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 선정기준이 완화되어, 생활보호대상자(생보자)가 늘어나고 사회적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생활보호대상자의 보호수준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보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초안에 의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의 강화, 추정소득의 적용, 조건부수급 등으로 인하여 대상자를 줄이고 보호수준을 낮출 수 있는 조항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초안에는 웬일일지 생보자 선정을 위한 재산조사 기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 후 초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부처간 협의를 하는 도중에 재산기준에 대한 윤곽이 들어 났는데. 이 조항이야말로 현재의 생활보호대상자들을 대거 탈락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재 부처간 협의가 끝난 상태의 재산기준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국의 재산기준을 참고로 제시한 후, 대안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재산기준

현행 제도에는 재산 기준이 소득과 독립적으로 적용된다. 향후 2002년까지는 현행제도와 마찬가지로 소득과 독립적으로 적용이 되고 2003년부터는 소득인정액의 산출에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적용할 예정이다.

현행 제도의 재산조사 기준

현행제도에 의하면 올해 거택보호대상자와 자활보호대상자의 선정을 위한 재산기준은 과세표준액(과표) 기준으로 2,900만원으로서 지역과 가구원수별 차이가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올해의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4,400만원으로 작년과 동일하다. 작년까지는 지난 몇 년 동안 해마다 재산기준을 100만원씩 올렸었다. 그러나 작년 3월에 비하여 올해 3월의 저소득층의 전재산으로 평가되는 전.월세보증금의 시장가격이 16.3% 상승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기준은 작년과 같아서 사실상 재산기준에 시장가격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준은 강화되었다.

각 읍면동의 현장에서 생활보호대상자 선정 시에는 주택, 등의 부동산이 있는 경우에는 기준가액에 상관없이 거의 보호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부동산이 없는 경우에는 금융자산 등의 다른 재산은 파악하지 않고 단지 전월세 계약서 상에 나타난 보증금으로 재산을 파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노숙자나 더부살이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전월세 계약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예도 있다. 즉, 재산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서류가 없으므로 생활보호대상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새 제도의 재산조사 기준

정부에서는 금융자산 조사는 할 의향이 없고 주택관계재산과 임야, 대지, 상가 등 주택이외의부동산을 중심으로 재산평가액을 산출할 예정이다. 현재 부처간의 합의를 끝낸 재산조사 기준은 가구원수별로 차액을 두고 있는데 <표 1>과 같다. 언뜻 보아서는 1-2인 가구는 현행 거택/자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과 같고 가구원수가 많은 가구에는 기준이 더 완화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 기준이 과표기준이 아니라 시가 기준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즉, 통상 과표기준은 시가기준보다 많게는 3-4배가량이나 낮게 책정된다. 따라서 이 차이를 고려한다면 새 기준은 거택/자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보다 최소한 2-3배는 높아진것이다.

<표 1> 가구원수별 재산조사 기준

문제점

이렇듯 대폭 강화된 재산기준이 가지는 문제점은 재산기준을 이용하여 수급권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부양의무자의 선정 시에 재산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부양의무자의 선정에 재산기준을 적용시키고 차상위 계층의 선정에도 재산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부부 2인 가족의 경우 우리 나라의 가구는 대체로 각자 3-4 가구 정도의 2촌 이내의 혈족이 있는데, 양가 합치면 6-8 가구 정도의 재산을 모두 조사하여 부양의무자 여부를 가리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급권자는 사적생활을 공무원에게 노출해야만 할 때 굴욕감을 가지기 때문에 조사 대상가구가 많을수록, 방법이 획일적일수록, 그리고 조사내용이 구체적일수록 피보호자의 숫자는 감소하게 된다. 즉 자산조사는 단순히 보호의 적격성에 대한 자료입수 기능에 그치지 않고 조사방법과 조사내용을 가감함에 따라, 피보호자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 현재 수급권자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부에서는 사실상 인력과 자료의 부족으로 6-8 가구의 재산이 시가로 얼마인지를 이 기간 내에 파악해낼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항이 삽입된 것은 수급권자 스스로 포기하도록 유도하여 생활보호신청자의 수를 줄이고자 함에 있다고 사료된다.

외국의 재산조사 기준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원칙적으로 재산을 소득인정액 환산에 적용을 한다. 그러나 카나다, 덴마크, 그리스, 이태리, 아일랜드, 포르투칼, 터키 등의 많은 OECD 국가들은 소득인정액 환산에 재산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 생활보호법에서의 자산활용 규정은 추상적이다. 행정 운용상에서도 자산활용의 범위와 정도는 국민생활의 실태 및 지역주민의 상황, 특히 저소득층과의 균형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며,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재 개개인 가정의 생활내용이 천차만별이므로 실시요령에서는 소위「상대적 예시방법」에 의해 취급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등 상당한 정도로 운용의 폭을 인정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일본의 재산기준은 국민의 권리의식이나 운동이 고양되는 시기에는 용인 자산이 확대되지만, 일단 정책적으로 축소하려 들면, 이 분야에서의 제한적 또는 엄격한 운용이 대단히 효과적인 것이 된다고 한다. 소득인정액에 재산을 환산하는 OECD 국가들의 기준은 <표2>와 같다.

출처: Tony Eardley et al(1996), Social Assistance in OECD Countries, Dept. of Social Security Research Report No. 46, London: HMSO, Volume II

결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재산 중에서 적어도 주거용 서민주택은 재산조사에서 면제하거나 재산조사를 하지 않고 소득 조사만을 기초로 수급권자를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생활보호법 아래에서도 재산기준은 소득기준보다 비교적 후하였던 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이제까지 없었던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 조항까지 만들어 많은 수급권자를 탈락시키고 이 기준을 그대로 차상위계층에 까지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이렇게 할 바에야 생활보호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사실 소득은 누가 얼마를 버는지에 대하여 어차피 잘 모르기 때문에 소득기준은 좀 강화되더라도 사회복지사가 정상을 참작하여 판단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재산은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들어 나기 때문에 아무리 실제 생활이 열악하더라도 이 기준에 걸려 탈락한 가구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러한 점이 참작되어 이제껏 재산기준이 그나마 소득기준보다는 더 후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재산기준에 대한 재고가 꼭 필요하다.

류정순 / 경원대 행정대학원 강사
2000/05/10 00:00 200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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