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e-mail :saltomortale@daum.net

 우리 나라 최저빈곤층이라 일컬어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개악된 의료급여제도가 7월 1일 실시되었다. 복지부는 빈곤층, 특히 의료급여수급권자의 의료 오남용이 심하기 때문에 이번에 법개정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외로 의료계, 시민사회계 내에서 이번 입법조치가 가져올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이번 입법조치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의료급여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서는 약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개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꾸준히 벌여왔으며,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반대와 거부의 입장을 취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또한 수급권자들도 이번 조치가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며 위헌소송을 냈다. 의사들도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법제도를 거부하며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복지부는 그야말로 ’복지부동‘인 자세로 수급권자의 의료 오․남용이 문제라며  ’고장난 레코드‘처럼 언론보도 공세를 하고 있다.
의료급여제도의 달라진 내용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 1종 수급권자도 본인부담금을 납부한다. 둘째, 이를 위해 건강생활유지비를 가상계좌를 통해 수급권자에게 매월 6000원을 준다. 셋째, 급여일수가 365일을 훨씬 초과하는 수급권자는 병원을 지정하도록 하는 선택 병․의원제를 실시한다. 그리고 법 시행 이전부터 ‘전 복지부장관 유시민이 의료 오남용이 가장 심하다고 지적한’  파스 처방을 금지하는 파스 비급여 항목화이다. 

 이러한 의료급여제도의 개악은 수급권자의 건강을 해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권적 관점에서 보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종 수급권자란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최저 빈곤층을 보호하고 있는 대상자이다. 1종 수급권자는 1인 가구 평균 한달 32~40만원 정도를 받고 그것으로 생활하고 있는 극빈층이다. 수급받고 있는 돈 30여 만 원에서 방세를 제외하고 나면 사실 식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란다. 그래서 시민사회계에서 적정생계비와 그에 따른 최저생계비를 다시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7월 1일 개정된 법에서 고지하는 본인부담금( 1차 의료기관 방문은 1000원, 2차 의료기관은 1500원, 3차 의료기관은 2000원이고 약국 은 500원을 부담하게 된다.) 은 식비가 모자라 하루 한 끼니는  무료급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한 수급권자에게는 의료이용을 하지 말라는 것에 가깝다.
 이는 앞의 주에도 나와 있듯이 의료급여가 현물급여로 되어 있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건강의 악화나 질병 발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뿐더러 경제력 때문에 의료접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고자 하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더구나 법 개정이전에도 비급여항목이 많아 적극적 진료를 하지 못한 수급자가 많은 현실을 개선하려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후퇴시킨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정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 규약)에서도 건강권은 사회구성원의 권리이며 건강권을 후퇴시키는 역행조치는 불가능하며 가용자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할 의무가 있다. 본인부담금은 사회권 규약 일반 논평14에서도 표명한 경제적 접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입국인 한국정부가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증진시켜야할 의무에 반하는 이러한 인권 침해적 입법조치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조차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건강생활유지비라는 명목으로 6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수급자의 의료이용이 충분할 것이라는 것은 복합질환자와 만성질환자가 많은 수급권자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실제 부산의 한 장애인은 3차 진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어 병원을 두 번 이용하니 7월 첫 주에 이미 건강생활유지비가 동이 났다고 한다. 가난해서 몸을 돌보지 못해 쉽게 질병에 걸리거나 질병으로 인해 경제력이 소진된 사람들이 더 만성질환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빈곤상태에 있는 이들은 주거, 영양상태, 작업환경, 위생상태 등이 열악하기에 ‘빈곤이 병을 부르고 병이 빈곤을 부르는 악순환’에 처해 있다.
의료비의 경제적 부담수준을 제한하는 건강생활유지비 6000원 지급은 사회권 규약 일반논평에서도 명시된 “제대로 기능하는 공공보건, 보건의료서비스 및 프로그램이 충분한 양으로 이용 가능하여야 한다.”는 의료이용의 가용성을 위반한 것이다.

셋째, 365일을 초과하는 수급자는 병원을 지정해야만 부담금을 면제하는 것은 차별적이고 비현실적인 조치이다. 365일을 초과하는 수급자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자이거나 복합질환자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병(만성질환)외에 응급상황이 생기거나 다른 질환이 생기면 전액 본인부담이 된다. 선택한 병원이 내과인데 다리라도 다쳐 정형외과에 가려면 복잡한 증명절차를 거치거나 진료비를 전액 본인부담해야 한다. 이는 수급자의 의료급여기관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다. 사회권 규약 12조에서는 “보건시설,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비차별적인 접근 특히 취약집단이나 주변화된 집단을 위해 비차별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규약 당사국의 최소 핵심의무이다.

넷째, 파스 품목을 비급여항목으로 전환함으로써 수급권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켜 의료접근성을 축소하고 있다. 더구나 파스처방이 가능하다고 복지부가 명시한 경구투약이 불가능한 경우는 수술 전 금식환자들을 말하는 것이어서 “너희들이 수술할 정도의 상태가 아니면 파스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급권자들에게는 파스를 줄 수 없다고 고시한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입법조치를 한 근거는 의료급여제도에 투자되는 예산규모가 약 4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예산을 축소하려면 의료오남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번 제도로 얼마나 재정이 감축될지 모른다고 복지부도 애기하고 있으니 사회적 약자인 수급자들의 건강권을 담보로 ‘한번 재정이 줄어드나 안 드나’ 실험해보겠다는 것이니 수급자를 ‘실험쥐’ 취급하는 무책임한 법 시행이다.
의료급여제도를 일반 사업과 동일하게 보는 관점이 수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노무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며 이에 따라 의료급여 대상자를 대폭 늘여서 예산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은 GDP 대비 5.7%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며, OECD 평균 20.7%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넘어서려면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선진국과 비교해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부담이 적은 현재의 조세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마치 수급권자의 의료 오남용으로 인해 의료재정이 늘어나 수급권자의 의료 오남용을 막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진료에 의한 잘못된 처방이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의료 오남용실태 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답변은 없고 자체 조사에 의한 의료오남용 연구보고만 보도하고 있다. 의료급여 환자의 질병 중증도를 제대로 고려한 조사만이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의료이용을 많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나 연구보도는 건강보험가입자와의 의료이용수치만 들거나 일부 사례만을 확대하여 수급권자의 도덕적 해이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보고서에도 수급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이유는 우선 71.8%가 여러 가지 질병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결과는 눈 감고 있다.
또한 수급권자의 과다 의료이용을 보고한 위 보고서 필자가 정책제안으로 제시한 것 중 “약물사용에 대한 감시, 필요한 생활복지에 대한 연계를 함께 제공하는 보건 복지 통합 관리, 노인 재가시설, 장단기요양시설, 한방이나 물리치료 등 증상관리를 위한 지역사회대체서비스의 확대 등의 의료보호망”을 먼저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 앞서 가난한 사람들인 수급자들의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본인부담금부과, 선택병의원제도 등의 법부터 먼저 실시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이번 개악된 의료급여제도 실시로 인해 수급권자의 건강권 침해(피해)사례는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이윤중심의 병원 경영으로 과다진료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급자의 과다진료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벌어지는 공급자간의 과다한 시장경쟁 때문에 공급자의 과다진료는 건강보험 환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의료 오남용문제는 건강보험환자를 포함하자 않고 수급권자만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그래서 보건의료계에서는 수가 체계의 개선과 주치의 제도 등 1차 의료 강화할 것을 제안했으나 오히려 정부는 의료상업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에 필요한 각종 환경을 마련한 의무가 있다. 이를 사회권 규약 12조 건강권에서는 “도달가능한 최고수준의 건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상품, 서비스 및 환경을 향유할 권리” 라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이건 강자이건 차별 없이 의료접근권을 누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건강을 누릴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건강보호제도는 무엇인지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나아가 의료급여제도만이 아닌 건강을 악화시키지 않을 주거, 영양, 생계비 등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관련 부처간의 협력 하에 총체적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가 사회보장제도란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시혜가’ 아닌 ‘한 사회를 함께 사는 사람들이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라는 생각으로 정책을 마련한다면 이번 법제도 개악 같은 약자의 건강권을 짓밟는 조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2007/08/01 11:35 2007/08/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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