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각 대선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보건의료․건강보험 분야의 주요 정책들을 살펴보면,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보건의료의 예방적 기능을 강화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질병 치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과 사후 치료 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체계로는 미래의 질병 부담을 극복할 수 없다는 전망을 공유한 결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대선후보들 간의 적지 않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 기업도시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 허용 등과 같은 보건의료산업의 선진화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전반적인 보장성 강화보다는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질환 등에 집중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의료의 예방적 기능 강화 측면에서는 건강영향평가제도, 건강도시 프로젝트 등과 같이 건강친화적인 정책 환경과 삶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에 반해 정동영 후보는 건강양극화 최소화, 치료비 부담 경감과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건강보험 개편, 평생건강관리체계 구축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보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도 제시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 R&D 강화, 전자의무기록 구축, 생명윤리․안전인프라 확충 등으로 이명박 후보의 내용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단계적 무상의료 추진이라는 정책목표 하에 가장 일관되고,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대선후보들의 보건의료․건강보험정책들이 슬로건 형태의 제목을 열거하는 수준인데 반해, 권영길 후보는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과제별 로드맵과 예산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문국현 후보는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5% 수준으로 강화하고, 전국민주치의제도를 시행하며, 의료비의 효율적 관리체계를 확보한다는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와 마찬가지로 연차별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돋보이지만, 이를 위한 재원 마련 계획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 이상으로 강화하고, 공공의료의 비율을 30%까지 늘린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경제적․의학적 취약집단과 중증질환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는 대부분 대선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긍정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의 대상과 범위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와 다른 대선후보들 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정된 보건의료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며, 경제적․의학적 취약집단과 중증질환의 우선순위가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의 목표집단이 경제적․의학적 취약집단과 중증질환으로만 국한된다면, 복지의 보편성 훼손과 선별주의적 복지 강화라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후보의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공약도 보건의료의 영리화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공공의료를 포함한 의료공급체계에 대해서도 이명박 후보는 다른 대선후보들과는 달리 특별한 정책과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 재원조달기전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그리고 대다수 대선후보들이 언급하고 있는 예방적 보건의료 기능 강화의 성과는 의료공급체계의 성과에 의해 좌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정책적 검토 부재는 ‘정책 완성도의 부족’ 혹은 ‘의료공급체계는 시장 원리에 의해 조정되기 때문에 정책적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의 반영, 이 둘 중의 하나일 것으로 판단된다. 

각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참여연대 질의서 답변 내용을 기초로 보건의료․건강보험분야 정책의 이념적 분포는 다음 그림과 같다.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다른 대선후보들은 보건의료․건강보험분야에 대한 국가 책임성과 보편주의를 강조하는 기본적인 방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단, 이인제 후보의 경우에는 일부 정책이 시장 책임성과 선별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반해 이명박 후보는 전반적으로 시장 책임성과 선별주의에 기초한 보건의료․건강보험분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예방적 보건서비스 분야에서는 국가 책임성과 보편주의를 반영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림 > 각 대선후보들의 보건의료․건강보험분야 정책의 이념적 분포 
<표 > 후보별 보건의료․건강보험분야 정책의 핵심

건강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관련 질의에 대해 이명박, 정동영, 권영길 후보는 지역가입자의 직장가입자 전환을 공통적인 정책방안으로 응답하였다. 그 외 정동영, 권영길 후보는 저소득층 혹은 건강보험료 체납가구에 대한 지원방안을 추가적으로 제시하였다. 문국현 후보는 건강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인제 후보는 사회보장을 이원화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이인제 후보의 전반적인 공약의 기조와도 일치하지 않는 모순적인 응답으로 판단된다.

<표 > 건강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에 관한 후보들의 견해

건강보험제도 개편 관련 질의 중에서 ‘본인부담상한제 기준선 인하’와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기전 마련’에 대해서는 모든 대선후보들이 찬성하였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동영 후보가 반대했으며,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상병수당 도입에 대해서는 정동영 후보만이 반대했다. 선택진료비 폐지와 총액예산제 및 포괄수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명박, 이인제 후보가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표 > 건강보험제도 개편에 관한 후보들의 견해

전국민주치의제도 도입과 도시보건지소 확대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만이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다른 대선후보들은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의료 확충에 대해서는 권영길,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정동영 후보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 개선과 제한적인 확충 입장을, 이명박 후보는 공공의료의 질적 확충과 역할 강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공공의료의 양적 확충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표 > 일차의료 및 공공의료 확충에 관한 후보들의 견해

각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질의서 답변 내용을 종합해 보면, 유력 대선후보들은 보건의료․건강보험 개혁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단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기간 동안에 성취한 성과는 미흡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현재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이런 강력한 의지 표명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차기정부의 보건의료․건강보험 정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했거나 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찬성’한 개별 정책과제들은 이들이 ‘반대’ 혹은 ‘답변유보’로 응답한 정책과제들이 병행되거나 전제되지 않고는 성립 불가능한 것들이다. 예컨대, 전국민주치의제도와 도시보건지소의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방적 보건의료의 기능 강화는 쉽지 않다. 또한 건강보험 지출구조 합리화의 핵심인 보수지불제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건강보험 보장성의 지속적인 강화는 불가능하다. 즉, 유력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늘리겠다는 약속은 하지만,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핵심 수단은 거부하거나 유보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중의 한 명인 이명박 후보는 보건의료․건강보험에 대한 선별주의적 접근의 가능성을 짙게 내보이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의 영리화 정책을 중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대선후보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차기정부는 보건의료․건강보험에 대한 근본적 개혁의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고, 이를 집권기간 동안에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 개혁의 방향이 복지의 보편성 원칙에 어긋나거나, 시장과 경쟁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보건의료의 영리화를 가속화하는 것이라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보건의료․건강보험 정책의 내용적 빈곤과 구체성 결여와 함께 일부 대선후보들의 정책 이해도 부족도 중요하게 지적되어야 할 사항이다. 일부 대선후보는 자신이 제시한 공약과 질의서 답변 내용이 정반대이거나 이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정책선거가 실종되었다고들 하지만, 면피용의 요건조차도 충족하지 못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또한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고는 보건의료․건강보험분야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할 지점이다.

2007/12/01 15:09 2007/12/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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