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 현황

최근 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암보험 가입자들은 1996년 말에 이미 8백 50만명을 초과하여 평균 5가구 중에 1가구는 암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일보 96. 11. 28). 최근 생명보험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이 암에 대해 중점적으로 보장해주는 암 전문 보험상품의 판매는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성인병을 비롯한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상품 가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한 건강보험상품은 279만1천431건으로 98년 같은 기간의 164만5천853건에 비해 69.6%나 늘어났고, 보험료 수입은 3천830억9천900만원에서 1조2천648억4천600만원으로 무려 230.2% 폭증했다.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암보험의 보험료 수입이 2조4천286억9천500만원임을 감안한다면 전체 국민이 영리성 의료보험의 보험료로 일년에 지출하는 비용은 최소 3조 7천억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 속에서, 최근에는 [개인의료보험]이 출시되어 판매경쟁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질병당 고정금액을 보상하던 기존 건강 관련 보험과는 다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즉 개인의료보험 가입자가 해당 보험회사가 지정한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의료보험급여 대상 의료비의 본인부담비용과 비급여 의료비용을 보험회사가 직접 의료기관에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를 공적 의료보험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그 해법으로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수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전경련에서 사회보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의료보험에 민간 부문의 참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다. 전경련 보고서에서는 기초적인 보장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하에 기존의 방식대로 운영하고, 나머지 부가적인 부문은 개인별 소득에 따라 정부 또는 민간 운영기관에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납부케 한 뒤 보험 혜택을 차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면서, 이미 싱가폴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료저축계정"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영리성 의료보험 확대의 문제점

그러나 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는 국민건강의 입장에서 볼 때, 우려할만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영리적 의료보험 확대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첫째, 영리성 의료보험은 역선택과 선택적 탈퇴의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실제로 민간의료보험을 기본적인 의료보장제도로 가지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의료비용을 많이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의 가입을 배제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위치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조정하거나, 보험 가입자가 심각한 질병에 걸릴 경우 의료보험료를 올리는 방법을 통해 보험 탈퇴를 유도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즉 건강하고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지불능력이 있을 때는 의료보험의 틀 내에 속할 수 있지만 정작 질병에 걸려 의료보험이 가장 필요하게 될 때에는 미가입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공적 의료보험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효과가 당장에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 정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둘째,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의 문제이다. 영리적 의료보험은 단기간의 경제적 성과에 주목하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예방의료서비스를 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단기적인 수익성 측면에서 투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건강증진이나 예방활동 등과 같이 보험재정에 즉각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거기에 돈을 쓰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또한 높은 관리비용으로 인해 국민들이 보험료로 부담하는 비용만큼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관리비용으로 전체 보건의료자원의 19∼24%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이 높은 수준의 관리비용은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영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이나 스웨덴의 경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관리비용은 5∼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지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이 관리비용으로 소비한 돈은 그들 수입의 27.1%에 이르고 있다.

셋째, 영리성 의료보험의 확대는 이중적 의료제도(two tier system)를 양성화시키게 된다. 즉 비용부담 능력이 있는 고소득계층은 영리성 의료보험을 따로 구입해서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고, 저소득 계층은 공적 의료보험에 남아 있게 되는 "단물 빨기(Cream Skimming)"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른 영리성 의료보험 구매 여부가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의 단순한 분할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리성 의료보험 확대는 공적 의료보험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고소득계층의 경우에는 이미 보완적 형태의 의료보험을 구매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적 의료보험의 수준과 범위의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의 필요성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공적 의료보험의 확대를 위한 재원 확충, 그리고 이를 위한 의료보험료의 인상에는 더욱 인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적 의료보험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서비스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은 영리성 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공적 의료보험의 보장 수준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축소하자는 등의 주장을 은연중에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리성 의료보험이 시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공적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적정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리성 의료보험을 구매할 수 없는 상당수의 저소득계층과 중간층의 건강이 상당한 정도로 위협받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나라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지극히 취약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을 의학적으로, 경제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료보험의 기본적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최우선적인 과제라는 것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영리성 의료보험은 위협적인 경계 대상임에 분명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리성 의료보험은 의료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사회적 기본권 확대에 역행하는 시류라 아니할 수 없다.

예컨대 작년 한 해 동안 국민들이 영리성 의료보험에 지출한 비용을 공적 의료보험으로 투입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재정 파탄 상태에 빠져 있는 의료보험을 견실하게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병수당, MRI, 초음파, 각종 예방의료서비스를 보험급여로 포함시키고, 일정 금액 이상의 본인부담에 대해서는 전액을 보험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 상한제를 도입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취약한 공적 의료보험은 그냥 둔 채, 취약한 공적 의료보험으로 인해 야기되는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 부담은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 이것이 지금 영리성 의료보험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부조리와 모순이다.

참고문헌

1) 건강연대. 정부의 국고지원 50% 약속 불이행이 지역의료보험에 미친 영향. 건강연대 의료보험 정책토론회 자료집, 2000년 3월

2)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역. 보건의료개혁에 대한 최근의 논의. 한울, 1998

3) 이진석. 신자유주의와 보건의료개혁. 1998년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겨울아카데미 자료집, 1998년 1월

4) 이진석. 예정된 보건의료의 타락을 경계하라. 사회진보연대. 연대와 전망 제2호, 1998

5) 이덕희.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관하여. 건강사회를여는사람들 월례발표회 자료집, 1997

6) 전국경제인연합회. 2000년대를 위한 사회보험제도. 1999

7) 정기택. 민간의료보험의 현황 및 활성화에 관한 연구. 보건행정학회지, 1998;7(2):109∼144

이진석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실
2000/05/10 00:00 200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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