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주요 일간지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비록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더라도 자사의 이익과 사주의 입장이 보도 논조에 녹아 들어가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비단 이번 언론 세무 조사뿐이랴? 그간 건강보험 문제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면 그 기사 내용과 논조가 객관성과 사실성을 중시하기보다는 특정한 입장만을 대변하는 편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문의 보도 기사는 최소한 객관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록 언론이 특정한 입장을 갖는다 해도, 독자로 하여금 사실 왜곡이나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하며, 나아가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일부 일간지는 상당히 편파적인 지면 배치를 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실 판단을 흐릴 뿐 아니라 특정한 입장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살펴보자. 최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에 대한 보도 중 6월 20일자 조선일보 4면에서는 "또 하나의 정책실패 '직장·지역의보 재정통합' " 으로, 6월 18일 29면에서는 "의보 재정 통합 연기 가능성/감사원 "여건 미성숙" 복지부에 통보"로 표제를 게재하고 있어 마치 재정 통합 정책이 실패하여 연기할 수밖에 없는 사실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6월 21일자 세계일보 6면에서는 "지역가입자 소득 파악부터"와 6월 20일자 대한 매일 26면에서는 "건보(健保) 예정대로 내년 통합"으로 표제를 게재하여 보도하고 있다. 이는 후자의 표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 전반을 비판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거나 정부대책 발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의 신문을 읽는 독자와 후자의 신문을 읽는 독자는 의보(醫保) 재정 통합에 대한 정부대책 발표에 상이한 반응을 보일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 독자들은 신문을 볼 때 표제를 중심으로 읽기 때문에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옳지만 불공정한 비판과 편파적 태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물론 신문마다 논조와 특색이 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암시하는 혹은 정책을 특정한 방향으로 오도하려는 표제가 일부 신문에서 너무 남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정책 실패" 와 "예정대로 내년 통합"은 그 자체로 독자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그 위해(危害)는 더욱 분명해 진다. 6월 20일자 조선일보의 "또 하나의 정책 실패"에 대한 기사에서 보건복지부 발표결과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통합이 2001년 1월 시행하되, 회계를 분리 운용하여 사실상 유보 내지 연기하겠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중간 표제 역시 "재정운영-돈은 한 주머니에 계산은 따로" 로 표현하면서, 정책이 실패하여 재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예정대로 2001년 1월 의보통합이 이루어지며, 단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일정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재정의 운용을 당분간 분리한다는 것이 사건의 진상이다. 또한 6월 18일자 29면 기사에서는 재정통합이 예정대로 시행되지만, 감사원의 '여건 미성숙' 통보에 연기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단지 보험료 부과징수에 대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문제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본래 의보통합이 형평성 제고와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라는 것은 일언반구(一言半句) 언급하지 않았다.

5월 30일자 조선일보 시론(김종대)에서는 "의보 파탄 '진짜 주범'"이라는 제목으로 건강보험의 재정 파탄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게재하였는데, 실제 원인에 대한 언급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싸움으로 치부하고 있다. 즉, 의보 재정 문제에 대한 결과만을 가지고 논리를 전개하여 정책이 애초부터 잘못 된 시도라고 못박고, 핵심적인 문제의 원인을 무시한 채 이념적 논쟁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거나 옹호해주는 집단의 잘못은 유야 무야 넘어가고, 그 동안의 건강보험 정책결정 과정을 좌경세력의 음모로 몰아가는데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비단 사실(fact) 보도만이 아니다. 지면 할애에서도 편파성이 두드러진다. 6월 1일자 조선일보 31면의 ' "밑빠진 의보 낙제정책" 시민·의약계 강력 반발' 이라는 기사에서 세 명의 기자는 정확한 각 단체의 입장은 소개하지 않고 집단의 감정들만을 기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6월 18일자 기사에서는 재정통합에 대한 찬·반 입장 중 반대 입장만을 부각하여 지면을 배분하고, 찬성 입장은 한 줄로 게재하였다. 반면, 5월 22일자 국민일보 9면 "의보통합 땐 직장인만 '봉' 우려" 라는 표제의 기사에서는 비교적 갑론을박의 내용을 균등한 지면에 배분하여 기사화하고 있다. 특히 기사 내용에 정확한 자료 인용과 주장의 근거를 함께 게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핵심 논거를 명확히 서술하고 있다. 이렇게 찬(贊)·반(反)에 대한 입장을 공정하게 보도하고, 적절한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언론이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일 것이다.

최근 주요 일간지의 보도 행태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사실보도는 간데 없고 편향된 기사와 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이 남발되고 있다. 신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표제에 비판적이고, 상당히 편파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지면 배분에 있어서도 자신의 논조와 다른 이의 의견은 간략하게 언급하거나 아예 지면을 배려하지 않는 등 언론의 횡포로 볼 수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소한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은 사라지고 특정한 입장을 편파적으로 대변하기 바쁜 일부 일간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왕명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던 조선시대에도 사간원의 강직한 진언(眞言)은 왕에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언론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인정되었다. 하물며 지식과 정보의 21세기에, 언론의 주요 임무를 맡고 있는 일간지는 그 중요성을 재차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수많은 시민에게 편파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언론이 자기 입장을 갖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입장을 내세우는 데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공정성이 없다면 "홍위병"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주요 일간지는 하루빨리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 올바른 여론 형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최인덕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2001/07/10 00:00 2001/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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