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는 국민건강권확보를 위한 범국민연대(건강연대)와 기초생활보장연대회의의 공동주최로 '새로운 시대 빈곤층 건강대책'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의 토론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과 이에 따른 의료보호법의 개정논의를 출발점으로 한 것이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빈곤과 건강의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다음의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의 의의와 제도정착을 위한 시행방안'으로 순천향대 허선교수의 발제로 이루어졌다. 허교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의의로 기초생활에 대한 보장을 국가의 의무이자 시민의 권리로 규정하고, 노동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가구는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고 또한 생계급여를 통해 기초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라고 지적하며,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한 시행방안으로 지난 2월 17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규칙(안)을 분석하였다. 발제자에 따르면, 현재 입법예고된 시행령 규칙(안)은 전반적으로 현재의 행정 및 재원 여건을 지나치게 감안한 소극적인 것으로, 정당한 수급권을 박탈할 가능성 등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 규칙(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급자선정과 급여액의 결정, 자활급여와 전달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사회복지전문요원의 확충, 행정전산망 구축, 업무 소프트웨어 개발, 자활프로그램의 개발 등 행정인프라를 한시 바삐 구축하고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으로 인해 의료보호에서 1, 2종의 구분이 불가능해 지므로 의료보호법이 한시 바삐 개정되어야 하며, 기타 공공부조제도의 프로그램과 기초생활보장법의 연계가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두 번째 주제는 국민복지기본선 확보를 위한 빈곤층 건강대책으로 서울의대 김창엽교수의 발제로 이루어졌다. 발제자는 빈곤과 건강의 관련성이 명확하며, 건강에 관한 대책이 빈곤층에 대한 핵심적인 대책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의 영역에서 빈곤의 문제가 특별히 검토되지 않은 점을 반성하며, 빈곤에 대한 건강대책을 의료보호정책에서 한정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아직 추상적이기는 하나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빈곤과 건강의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빈곤층의 건강대책을 위해 보다 긴급히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하였다. 첫 번째는 의료보장제도를 확충하여 의료보호제도를 개선하고, 빈곤층에 대한 의료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고 보험급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긴급의료권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공보건의료의 확충을 통해 지리적 여건과 경제적 부담 능력에 관계없이 보건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고, 지역보건사업으로 빈곤층에 대한 건강보호 예방 건강증진 재활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보건사업으로 이들에 대한 영양공급, 예방접종, 성장발육관리, 산전 산후관리, 어린이와 여성 학대에 대한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시되었다.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의 발제로 진행된 세 번째 주제에서는 빈곤층에 대한 건강대책으로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의료보호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한 방안이 다루어졌다. 신교수는 현행 의료보호제도의 문제점으로 의료보호 대상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의 부재, 의료보호 적용대상의 제한 등을 지적하며, 이러한 의료보호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보호제도의 정책목표를 다시 한 번 구체화하고 대상자 선정, 서비스 및 전달체계, 지불보상제도 및 재정,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의료보호법 상에 반영되어 수급권자의 명칭 구분 및 책정에 관한 부분, 의료보호 급여 및 이용에 관한 부분, 재원의 조달과 운영에 관한 부분, 의료보호제도 관리에 관한 부분에서 법의 개정이 한시 바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상의 주제발표에 대한 세 명 토론자의 토론은 주로 의료보호제도의 개선과 관련하여 진행되었다. 첫 번째 토론자인 이찬진변호사는 기초생활보장법과 의료보호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보충하는 측면에서 입장을 개진하였는데, 먼저 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급여 산출문제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물론 시행령안에도 이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노인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높은 의료보호급여로 인해 생계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시행령 상에서 공제 대상 의료급여액을 최저생계비 산출을 위한 기본의료비 정도 수준으로 하거나 의료보호법에서 별도로 기초생활보장법상 공제되는 의료급여액의 한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의료보호제도의 개혁과 관련하여서는 기본적으로 의료보호제도와 의료보험제도가 통합되어 운용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었을 경우 의료보장을 받을 대상자들에 대한 소요예산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현행 의료보호법은 네 가지 점에서 개정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는데, 첫째, 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의 경우 1, 2종의 구분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의료수급권이 권리성급여임을 명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의료급여에 대한 긴급구호 규정을 마련하여 갑작스럽고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며, 셋째, 의료보호와 의료보험의 운영체계를 통합하여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하고, 넷째, 자치단체의 재정상황에 따른 의료급여의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재원조달방식을 변경하여 기존의 국고, 광역단체, 기초단체의 부담금 일체를 통합하여 공단에 이관해야 한다.

두 번째 토론자인 민중의료연합 민혜경국장은 신영전 교수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며, 빈곤층의 건강문제를 폭넓게 고찰할 것과 빈곤, 빈민, 의보대상자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새로이 할 것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 진행근보험관리과장은 세 번째 발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언급하였다. 우선 신교수에 의해 지적된 의료보호제도의 문제점과 정책목표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해야한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며, 세부적인 사항에서 만성 장기요양기관의 확충은 이미 착수한 사업이고, 주간보호서비스 역시 확대할 예정이며, 인두제 등 다양한 지불보상제도는 심도 깊게 모색해 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빈곤층의 건강을 전담하는 공식적인 정부부처, 관계기관, 관련연구소의 설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 동의하였으며, 관리체계의 개선을 위해 일부 재정을 의료보험관리공단에 위임하는 문제는 현재 고려중이기는 하나 이 가운데 지자체의 부담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언급을 하였다. 그러나 대상자선정에서 인간문화제 등 특수집단의 분리는 예산처와 협의해 볼 것이지만, 의료부조제도의 도입과 2종 대상자의 본인부담금 폐지는 예산상의 문제로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또한 다양한 재원확보는 오히려 의료보호재정에 대한 국가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상의 토론내용에 대해 첫 번째 발제를 맡았던 허교수의 경우 다시 한 번 의료보호에 대한 본인부담금의 폐지와 의료부조제도 도입주장의 근거인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보호의 문제를 강조하였고, 의료보호제도의 개선방안을 발표하였던 신교수는 의료보험료 체불자가 몇 명인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는 현재와 같은 관리부재의 상황에서 의료급여 확대로 인한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지적하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와 의료보호제도의 개방적 운영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공식적 순서 외에도 이날의 토론회에서는 관객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빈곤층 건강대책은 상대적 빈곤층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의료보험과 의료보호제도와의 통합이 필요하다', '의료보호재정의 목전환문제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등의 진지한 관심이 피력됨으로써, 아직은 의료보호제도에 머물러 있는 빈곤층의 건강대책이 보다 발전적으로 모색될 수 있는 첫 단추를 마련하였다.

조학원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추진연대회의 간사
2000/04/10 00:00 200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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