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1. 복지 지방화와 지방정부 예산

  2005년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의 지방이양에 따라 지방정부가 사회복지서비스 예산 편성의 주체로 더 오르고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에 대해서는 국회는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예산감시 활동 등에 의해 상당부분의 정보가 공개되고 공론의 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지방정부의 예산은 감시, 공론의 장에서 사각지대에 있다.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지방권력은 예산 낭비와 비효율적 예산 집행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제고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정부의 예산 투자 역시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그 동안 경제성장 중심으로 편성되고 집행되어 왔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역할에서 인적 자본을 제고하는 사회적 투자 역할로의 전환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지방정부 예산 구조의 전면적 전환은 지방정부 자체의 힘으로는 어려운 과제이다. 정부의 세출구조를 전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이며, 개발국가 시절의 정책집행 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예산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 투자로의 예산구조 변환은 지방정부와 지역 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기반할 때 실현 가능할 것이다. 즉 예산 구조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브라질 포르트 알레그로시 참여예산제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가 된다.  

 2. 주민참여예산제도와 브라질 사례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운용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및 시민사회단체간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한 행태이며 네트워크 구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이념에 기초한 지방재정의 운용을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지자체의 예산편성을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 복지단체들과 함께 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인 지자체만의 예산편성권 발동을 저지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견제를 유발함으로써 지자체의 전횡을 방지하는 방식이 된다. 궁극적으로 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보다 많은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참여예산제도의 전형적인 예는 1989년 세계 최초로 실시된 브라질 리우 그란데 두 술(Rio Grande Do Sul) 州의 주정부 소재지인 포르투 알레그레(Porto Alegre) 시의 참여예산제도이다. 포르투 알레그레 시의 참여예산제도는 전체 시예산의 약 20%에 해당하는 공공투자 부분의 예산안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제도이다.  1988년 노동자당은 참여예산제도를 주요 공약으로 하여 리우 그란데 두 술州의 주지사를 당선시켰고, 이에 따라 참여예산제도는 주 전제로 확대되었다. 브라질에서 시작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남미국가들, 페루, 에쿠아도르, 볼리비아을 거쳐 유럽 국가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등으로 전파되었다. 2003년 시점에서 대략 200여개의 도시들이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그 중 85%는 브라질 도시들이다.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시는 1989년부터 브라질 노동자당(PT)이 시정부를 장악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 의해 예산을 통제하는 시스템인 참여예산제를 개발하여, 1991년부터 예산편성과정에 도입,운영되고 있다. 노동자당이 집권하고 있는 이 도시는 주택, 학교, 병원, 대중교통 등에 대한 시예산의 배정과 집행에 지역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여 결정하고 있다. 참여예산제에 의하여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하는 예산범주는 시정부 예산 중 공공투자부문의 예산으로서 전체 시정부 예산의 20% 정도에 해당된다. 포르투 알레그레시는 참여예산제를 시의회에서 법제화한 것은 아니지만, 시정부를 장악한 브라질노동자당이 그 집행력을 바탕으로 실시하고 있다.
  참여예산제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과정인 동시에 이러한 참여의 통로가 되는 기구를 지칭한다. 이러한 기구의 구성과 운영과정은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을 따르고 있다. 첫째, 모든 시민에게는 참여예산제도운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참여하는 시민들은 동등한 권한이 부여된다. 이러한 점에서 특정 단체나 특정 집단에게 특별한 지위나 권리가 부여될 수는 없다. 둘째,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예산관련 정보와 설명이 제공된다. 공무원들은 직접 시민들의 회의에 출석하여 설명을 해야 한다. 셋째, 참여기구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결정한 내부규칙에 의해 운영되고, 의결과정은 직접민주주의와 대의제민주주의가 적절히 혼합되어 있다. 넷째, 정보를 제공받은 시민들은 재원의 우선순위 결정에 참여하고, 그러한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예산이 배분된다. 모든 예산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포르투 알레그레시의 경우에는 시예산의 20% 정도가 참여예산에 의해 편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배분기준은 상당히 전문적인 방법에 따라 조정되기도 한다. 투자자원의 배분기준은 일반기준(시민들의 참여에 의하여 제정된 실질적인 기준)과 전문기준(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의 법률 규정과 기술적, 경제적 실행가능성)을 조합한 객관적인 방법에 따라서 배분된다. 다섯째,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평가과정에도 시민들이 참여하고, 평가결과는 새로운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에 반영된다.

 3. 우리나라 참여예산제 도입과 발전방안

 우리나라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시민단체들이 예산감시운동과정에서 도입을 주장하였으며, 노무현 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6월말 국회에서 의결된 지방재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제정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모형이 공존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례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제도화했지만 그 이전부터 제한적이지만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의 공식적인 통로를 열어놓은 사례도 있다.

 박광우(2006)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비교분석한 결과 ‘소극적 민・관 협의형’, ‘적극적 민・관 협의형’, ‘소극적 민・관 협치형’, ‘적극적 민・관 협치형’으로 모형화하고, 이중에 가장 선진적인 모형으로 울산광역시 동구가 시행하고 있는 ‘적극적 민․관 협치형’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형은 주민들이 예산운영의 범위와 대상에서 구체적인 참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예산편성권한을 공유하며 상호협력하여 공동으로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이다. 하지만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과 정착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지역사회의 특성과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부합하는 모형을 개발할 수 있느냐 이다. 즉,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 적합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농촌형 자치단체와 도시형 자치단체에 적합한 모형의 설계도 필요하다. 따라서 광역단체 중에 도시형과 농촌형, 기초단체 중에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각각 유형화해 최적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는 각 유형별로 지역공동체의 주체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지역사회의 주체적 역량은 지역정치조직인 집행부나 의회의 개혁성, 시민사회단체의 운동역량, 참여지향적 주민의식의 성숙도 등 내부적 여건과 사회적 자본의 축적 정도로 구체화할 수 있다. 참여예산제도의 성공 여부는 지방정부가 시민단체, 야당, 이해 당사자, 주민들의 거버넌스의 차원에서 지방정부의 예산을 개방적으로 논의할 의지가 있는가에 달려 있다. 즉 지역의 제 사회단체들을 예산편성과정에서부터 참여해서 논의하고 자원배분의 우선순위,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논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야만 참여예산제도의 최소한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도입과 관련된 주요 운영주체와 구체적 참여방식에 대한 제안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남기헌, 2005).
  첫째,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과정에 참여할 주민은 어느 선으로 정해야할 것인가도 예산운영의 효율성 확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해당 자치단체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함은 틀림없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전문가그룹의 참여도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과정에 참여할 주민의 대표성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가도 매우 중요하다. 예산과정에 주민참여 통로를 개설한다는 것은 자치단체의 다양한 주민의사를 예산운용과정에 반영하여 행정서비스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권역(지역)별 대표성과 사업내용별(의제별)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먼저 지역권역별(동별) 대표는 지역의 인구비례, 남여, 연령별 등의 기준으로 구성하고, 사업내용별(의제별) 대표는 전문성의 원칙(전문가 및 관련시민단체)과 지방행정기능별 의제를 기준으로 구성원을 확보(확정)한다.
  셋째, 주민참여예산제도과정에 주민의견 수렴방식은 직접참여방식과 간접참여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참여방식은 예산편성과정별 제도화된 방식으로의 주민참여형태로서 조례로 지정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예산편성전반참여), 분과위원회(기능별예산편성참여), 연구위원회(주민참여 예산제 운영연구), 예산정책토론회(주민참여에 의한 예산편성방향 및 예산안 조정)등의 조직으로 참여방식을 의미한다. 간접참여방식으로는 인터넷 활용, 정책제언, 예산운영관련 설문조사응대 등을 통하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예산운용관련 의견(소신)을 제시하는 형태가 있다. 이들의 역할을 종합하면 <표 2>와 같이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위원회별 참여역할로 제시할 수 있다.


   
 4. 주민참여예산제도 전망

 2005년부터 복지재정의 분권화는 지방정부 수준에서 복지예산의 확대는 물론이고 복지예산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거버넌스체계 구축의 직접적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그 동안 복지예산 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보장한 ‘참여예산제’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 사례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차원에서 지방정부 복지재정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사례는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경기복지시민연대(경기도), 부산참여자치연대 사회복지특별위원회(부산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복지위원회(충청북도), 우리복지시민연합(대구시), 인천참여자치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인천시) 등 광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와 나눔과 연대(경기도 안산시), 관악사회복지(서울시 관악구),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충남 천안시) 등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아직 초보적 단계이며, 지방정부의 사회복지분야 재정운용이 국고보조금 집행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공통적으로 확인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수준이지만 광주시 북구, 울산시 동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과 확산이 시도되고 있다.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너 나아가 민간이 중심이 되어 ‘경제개발’중심의 예산을 사회적 서비스 중심의 예산으로 바꾸는 ‘대안 예산 만들기’운동이 경기도 수원시, 안산시, 고양시 등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복지재정 분권정책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제고시키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제도 시행 2년을 넘긴 현 시점에서 분권정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동시에 분권의 본래적 의미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복지재정 분권정책과정에 시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2007/08/01 11:03 2007/08/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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