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5] 정부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확충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하며
강희설(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책연구실 연구원)
현정부의 중증장애인에 대한 특별보호대책은, 2005년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희망한국 21’에 근거하여 ,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도별 목표치를 설정하여 실행하고 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정책수립 당시 79개소였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을 329개소로 늘리겠다는 것과 장애인실비요양시설 이용료를 1인당 월 27만원씩 지원하겠다는 것(연 800~1600명 대상), 차상위계층 중증 장애인 대상으로 월평균 20만원 상당의 ‘돌보미 바우처’를 제공(연간 장애인 5천명 대상) 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상의 대책 중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확충계획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현재 진행 중인 본 대책의 적극적 재검토를 촉구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요양시설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에 대한 수요추계의 문제이다. 요양시설 확충의 근거로 제시하는 수요추계는 “가정 내 수발이 불가능한 뇌병변 및 최중증 지체 저소득 장애인”으로, 등록장애인의 4.2%인 73,123명에 해당된다. 이는 결국 저소득층이면서 장애등급 1급의 경우는 모두 시설보호가 바람직하다는 사고를 전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각주 참조).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은 근래 장애인복지 관련 환경의 변화에 위배된다. 즉, 2007년 4월에 전부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제55조에서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활동보조인 등의 서비스 지원을 명시하고 있고, 제54조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을 위해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센터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의 정상화(normalization)와 사회통합(integration)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현재 장애인복지 정책의 기본 방향이므로 장애인의 시설입소는 최소화되고, 자립지원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증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는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확충계획의 공급방식의 문제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생활시설의 대규모로 인한 장애인의 분리, 인권유린, 운영비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90년대부터 일반가정과 유사한 형태의 소규모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07년 4월 유시민 전 장관의 수요자 관점 장애인정책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장애인지원종합대책(2차)’에서도 “생활시설 장애인의 탈시설화 방안”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명 입소규모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을 매해 약 80개소씩 신축하겠다는 것은 장애인 입소시설의 전체적인 정책적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요양시설의 신축과정에서 지방정부의 반대와 님비현상으로 부지매입이 어렵고, 기본재산을 확보한 운영주체의 물색도 어려워 기존 장애인생활시설에 40인 가량의 규모를 증축하는 방식으로 집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설의 대형화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결과에 다름 아니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에 있는 40인 규모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확충계획을 중단하고, 그 예산으로 공동생활가정과 같은 형태의 소규모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급방식의 전환은 기존 생활시설의 문제도 해결하고, 현재의 소규모시설 문제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생활시설의 문제로 주로 지적되는 시설의 대규모화를 막으면서, 소규모시설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요양시설 신축을 위해 입소장애인 40명을 기준으로 900m2 당 9억8천4백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는데, 요양시설 한 채를 신축할 비용으로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등을 한 채 당 8천만원에 임대한다고 해도 열 채의 소규모시설을 확충할 수 있게 된다. 입소장애인의 수도 한 채 당 4명을 기준으로 40명이 입소 가능하므로 공급량은 동일하게 되면서도 정책변화의 흐름과 함께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생활시설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운영주체의 비리구조를 차단하는 정부주도의 위탁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설의 신축이나 증축으로 예산이 집행되었을 경우는 사회복지법인의 회계에 따라 법인의 고정자산으로 흡수되지만, 장애인공동생활가정 등의 임대를 위해 지출된 예산은 국가재산으로 귀속되어 정부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생활시설의 문제뿐 만 아니라, 공동생활가정의 오랜 숙원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즉, 입소장애인 40명 시설을 운영하려면 20명의 직원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공동생활가정 형태로 전환하면 열 채의 시설에 직원을 2명씩 배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핵심적인 문제인 한 호 당 직원 1인이 365일 24시간 근무하는 형태를 별도의 추가 예산 없이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넷째, 복지부에서도 이미 발표한 바 있는 시설 기능의 재정립 문제를 실현하는 ‘직주분리’의 원칙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지역사회 내의 일반 주택을 임대하는 소규모시설을 확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설이 지역 내에 위치할 수 있게 되고, 지역사회 내의 직장 또는 여타의 서비스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망한국 21’에 근거한 ‘중증장애인 특별보호대책’은 무리하게 집행을 계속해 갈 것이 아니다. 장애인복지 환경의 변화와 장애인생활시설 정책의 변화를 반영한 면밀한 재검토를 통해, 이미 수립된 정책이라 하더라도 수정할 수 있는 정부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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