대한 법률구조(legal aid)를 할 수 있는 사법서비스가 충분하게 지원되어야 하며 소송비용의 면제나 지원 등도 당연히 제도 설계시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 제정시 시민사회단체의 청원안에 규정되어 있던 소송구조제도에 관한 규정들을 전혀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제도에 관하여는 매우 소홀히 접근하였다. 더욱이 수급권자들이 절대적 빈곤선 이하의 자들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들의 청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처분청의 처분에 대한 불복기간 중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도록 하고 사후에 이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가구제'(假救濟)제도가 매우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시민사회단체의 청원안과는 달리 입법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상 보장되고 있는 수급권의 청구권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시, 군, 구청장의 수급권자에 대한 각종 처분에 대한 불복제도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제 운용에서는 그 권리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며, 행정소송 등의 불복사례는 민간부문의 조직화된 법률구조운동이 전개되지 않는 한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급권자가 급여를 중단당하거나, 기존의 급여를 변경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23조에서 정하고 있는 처분의 효력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집행정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함과 아울러 처분효력정지신청을 함께 제기함으로써 불복기간 중 해당 급여를 계속적으로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범위내에서는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제도의 활용의 빈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시행과 관련된 예상분쟁 유형
예상되는 법적 분쟁유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수급권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법규명령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수급권자의 선정기준과 최저생계비의 결정, 소득인정의 기준과 방법 또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판단의 기준 및 기타 법 제9조 제5항에서 생계급여의 중지 혹은 삭감의 요건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자활노력조건 등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불복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불복방법은 해당 규정을 하나의 독립된 처분으로 보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방법과,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의 전제임을 밝혀 법원의 위헌, 위법에 관한 재판상의 판단을 받아 동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법 제6조에 의하여 당해 규정의 효력을 실효시키는 방법 등 법상 위임되어 있는 법규명령 자체에 대한 불복유형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불복유형은 적극적인 정책형성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발전과 정착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수급권 자체의 존부나 불이익변경에 대한 불복 등 개별적인 분쟁유형이다. 향후 제도의 안착과 수급권의 청구권으로서의 명실상부한 자리매김은, 바로 이러한 분쟁유형에 대하여 어떠한 정책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 의지를 갖고 접근할 것인가 여하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와 같은 개별적인 분쟁유형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법상의 구제절차의 태생적 한계 문에 행정기관 내부의 불복절차를 제외하고는 곧바로 행정소송으로 연결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어 : 제도안착을 위한 시민사회진영의 과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공공부조를 실정법상의 권리성 급여 내지 청구권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법률규정의 불명료성과 구제절차의 입법상 미비에도 불구하고, IMF 구제금융하에서 맞은 전무후무한 대량실업과 빈곤율의 폭등 및 이로 인한 사회와 가정의 해체 현상에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국민적인 합의에 의하여 채택된 값비싼 대가를 치른 사회적 결실이다. 이 법은 그 자체가 완결적이거나 자족적이지 못하며, 권리의 내용을 구성하는 중요한 입법적 내용들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위임되어 있어 정부의 정책수행 의지에 따라 제도의 본질적 부분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 재정수지의 악화 상황에서 예산정책상의 각종 유혹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예산이 국방예산과 마찬가지로 최우선적인 경직성 예산으로 편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급권자의 권리의식이 제도 초기에 적극적으로 고양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진영은 제도준비단계, 초기시행단계에서부터 전국적인 단위에서 수급권자들을 조직화하고 법률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어 전면적인 생활보장급여신청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에서 천명한 기준에 미달한 각종 법규명령에 대하여는 헌법소원 등 적극적인 사법적 대응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정책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렇게 결집된 힘만이 결국 사회적 기본권의 최후 거점이자 보루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사수할 수 있는 대안이며, 이와 같은 사회적 훈련을 통하여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사회연대'의 역사적 경험을 쌓을 것이고, 그것은 곧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헌법 현실에서 안착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입법운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단체들 내부에서도 공공부조의 권리성 급여로의 전환은 보수적인 정치집단에 의하여 최소한 수년간 입법적으로 좌절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변변한 보수조차 자리잡지 못한 낙후된 정치구조에서 국회에서 별다른 입법저항을 받지 않은 채 한국 사회복지사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1999년 9월 7일자로 국회에서 통과되는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법률 제6024호로 제정, 공포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법'이라고 한다)은 정책적인 관점에서 볼 때, 비약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복지 공급능력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정책적인 이유 등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던 열악한 복지수준에서 발생한 IMF 위기는 사회적 갈등을 확대·증폭시켰고 이러한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게 되자,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형성된 위기의식이 빈곤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이를 정면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로 연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존의 공공부조가 이 법 제정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리성 급여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향후 정부 예산편성에서 기초생활보장 예산의 우선적 편성의 원칙이 확립될 수 있는 법적 기초가 마련되었다. 또한 이는 헌법 제34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는 사회적 기본권에 대하여 실정법상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6대 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운용행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으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시행령, 시행규칙의 완벽한 준비와 읍면동 단위 전달체계의 철저한 준비와 교육훈련, 그리고 전국단위의 수급권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전수조사나 이에 준하는 수준의 기초조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시행에 대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막아낼 수 있는 빈곤계층의 권리의식과 결집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과거 '빈곤자'들이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던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행을 구하는 사법적 분쟁 유형이 바로 눈앞의 현실로 전개될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권리의식의 제고' 또는 '학습'을 통하여 바야흐로 '빈곤자'는 우리 헌법 질서하에 명실상부하게 그 일원으로 편입될 것이며, 이러한 일련의 사회적인 훈련을 통하여 우리 사회는 '사회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소화해낼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복지'의 감격스런 역사적 전환점에 다다른 것이라고 하겠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점에 중점을 두어 과연 현단계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안착을 위한 시민사회계의 조직적인 노력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인가를 향후 전개될 예상분쟁 양상을 중심으로 검토해보기로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구체화
'법' 제정으로 인한 생활보호사업지침에 의한
재량 급부에서 권리성 급여로의 전환
법 제5조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는 수급권자의 지위를 갖게 되고, 예외적으로 위와 같은 수급권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해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한시적인 보장을 받아야 할 지위에 있는 자 역시 수급권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 수급권자는 이 법에 의하여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법 제21조 제1항)라고 규정하여, 이 법에 의해 급여를 실시할 의무가 부여된 보장기관의 장인 시, 군, 구청장에게 급여를 실시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상 보장되었다.
이와 같은 입법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는 빈곤선 이하의 자"에 대하여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권리내용은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들에게 최저생계비와 실제 소득인정액과의 차액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실정법상의 구체적인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과거 생활보호제도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생활보호사업 예산으로 할당된 예산범위내에서 매년도 생활보호사업지침을 정하여 예산집행을 하였다. 그로 인해 실질적인 최저수준의 생계보장을 하지 못하고 당해연도에 할당된 예산범위내에서 자선적이고도 시혜적인 형태의 재량적인 급부가 실시되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최저생존수준에 부합되는지 여부는 정책적인 향후과제로 유보되었다. 이제 실정법상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소득부분에 대하여 '보충급여청구권'을 명문화함으로써 헌법 제34조 제1항에서 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범위를 객관화하고 구체화하여 명실상부한 권리성 급여로 규정한 것이다.
수급권자의 권리의 청구권적 성격
공권이라 함은 공법관계에 있어 직접 자기를 위하여 일정한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말한다. 공권도 권리인 점에서, 법이 단순히 국가 또는 개인의 작위, 부작위를 규정하고 있는 결과 그 반사적 효과로서 발생하는 이익인 반사적 이익과 구별된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의 권리는 보장기관에 대하여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므로 명실상부한 개인적 공권이다. 이와 같은 개인적 공권의 본질은 권리를 침해당할 경우 당해 침해기관에 대하여 법원에 행정소송을 청구할 권리, 즉 행정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데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에 따른 향후 분쟁 양상
구조적인 문제점 : 불복제도의 입법상 미비
원처분청인 시, 군, 구청장의 처분에 대하여 시, 도지사가 1차 재결청으로서 불복심판을 주관하도록 되어 있고, 시, 도지사의 1차 재결에 대하여는 보건복지부장관이 2차 재결청으로 불복심판을 주관하도록 되어 있으나, 처분의 이의에 관한 심리는 본질적으로 사법적인 판단에 관한 사항으로 그 대부분은 "사실심리 및 사실확정"에 관한 것임에도 이와 같은 사실심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재결청 산하의 심리, 의결기관을 법률상 규정하고 있지 않는 것은 중대한 입법의 미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법상의 불복제도는 실질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며, 이에 관한 민원 역시 비등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적 결함을 시정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현재 사회보험별로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각종 특수한 행정심판위원회(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의료보험)들을 통합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이의사건까지 관할할 수 있는 가칭 '사회보장심판위원회법' 등 사회복지의 특수성과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법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장기적으로는 이와 같은 제도적인 개선하에 프랑스나 독일식의 사회보장법원 시스템의 도입까지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차선책으로는 시행령에서 행정심판법상의 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두고 동 재결은 재결청의 명의로 발부하는 식의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수급권 보호를 위한 법률구조제도 등 제도적인 배려 장치의 미 : 권리구제의 실효성 저하
행정소송법 제18조 제1항에서는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 않는 한"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당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제26조[급여의 결정 등]의 처분과 제29조[급여의 변경]처분, 제30조[급여의 중지 등] 처분에 대하여는 법상 규정되어 있는 불복제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직접적으로 행정소송을 활용하려면 수급권자들에 대한 법률구조(legal aid)를 할 수 있는 사법서비스가 충분하게 지원되어야 하며 소송비용의 면제나 지원 등도 당연히 제도 설계시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 제정시 시민사회단체의 청원안에 규정되어 있던 소송구조제도에 관한 규정들을 전혀 채택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제도에 관하여는 매우 소홀히 접근하였다. 더욱이 수급권자들이 절대적 빈곤선 이하의 자들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들의 청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처분청의 처분에 대한 불복기간 중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도록 하고 사후에 이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가구제'(假救濟)제도가 매우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시민사회단체의 청원안과는 달리 입법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상 보장되고 있는 수급권의 청구권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시, 군, 구청장의 수급권자에 대한 각종 처분에 대한 불복제도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제 운용에서는 그 권리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며, 행정소송 등의 불복사례는 민간부문의 조직화된 법률구조운동이 전개되지 않는 한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급권자가 급여를 중단당하거나, 기존의 급여를 변경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23조에서 정하고 있는 처분의 효력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집행정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함과 아울러 처분효력정지신청을 함께 제기함으로써 불복기간 중 해당 급여를 계속적으로 수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범위내에서는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제도의 활용의 빈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시행과 관련된 예상분쟁 유형
예상되는 법적 분쟁유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수급권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법규명령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수급권자의 선정기준과 최저생계비의 결정, 소득인정의 기준과 방법 또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판단의 기준 및 기타 법 제9조 제5항에서 생계급여의 중지 혹은 삭감의 요건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자활노력조건 등에 관한 기준에 관한 불복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불복방법은 해당 규정을 하나의 독립된 처분으로 보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방법과,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의 전제임을 밝혀 법원의 위헌, 위법에 관한 재판상의 판단을 받아 동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법 제6조에 의하여 당해 규정의 효력을 실효시키는 방법 등 법상 위임되어 있는 법규명령 자체에 대한 불복유형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불복유형은 적극적인 정책형성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발전과 정착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수급권 자체의 존부나 불이익변경에 대한 불복 등 개별적인 분쟁유형이다. 향후 제도의 안착과 수급권의 청구권으로서의 명실상부한 자리매김은, 바로 이러한 분쟁유형에 대하여 어떠한 정책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고 이를 위한 제도개선 의지를 갖고 접근할 것인가 여하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와 같은 개별적인 분쟁유형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법상의 구제절차의 태생적 한계 문에 행정기관 내부의 불복절차를 제외하고는 곧바로 행정소송으로 연결되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어 : 제도안착을 위한 시민사회진영의 과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공공부조를 실정법상의 권리성 급여 내지 청구권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법률규정의 불명료성과 구제절차의 입법상 미비에도 불구하고, IMF 구제금융하에서 맞은 전무후무한 대량실업과 빈곤율의 폭등 및 이로 인한 사회와 가정의 해체 현상에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국민적인 합의에 의하여 채택된 값비싼 대가를 치른 사회적 결실이다. 이 법은 그 자체가 완결적이거나 자족적이지 못하며, 권리의 내용을 구성하는 중요한 입법적 내용들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위임되어 있어 정부의 정책수행 의지에 따라 제도의 본질적 부분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국가 재정수지의 악화 상황에서 예산정책상의 각종 유혹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예산이 국방예산과 마찬가지로 최우선적인 경직성 예산으로 편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급권자의 권리의식이 제도 초기에 적극적으로 고양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진영은 제도준비단계, 초기시행단계에서부터 전국적인 단위에서 수급권자들을 조직화하고 법률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추어 전면적인 생활보장급여신청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법에서 천명한 기준에 미달한 각종 법규명령에 대하여는 헌법소원 등 적극적인 사법적 대응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정책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렇게 결집된 힘만이 결국 사회적 기본권의 최후 거점이자 보루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사수할 수 있는 대안이며, 이와 같은 사회적 훈련을 통하여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사회연대'의 역사적 경험을 쌓을 것이고, 그것은 곧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헌법 현실에서 안착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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