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과 여성노동
월간 복지동향/2001 :
2001/07/10 00:00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재구조화는 분명히 성(gender) 중립적인 과정이 아니었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명예퇴직의 일차적인 대상이 되었으며, 일자리를 잃은 후 새로운 자리를 찾을 수 없어 좌절한 여성노동자들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전환되었다. 여성의 경우 실업은 곧바로 노동시장에서의 이탈로 이어졌던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이 여성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규직의 정의와 규모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의 절대 다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남성노동자의 상용직 비율이 1996년 66.2%에서 2000년 58.9%로 하락한 한편 여성노동자의 상용직 비율은 같은 기간동안 40.7%에서 29.8%로 하락하였다. 여성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할 확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점 점 더 증가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저연령층(15-24세)과 고령층(55세이상)만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중장년층은 안정된 정규직을 보유하고 있는 남성노동자의 패턴과 대조적이다.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무엇보다도 이미 세계적인 기준에서 한참 뒤쳐져 있는 우리의 성간 불평등과 격차를 확대 재생산하였다. 현재 진행중인 비정규직화는 여성의 입직구를 남성의 그것과 처음부터 다르게 만들며 남녀고용평등의 기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데, 이들이 비정규직을 가교삼아 정규직에 진입할 가능성은 미미한 만큼 이런 고용기회의 차별은 다시 남녀간 소득분배의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지속적인 지식이전의 기회에 노출되지 못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남성에 비해 제대로 된 인적자원개발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생애직업이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근대 복지국가의 정부는 노동시민에게 사회적 시민권(social citizenship)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것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조건상의 평등을 이룩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보호는 노령과 질병, 실업으로부터 노동시민이 처한 위기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사회보험의 제공이다. 그러나 정규직의 대다수가 받고 있는 기본적인 사회보장의 수혜률이 기간제 고용 비정규직 남성의 경우 20-30%에 불과하며,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그 수혜률은 더 떨어져 10%대에 머물고 있다.
만일 사회보장의 보편적 확대가 당장 어려운 과제라면, 정부는 또한 비정규직의 노동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노동법 안에서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균등처우의 원칙을 실행함으로써 지켜 줄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를 전후로 정규직이 정리해고되거나 퇴직한 자리를 메우는 관행에 의해 새롭게 생겨난 비정규직은 대부분 정규직과 차이없는 업무를 행하면서도 경력이 인정되지 못하며 정규직과 크게 차이나는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수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으로는 비정규직이 더 긴 시간을 일하면서도 정규직의 54%에 불과한 임금만을 받고 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 현 상태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불평등은 곧바로 성에 따른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물론 어느정도 규모의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가는 앞으로 계속 조사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여성이 하는 일에 대한 광범위한 저가치화(devaluation) 현상이 만연한 만큼 성중립적인 보편적 직무평가기준을 마련하여 과연 어떤 종류의 노동이 동일가치로 평가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원칙을 강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 찾아져야 한다. 현재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에 있는 균등처우 조항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아무런 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조직화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집합적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재계약 거부라는 간편한 해고의 위협과 정규직 노동운동의 무관심과 방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이 계약한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고, 고용주의 지휘와 통제하에 놓여짐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처럼 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비임금 노동의 제 형태들은 지금까지 조직화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였다. 90년대 소득의 확대와 더불어 양산된 문화, 스포츠산업과 교육 서비스업은 이런 위장 자영업자 제도를 여성노동자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면서 확대시켜 왔다. 골프경기 보조원, 학습지 방문지도교사, 보험모집인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여성 비임금 비정규직들은 최근 무시되어 온 그들의 집합적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어려움 속에서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법적인 보호를 얻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어떤 근대국가도 수많은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완전히 모니터링 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 위반사항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령이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부각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법적인 정비와 더불어 비정규직이 집합적 권리행사를 통해 그것의 이행을 스스로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여성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는 여성노동조합들의 활동은 크게 주목할 만 하다. 여성노동자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또 10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조직률은 남성 노동자 조직률의 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5%대에 불과하다. 여성노동조합들은 이렇게 "남성화"된 노동운동 속에서 기존 노동운동이 대변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중요한 조직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의 증가는 장기고용을 보장받으며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중·장년층 남성가장을 위주로 정형화된 "일"의 모습을 크게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기업복지와 같은 사적복지(private welfare)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겪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은 삶의 질의 하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어떻게 구조화되는가에 따라 다양한 일과 생활의 조직화를 통해 미래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미래의 일의 모습을 구상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비정규직의 조건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남성 가장이 평생을 통해 전일제로 일하는 기존 비정규직의 모습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이 끊임없이 유연한 근로형태를 창출하는 현재 꼭 다시 되찾아야 할 모델은 아닐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게 똑 같이 일과 레저, 그리고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일을 어떻게 구조화 해 갈 것인가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탐구해야 할 주요 주제이다.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무엇보다도 이미 세계적인 기준에서 한참 뒤쳐져 있는 우리의 성간 불평등과 격차를 확대 재생산하였다. 현재 진행중인 비정규직화는 여성의 입직구를 남성의 그것과 처음부터 다르게 만들며 남녀고용평등의 기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데, 이들이 비정규직을 가교삼아 정규직에 진입할 가능성은 미미한 만큼 이런 고용기회의 차별은 다시 남녀간 소득분배의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지속적인 지식이전의 기회에 노출되지 못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남성에 비해 제대로 된 인적자원개발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생애직업이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근대 복지국가의 정부는 노동시민에게 사회적 시민권(social citizenship)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것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조건상의 평등을 이룩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보호는 노령과 질병, 실업으로부터 노동시민이 처한 위기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사회보험의 제공이다. 그러나 정규직의 대다수가 받고 있는 기본적인 사회보장의 수혜률이 기간제 고용 비정규직 남성의 경우 20-30%에 불과하며,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그 수혜률은 더 떨어져 10%대에 머물고 있다.
만일 사회보장의 보편적 확대가 당장 어려운 과제라면, 정부는 또한 비정규직의 노동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노동법 안에서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균등처우의 원칙을 실행함으로써 지켜 줄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를 전후로 정규직이 정리해고되거나 퇴직한 자리를 메우는 관행에 의해 새롭게 생겨난 비정규직은 대부분 정규직과 차이없는 업무를 행하면서도 경력이 인정되지 못하며 정규직과 크게 차이나는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수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으로는 비정규직이 더 긴 시간을 일하면서도 정규직의 54%에 불과한 임금만을 받고 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은 현 상태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불평등은 곧바로 성에 따른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물론 어느정도 규모의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하거나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가는 앞으로 계속 조사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여성이 하는 일에 대한 광범위한 저가치화(devaluation) 현상이 만연한 만큼 성중립적인 보편적 직무평가기준을 마련하여 과연 어떤 종류의 노동이 동일가치로 평가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원칙을 강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 찾아져야 한다. 현재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에 있는 균등처우 조항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아무런 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조직화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집합적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재계약 거부라는 간편한 해고의 위협과 정규직 노동운동의 무관심과 방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이 계약한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고, 고용주의 지휘와 통제하에 놓여짐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처럼 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비임금 노동의 제 형태들은 지금까지 조직화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였다. 90년대 소득의 확대와 더불어 양산된 문화, 스포츠산업과 교육 서비스업은 이런 위장 자영업자 제도를 여성노동자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면서 확대시켜 왔다. 골프경기 보조원, 학습지 방문지도교사, 보험모집인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여성 비임금 비정규직들은 최근 무시되어 온 그들의 집합적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어려움 속에서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는 중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법적인 보호를 얻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어떤 근대국가도 수많은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완전히 모니터링 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직 위반사항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령이 미비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부각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법적인 정비와 더불어 비정규직이 집합적 권리행사를 통해 그것의 이행을 스스로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여성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는 여성노동조합들의 활동은 크게 주목할 만 하다. 여성노동자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또 10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조직률은 남성 노동자 조직률의 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5%대에 불과하다. 여성노동조합들은 이렇게 "남성화"된 노동운동 속에서 기존 노동운동이 대변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중요한 조직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의 증가는 장기고용을 보장받으며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중·장년층 남성가장을 위주로 정형화된 "일"의 모습을 크게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기업복지와 같은 사적복지(private welfare)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겪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은 삶의 질의 하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어떻게 구조화되는가에 따라 다양한 일과 생활의 조직화를 통해 미래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미래의 일의 모습을 구상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비정규직의 조건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이다. 남성 가장이 평생을 통해 전일제로 일하는 기존 비정규직의 모습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이 끊임없이 유연한 근로형태를 창출하는 현재 꼭 다시 되찾아야 할 모델은 아닐 것이다. 남성과 여성에게 똑 같이 일과 레저, 그리고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일을 어떻게 구조화 해 갈 것인가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탐구해야 할 주요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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