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피는 마을은 해체가정의 아동, 청소년들이 생활교사와 함께 가정을 이루어 사는 공동체마을이며 현재 10가정이 안산을 중심으로 전국에 펼쳐져 있습니다. 가정을 이루어 산다함은 일반주택을 전세내어 부모의 역할을 하는 생활교사와 아동, 청소년3명-9명 정도가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하며, 그룹홈이라 하기도 합니다. 또 안산을 중심으로 각 그룹홈의 생활교사들이 낮에 함께 모여서 각 가정의 어려움과 모든 것을 논의하고 물질과 경험을 동등하게 나누면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공동체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 가정의 아이들 중 아동들은 모두 일반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중에는 일반 중·고등학교에 복귀하여 다니고 있는 아이들과, 생활교사들을 중심으로 만든 대안교육기관인 들꽃피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들꽃피는 마을이 생기기까지

들꽃피는 마을은 정말 우연과 같은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94년 여름, 김현수 목사부부는 새벽기도를 하러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매우 놀랐습니다. 가출한 아이들 8명이 엉크러져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깨워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더니 새벽녘에 들어와 잠에 취한 아이들은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다시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밥을 먹이며 이야기를 들어본즉 하나같이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다가 아버지가 신체적으로 학대를 해서 집을 뛰쳐나왔거나, 조모와 살다가 가출하여 2-3년간 거리에서 지내온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들과의 만남은 그후로 안산시내에서 종종 이루어졌습니다. 교회옆 운동장에서, 거리에서 이 아이들은 교회와 사택을 맴돌기 시작하게 되었고 불안해진 동네사람들은 이들을 교회에서 재워주기를 부탁하였습니다. 그후로 목사부부는 행정부와 여러 곳을 통해 아이들이 갈 곳을 알아보다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서 경기도의 다른 시설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내놓고 한숨을 돌린 지 1주일이 되자마자 아이들은 규율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두어 번 이런 일이 있은 후, 다시 돌려보내는 일이 부질없음을 알게 되었고 94년 10월부터 교회와 사택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몇 번 거처를 옮기고 아이들 구성원이 변화하는 동안, 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를 희망하는 어른들이 모이게 되면서, 아이들을 소집단으로 나누어 가정의 모습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정들이 모여있는 곳이 들꽃피는 마을입니다.

들꽃아이들은 가정해체의 피해자들입니다.

한겨레21에 보면 우리 한국사회의 3대 위기 요인으로 가족불안정, 부정부패, 사회갈등을 꼽고 있는 국정원 위기보고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가정의 해체와 단절을 내용으로 하는 가족불안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들꽃아이들은 바로 그렇게 무너져 내린 가정의 자녀들임을 다음의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현미(여,가명/16세) 이야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 이야긴 엄마 친구분한테 들은 것인데 우리 할머니가 엄마를 너무 미워해서 시집살이를 심하게 시켜 가지고 엄마가 힘들었는데 할아버지가 엄마를 예뻐해 주셔서 할아버지를 의지하고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까 믿을 사람이 없어서 집을 나갔다구 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집을 나가셨다.

아빠가 엄청난 바람둥이였거든........ 그 후 내가 3학년이 되던 해에 새 엄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할머니는 큰집으로 가시고 우리는 대구로 이사를 갔다. 대구에서의 기억은 별로 없다. 어쨌든 그 새엄마는 잘해줬어도 미웠으니까......그리고 내가 6학년이 되던 해 성주 고모 집에 갔다. 동생이랑 나랑 둘이서...... 거기서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겨울 방학 때까지는 모든 게 다 괜찮았다. 모두 다 우리를 이뻐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를 들어가고 이것저것 사고를 치다가 보니까 어느 샌가 미운 털이 박히기 시작했다. 중2가 되고 난 가출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집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가게 되었다.

이 아이들은 들꽃피는 마을에 들어와서 예전보다는 안정되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깊은 상처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들꽃피는 학교에서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들꽃청소년학술제에서 발표된 내용이며 한가정의 공동작업내용입니다.

제목: LOOK AT US! (토끼풀 가정)

일단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한 번쯤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께 저희들의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이 글로 인하여 좀 더 저희들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희는 저희가 바라보는 저희들에게 다가오는 그리 멀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합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를 덜 가진 저희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우리는 이곳 들꽃피는마을에 산다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쉽게 말할 수가 없어 가끔 유치한 거짓말도 합니다. 특히 이성친구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작은 것들로 인해 많이 괴로워합니다. 선생님들은 "왜 기가 죽느냐?, 뭐가 창피하냐, 당당해져라" 그러시지만 그게 맘 먹은 대로 안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들꽃피는마을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예전 같이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유흥업소 같은 곳에서 평생을 씻지 못 할 아픔을 가지고 살아야 했을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저희들은 들꽃피는마을에 들어오기 전에 받았던 상처와 학교에서 받는 열받음 그리고, 각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 담배로 풀기도 합니다. 물론 술, 담배를 하는 이유가 이것들이 다가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희들은 조금만 더 차분히 듣고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대단치도 않은 일인 데요, 곧잘 흥분을 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감정이 있어서 한 말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말입니다. 또, 특히 감수성과 신경이 예민한 청소년기인 저희는 주위의 어른이나 친구가 그냥 던진 말에 아님 홧김에 던진 말에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또 얼마간은 마음에 문을 닫게 되겠지요. 그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란 힘든 일일뿐더러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도, 상처 입은 것도 상처를 준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도움은 필요하겠지만은 그 모든 것들은 저희가 해야 되겠지요. 그래서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방황을 하겠지요. 자신의 존재를 한탄하며........

그리고 저희들을 보면 사회는 말하지요.

"저런 썩어빠진 인간, 아무 쓸모 없는 인간, 날라리, 양아치....."

이곳 들꽃피는마을에 들어오기 전에 흔히 들었던 말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들꽃피는마을의 생활이 순탄하냐? 그건 아닙니다. 여기에선 또 다른 여기만의 문제가 있습니다. 순전히 남들하고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척 생활하기가 힘들죠. 선생님들과 자주 다투기도 하고요.........

선생님들과 다투고 나서 꼭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생님들을 험담하는 것이지요. 그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아이들끼리 각 가정의 선생님들을 험담합니다. 물론 그러는 저희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아직은 어른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은 저희들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지요. 이유는 단 하나 학생이라는 신분에, 나이에 맞지 않다는 것이지요. 저희들도 남들이 하는 것 다 해보고 싶고 먹는 것 다 먹고 싶고, 남들이 갖고 있는 것 다 가지면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죠. 그리고 저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기에 맘을 달래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왜 평범한 가정에서 살지 못하나......... 그런 생각에 부모님 원망도 해봅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지요. 자신만 더 비참해지고 초라해지고..........

그래서 이제 그런 생각들은 되도록, 아니 아예 안 하려 합니다. 그 대신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을 바꿔 준 이 곳 들꽃피는마을 그리고 항상 저희들을 지켜 봐 주시고 늘 곁에 있어 주시고 가끔은 짜증도 나지만 저희들을 책망해 주시고 잔소리도 해 주시는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여기 계시는 모든 선생님들이 있기에 지금의 저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저희 역시 그 분들을 사랑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목사님 사모님 그리고 모든 선생님들!! 앞으로도 저희들 계속 지켜 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들꽃이 피기까지

들꽃아이들의 상처는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이라는 자연스러운 틀안에서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들꽃피는학교의 개별화된 학습, 자원봉사활동 및 탐방학습, 캠프, 신앙생활 등을 통해서 서서히 치유되어 갈 것입니다.

조금씩 색깔과 개성이 다른 잔디네 가정, 하늘나리가정, 토끼풀가정, 해바라기가정, 코스모스가정, 튜울립가정, 민들레가정, 충북진천의 무화과가정, 강원도 봉평가정, 전북 장수의 지지리가정이 각 가정단위로 생활하면서 매월 1회 전체모임과 캠프 등으로 모입니다. 특히 안산의 가정들 중심으로는 매주 1회씩 학술제 및 대회 등을 통해 공동체성을 키워가고 자신의 장점과 개성을, 그리고 협동심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생활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생활교사들과 학습교사들, 그리고 후원자들과 이웃들이 지켜보아주며 기다려줄 때, 들꽃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털고 일어나 그 큰 울타리 안에서 아름다운 꽃을 환하게 피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들꽃피는 마을에 관심있는 분들은 http://www.wahaha.or.kr 을 방문해 보세요. 이름그대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득하고, 잔잔한 들꽃이 만발한 집입니다. 그 곳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그려봅시다.

조순실 / 들꽃피는 마을 생활교사, 운영위원장
2000/05/10 00:00 200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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