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조 분야>

                        남 기 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위원회)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9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으로 권리성 공공부조제도가 탄생하자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가 생겼다. 그 법에는 최저생활의 보장이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으며, 최저생계비 미만의 국민에게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최저생계비)’ 수준까지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었다. 게다가 단지 생계비만을 지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술, 자본, 지식, 정보가 없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창업(자금, 기술)지원, 공공근로 등 다방면으로 지원해주자는 제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공공부조제도이기 때문에 빈곤의 예방이나 퇴치와 같은 근원적인 정책이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빈곤상황 속에서 최후안전망으로서의 기제로 역할할 것이라 보았다.

 그로부터 7-8년이 흐른 지금, 우리사회는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심각한 빈곤 심화와 양극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소위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박탈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신용불량과 재기불능의 절망감에 다시 사회의 주류로 활동해 보려는 자활의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빈곤문제는 일부 개혁적 성향의 사람들만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되는 모든 사회지표가 문제의 심각성이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화 심화는 정부의 문건에서도 기정 사실로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빈곤과 양극화의 상황에 직접 대처해야 하는, 그리고 대폭 개선된 최후안전망이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작동상황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수는 계속 같은 수준이다. 빈곤이 아무리 심해지고 있다는 데도,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붕괴시킬 상황인데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수는 제도 도입 시점부터 매해 150만명 선에서 별로 변화하지 않는다. 보호해야 할 대상자들이 수급자로 책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제 대선의 상황을 맞이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후안전망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짚어보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2007 대선의제로 공공부조 분야에서는 ①최저생계비의 적정화, ②자활지원법 제정, ③상대적 빈곤선의 도입, ④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확대, ⑤기초생활보장제도의 통합급여를 부분․개별급여로 개편, ⑥의료급여의 본인부담제 폐지 등이 부각되었다.

[그림 1] 공공부조 분야 중요 의제에 대한 의견(평균점수 상위 3개 의제, 응답자 %)

 먼저 최저생계비의 적정화는 올해가 3년 만에 돌아오는 최저생계비 실계측년도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현재 기초보장제도에서는 자신의 소득과 재산을 감안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국민을 수급자로 선정하고 이들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대해 나타내는 부족분을 보충해주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다른 제도에서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내용이나 현물로 제공되는 만큼의 금액은 빼고 제공한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 내용에서는 최저생계비가 얼마로 설정되는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최저생계비가 곧 대상자 선정기준이 되고 지원금액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저생계비가 낮게 책정되면 수급대상자 수도 줄어들고, 수급대상자들이 받는 수급액도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가 빈곤문제가 심화되고 있어도 수급자 수가 그대로인 것은 정부가 최저생계비 수준을 억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현실화하여 적정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이전의 생활보호제도와 달리 자활급여를 포함하고 있으며, 빈곤층에 대해 생계비 제공 외에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활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활지원에 관한 핵심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여 실효성 있는 자활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전개되고 있다.

 세 번째인 상대빈곤선 도입의 의제는 최근 수년간 시민사회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쟁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생계비는 절대빈곤선 방식에 따라 최저생계에 해당하는 필수품 가격을 더하는 전물량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수품 품목을 너무 협소하게 설정하여 최저생계비가 비현실적으로 낮아지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더구나 전물량방식에 따라 측정되다보니 해가 갈수록 최저생계비의 액수와 우리 사회 일반적인 생활수준과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평균소득이나 중위소득에서 최저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10% 포인트에 이르는 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격차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OECD 등의 연구방법에서 사용되는 기준 등과 같이 최저생계비를 우리사회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의 일정 비율로 정하여 그 상대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림 2] 공공부조 분야 기타 의제에 대한 의견(응답자 %)

 네 번째 의제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확대는 낮은 최저생계비,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소득인정액 산정이 재산 환산률의 엄격성 등으로 인해 실제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층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지만 자녀들로부터 아무런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부양의무자 규정에 의해 최소한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섯 번째 의제인 급여개편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급여 방식인 통합급여 방식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현 급여시스템은 소위 ‘All or Nothing’으로 되어 있어 수급자가 되면 정부지원 뿐만 아니라 민간으로부터의 상당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수급자에서 탈락되게 되면 지원이 전무한 실정으로 그 차이가 너무 크다. 따라서 차상위계층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급자들도 최저생계비 미만의 수준에서 차상위계층 수준으로 소득을 높여보려는 노력을 기울일 의욕이 없도록 운영되어 왔다. 수급자들이 빈곤함정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측면과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차상위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차상위계층에게도 의료, 주거, 교육, 자활 등의 영역에서 현금이나 현물 혹은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급여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의료급여 본인부담제는 최근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영리화 흐름과 함께 빈곤층의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의료급여는 공공부조의 한 양상이므로 본인부담금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의 제도 개악이 아니더라도 선택진료나 비급여 등의 상황 때문에, 이미 빈곤층은 의료급여제도에서의 보장과 관계없이 의료비 부담을 하고 있다. 의료급여 예산의 부담이나 의료의 과잉이용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이는 공급자 통제 방식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 문제이며, 주치의 제도 등 다른 대안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취약한 집단인 빈곤층의 건강권을 희생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인부담금 과중화의 정책기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상의 공공부조영역에서 대표적인 의제들에 대해 그 중요성을 사회복지 관련 인력들에게 0점(전혀 중요하지 않다)에서 6점(매우 중요하다)으로 평가하도록 의뢰한 조사결과는 다음 <표 1>, <표 2>와 같다.

의제명

응답자 수

평균

최저생계비 수준의 적정화

1608

4.22

자활지원법 제정

1599

3.87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빈곤선 도입

1604

3.83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 확대

1609

3.71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통합급여를 부분ㆍ개별급여로 전환

1605

3.66

의료급여제도 본인부담제 폐지

1600

2.92

<표 1> 공공부조 의제별 중요도 조사결과 평균점수

 최저생계비 수준 적정화와 상대빈곤선 도입, 의제 중요도 높아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사의 응답자들은 공공부조 영역의 의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저생계비 수준의 적정화는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중요성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응답의 빈도분포표를 살펴보면 다음 <표 2>와 같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최저생계비 수준의 문제에 대해서 가장 높은 만점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표 2> 공공부조 의제별 중요도 조사결과 빈도분석

구분

최저생계비 수준의 적정화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빈곤선 도입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 확대

자활지원법 제정

기초생활보장제도 통합급여를 부분ㆍ개별급여로 전환

의료급여제도 본인부담제 폐지

빈도

%

빈도

%

빈도

%

빈도

%

빈도

%

빈도

%

0

전혀 중요하지 않다

17.00

1.06

22.00

1.37

46.00

2.86

21.00

1.31

56.00

3.49

195.00

12.19

1

26.00

1.62

51.00

3.18

87.00

5.41

46.00

2.88

70.00

4.36

198.00

12.38

2

88.00

5.47

140.00

8.73

157.00

9.76

144.00

9.01

152.00

9.47

224.00

14.00

3

232.00

14.43

365.00

22.76

312.00

19.39

332.00

20.76

356.00

22.18

318.00

19.88

4

330.00

20.52

403.00

25.12

397.00

24.67

406.00

25.39

417.00

25.98

239.00

14.94

5

매우 중요하다

915.00

56.90

623.00

38.84

610.00

37.91

650.00

40.65

554.00

34.52

426.00

26.63

 최저생계비 현실화, 더 이상 미뤄선 안돼

 응답자 중 사회복지 관련 연구자나 종사자가 많다는 점에서 최저생계비 수준이 비현실적으로 낮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잘 되어 있다는 점과 관련된다. 사실 공공부조 외에 저소득층의 소득보장을 위해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체계가 없다는 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역할은 크다. 그리고 그 수급자 선정기준, 급여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최저생계비의 적정수준은 매우 중요하다.

 최저생계비를 적정수준으로 현실화하고 공공부조가 최소한의 자기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방안이 관철되어야 한다.

 첫째로 상대적 최저생계비 결정방식 도입이다. 반복되는 테제이지만 궁극적으로 상대적 빈곤선의 요소가 도입되어야만 지속적인 최저생계비 수준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현행 중소도시 기준으로 일원화된 최저생계비를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의 주거비나 문화여건의 차이 등을 반영하여 지역별 차등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대도시나 주거비가 비싼 지역의 추가소요를 반영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셋째, 독거노인이나 소규모 가구원(1~2인)의 경우 최저생계비 기준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가구균등화 지수를 조절해야 한다. 현재 OECD 안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책연구기관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구균등화 지수는 특히 독거가구의 경우에 더 상승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장애인가구나 노인가구 등 가구특성에 따라 생계비 인상요인이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하여 최저생계비를 가구유형별로 현실화하여야 한다.

2007/09/01 15:01 2007/09/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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