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성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1. 복지부문 민관협력의 중요성
 
  민간 앞에서 늘 도도하게 굴던 정부가 최근 민간을 향해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에 대한 개방직 폭을 대폭 확대하는가 하면, 과거 바람막이용 정도로 활용했던 민간위원회에 실질적 결정권을 부여하기도 하는 등 두드러지게 민간에 협력을 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전 부문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복지관련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불리우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관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하였고, 노무현정부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지역사회복지단체와 관을 연계하는 지역복지협의체 구성을 의무화 하였다.  2007 년부터는 이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 전달체계 전체를 민관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주민생활서비스 행정체계로 개편하였다. 왜 정부는 복지부문에서 이 처럼 민관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일까?

 첫째, 국민들의 사회복지적 욕구가 폭증했고 또한 다양화 개별화 됐기 때문에 정부의 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민간의 창의성, 전문성, 현장성을 정부기관에 수혈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경제성장에 무게중심을 두던 권위주의 정부 당시, 복지는 빈곤층의 기본적 의식주 해결을 목표로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정부의 위세 때문에  국민적 복지 욕구는 억눌려왔다. 그러나 흡족하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분배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탄생하자 국민적 복지욕구는 폭발적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즉 세계 13위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민적 복지환경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정부 단독의 힘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다양한 민간기관과 전문가들의 힘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민과 관의 합작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노인장기요양보험, 기초노령연금, 사회서비스, 주거복지, 교육복지 정책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줄을 이어 탄생하고 있는 것 이다.
 국민들의 욕구는 양적인 증대 뿐 아니라 다양화 ․ 개별화 되어 과거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방식으로는 그 실효성과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민적 욕구를 면밀하게 파악 ․ 이해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간의 협력 필요성이 증대해 가고 있다.

 둘째, 최근 들어 정부는 사회복지에 막대한 예산 ․ 인력을 투입하고도 복지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와 만족도는 낮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문제의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는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복지정책의 확대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한다는 희망한국 2030을 국가의 기본적 발전 축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대폭 확대하였으며 다양한 정책 및 제도들을 구축 ․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며, 오히려 신 빈곤층의 대두 및 증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급속한 고령사회로의 진입 등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복지예산의 확대와 새로운 정책의 수립 ․ 실행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결은 전 국민이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부와 민간의 자원을 통합하여 자원의 총량을 극대화하며, 민관이 힘을 합쳐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할 때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민관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셋째, 민간자원의 증대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민간의 복지가용자원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대기업 뿐 아니라 웬만한 중소기업들까지 앞을 다투어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하고 전사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더불어 국가적 부의 증대와 국민들의 복지적 욕구 증대에 힘입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수는 이미 연 2,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종교기관들 또한 복지활동 및 기금을 대폭 확대해가고 있다. 그 결과 민간 복지기금 총액은 경직성 비용을 제외한 정부의 복지예산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만약 민간기관들이 복지영역에서 전개하는 활동까지 감안한다면 민간복지자원 총량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복지욕구 및 새롭게 부각되는 사회문제에 효과적 대응을 위해 정부는  상당량의 자원을 민간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2. 주민생활서비스 개편에서의 민관협력
 복지부문에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주민생활서비스 행정체계 개편이다.
정부는 지방화시대에 걸맞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과 주민들의 욕구에 대응하여 정책을 기획 , 실행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로 대대적인 개편을 하였다. 정부는 2006년 하반기부터 53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2007년에는 전국 모든 시군구 전달체계를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로 개편하였다. 이전에도 정부의 복지분야 전달체계 개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복지사무소와 같이 대부분 시범사업 형태에 머물렀으며 주민생활서비스 개편과 같은 대대적 전달체계 개편은 시도된 적이 없었다.

 주민생활서비스 개편의 주요 내용은 첫째, 주민들에게 8대 영역에 대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둘째, 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김대중 ․ 노무현정부가 삶의 질 향상과 참여복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보건의료․복지․고용․보육․교육․생활체육․문화․여가 등 사회의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확충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서비스 부문이 고립 ․ 분절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주민체감도와 만족도가 낮았다’라는 반성적 인식에 기인한다.
또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은 통합적 서비스 지원을 위해서는 관 뿐 아니라 민간의 자원까지 집중하여 자원의 총량을 늘려야 한다는 점, 민민 민관 사이에 분절적으로 제공되었던 서비스 자원의 중복 및 누락을 막음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관협력의 필요성은 민간기관들이 지역사회의 풀뿌리 기관으로서 지역사정에 정통하며 주민들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와 힘을 합쳐 주민서비스 제공의 주체로 나선다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민관협력의 필요성은 그 절박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지지부진 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232개 시군구 행정체계 개편을 모두 마친 반면 민간은 50여개 지역에서 만 민관협의체의 토대가 되는 민간협의체 구성을 끝마쳤다. 그리고 구성된 민간협의체 중 민관협의체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협의체는 1/5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민생활서비스의 민관협력체계를 평가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그 양과 질이 낮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민간협의체 구성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주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보다 책임 있고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 민과 관이 주민서비스의 주체로 함께서는 것이 어떤 점에서 어려운 것일까?

 3. 주민생활서비스에서 민관협력의 장애물
 민관이 협력하기 위해서는 우선 민간기관들 간의 협력체계 즉 민민협력체계가 갖추어져 하기 때문에 우선 민민협력체계에 대해 살펴보자. 민민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의 어려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민간기관들은 주로 개별기관 중심적인 시각 속에서 개별적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기관을 뛰어넘는 지역적 사고와 활동에 대한 시야와 경험이 취약하다. 둘째, 타 영역에서 활동해왔던 민간기관들 사이에는 교류가 거의 없었으며, 교류를 할 경우에도 영역간 문화적 차이나 주요한 관심사의 차이 등으로 그 협력의 수준은 낮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관간 혹은 영역간 공감대의 형성이나 이해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셋째, 동일한 영역에 속해있던 기관들 또한 협력이 쉽지 않은데, 이는 협동보다는 동일영역 기관들끼리 사업의 영역 및 자원 배분 등을 둘러싸고 경쟁관계를 형성해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민민협력도 쉽지 않으나 민관협력은 더욱 많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주로 민과 관 사이에 기존의 관행이나 조건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각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관은 민간기관들을 다음과 같이 보는 경향이 있다. 즉 관은 민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재원과 인력규모 그리고 권위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민간과 협력 없이도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 ․ 실행해 올 수 있었기에 굳이 민간기관들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한 관의 입장에서 민간은 관으로부터 자원을 분배받는 기관으로 자리매김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민간기관들이 행정 및 회계 그리고 절차상으로 미비한 점들이 많아  협력적 파트너 보다는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상명하복에 의한 일사불란함을 자랑하는 관의 입장에서 보면, 민간기관들은 일 추진이 느리고 공익성 보다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휩쓸릴 가능성이 많으며 전체적 시야보다는 개별 기관적 시야에 갇혀있는 조직이라는 인식 때문에 경시되기도 한다. 더불어 시민단체들이 민간기관들의 중심이 되어 활동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민간기관들이 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행동하기 때문에 협력적 파트너 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민간기관들 또한 관을 다음과 같이 보는 경향이 있다. 관이 자원의 분배를 둘러싸고 민간기관들 위에 군림하며 자원 배분의 절차나 내용이 특정단체에 쏠려있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보직이동이 잦아 현장을 잘 모르면서도 민간기관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권위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불어 현실보다는 지나치게 규정에 얽매이고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사업을 많이 벌여 자원의 낭비가 크다는 생각 또한 갖고 있다.

 국민적 욕구 수렴 및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한 배를 타고 있는 민과 관이 상호 이해의 부족, 민관협력의 경험 부족 등으로 협력에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다.

 4. 결론 - 건강한 민관협력을 위하여
 건강한 민관협력체계의 구축은 상호이해와 많은 경험축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각 주체들이 긴 시간 서로의 차이보다는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이를 확대해가기 위한 노력을 통해 상호간 이해를 조금씩 넓혀가고 신뢰를 쌓아갈 수밖에 없다.
 민관협력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우선 관의 태도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관은 권위주의 시대의 독자적인 정책 수행 방식 변화에 주력해야 한다. 사업 시행이 조금 느리더라도 관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주로 함으로써 민간기관들이 사업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민간기관들 역시 개별 기관 중심적 사고를 뛰어넘어 지역 전체를 사고하고 책임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관의 문화체계, 감사체계, 인사체계 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행정적 내용 및 절차나, 회계 전문성 등을 구비하여 호감이 가는 실력 있는 파트너로서 관의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 역시 관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건전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으나 다른 한 측면에서 관 또한 민간과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일들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민과 민, 그리고 민과 관이 상호간 이해와 동일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 단위의 공동사업을 시행해 보는 것이 좋다. 더불어 공동사업과 민민협력체계, 민관협력체계를 보다 용이하고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기관들과 사업을 매개하는 코디네이터(혹은 퍼실리테이터) 배치의 필요성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건강한 민관협력체계 구축은 주민생활서비스 개편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전 국가적 문제해결의 기본 전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예상될지라도 민관 모두의 힘을 모아내야 할 것이다.

2007/10/01 14:57 2007/10/01 14:57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4042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