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야 여름의 참 맛이 나는 것이지만, 요즘의 무더위는 점점 더 짜증스럽습니다. 그것은 더위에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배어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위를 이기기보다는 잠깐 피하기 위해 오존파괴의 주범인 에어콘에 메달리고, 북새통 피서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실하게 땀을 흘려 몸안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자연의 바람으로 몸과 마음을 식혀 더위를 이기는 이열치열의 여름나기 지혜를 되새겨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서 주로 다루려고 하는 건강문제도 마찬가지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심층분석). 우리 사회는 그동안 건강보다는 '치료'에 역점을 두어왔습니다.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치료제와 치료방법의 개발에 전념해왔던 것입니다. 그 결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으뜸가는 소망이었지만, 오래 사는 문제에 비해 건강의 문제는 그리 큰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 수명의 연장은 개인이나 가족의 부담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인들의 건강문제 뿐 아니라, 장애아들을 위한 조기치료나 모성보호, 아동의 건강, 산업재해의 예방 등 사회전체적인 건강보호의 기반을 소홀히 함으로써 개인적 비극과 함께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의 의약분업 파동이 우리를 짜증나게 했던 것은 국민의 건강이 초점이 아니라 보험재정이나 병의원 경영과 같은 '돈'문제가 논쟁의 중심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의료현실을 적나나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방의학의 발전이 지체됨은 물론이고, 광범한 의료소외계층이 발생하고,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되었던 것입니다(포커스).

이제 우리 사회도 '치료' 중심이 아닌 예방과 건강보호 중심의 사회로 전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우선은 제도의 개혁으로부터, 나아가서는 우리들의 삶의 태도와 문명의 방향에 대한 성찰과 재정향을 통해 '건강한 삶'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논쟁>에서 다루는 전자건강카드에 대한 정책적 진단은 이러한 출발점에서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정책적 선택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주제일 것입니다.

이번 호는 건강 중심의 편집이 되었습니다만, 그 외의 기사들도 결코 그 비중을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 사회복지관 평가를 계기로 한 직원들의 반란은 일전의 사회복지협의회 사태와 더불어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동향). 또 다른 주제들은 대체로 시행 1주년을 앞둔 기초생활보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슈들입니다. 경기도 지역 수급자와 전문요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보고서(포커스), 복지부에서 취합한 모범적인 자활사업 사례들(좋은 프로그램)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숙인복지 실무자들의 조직화(지역통신),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에 대한 이론적 고찰(포커스), 장애인과 노인등의 생계보조를 위한 자판기운영실태(동향), 의료급여의 문제(동향) 등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기초보장의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헌신적인 글쓰기로 더위를 식혀주신 모든 필자분들과 나눔의집 출판사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영환 / 본지 편집인,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1/08/10 00:00 200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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