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1] 참여정부 복지정책 총괄평가
조흥식(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정부의 정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총괄평가는 더욱 어렵다. 개별 사안에 대한 각종 정책 프로그램을 어느 수준까지 묶어서 평가할지, 그리고 어느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할 지 하는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을 개별 정책 프로그램의 묶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이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 하는 차원에서 개괄적으로 평가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발전의 내용에는 양적, 질적 차원 모두 해당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2월, 그 당시에는 가계부채, 신용불량자 급증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되어 있었고, 고용 없는 성장이 이루어짐으로써 경제성장이 소득분배 개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악화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 기업, 지역, 고용, 소득 면에서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 이 뿐만 아니라 출산율의 지속적인 하락과 함께 급속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던 시기였다. 이렇게 볼 때 참여정부는 빈곤문제라는 과거의 사회위험(구 사회위험) 요소뿐만 아니라, 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이 점점 많이 등장하게 되어 나타난 신 빈곤문제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위험(신 사회위험) 요소까지 겹쳐 나타난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범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러한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복지정책을 해 온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 사회위험 요소들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의 선성장․후분배 발전전략을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점을 들 수 있다. 복지를 단순한 시혜나 소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워서 미래에 대비하는 사회적 투자의 개념을 부각시킨 점이다. 특히 2006년부터 2007년 2년 동안 사회투자 국가 혹은 전략 개념에 대한 활발한 찬반 논쟁이 사회복지계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까지 이루어진 것은 이를 반영한다. 특히,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위주로 재편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러한 동반성장 패러다임은 5년간 사회정책의 아젠다 형성에 성공했고 나름대로 국민의 관심을 끌어 사회정책을 경제정책과 더불어 국가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국가정책의 목표로 국민들이 인식하도록 한 것은 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신․구 사회위험 요소 등을 망라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래문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구체적으로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 2030’(비전 2030)을 국가 미래비전 및 발전전략으로 제시한 점이다. 혁신적이고 활력 있는 경제,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안정되고 품격 있는 국가 등 3대 목표를 수립하고, 성장 동력 확충, 인적 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능동적 세계화 등 5대 전략을 마련하였다. 특히 5대 전략 가운데 인적 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등 3개 전략은 사회복지서비스의 강화와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 등 복지정책의 발전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셋째, 신 사회위험 요소들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한 점을 들 수 있다. 여러 다양한 복지관련 패널조사와 기초 통계자료 수집들을 국가예산으로 본격적으로 하게 하여 이를 복지정책 수립의 중요한 원천자료로 활용하게 하였다. 그리고 근로빈곤층과 사회배제를 드러내는 신 빈곤문제와 급속한 저출산 문제, 고령화 문제 등을 정확히 짚어내어 이를 토대로 하여 각종 복지정책 프로그램들을 제도화하게 한 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넷째, 기본적인 사회복지 인프라의 구축과 관련하여 법적 장치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2003)을 통해, 지역복지 중심의 서비스 신청주의를 도입했고 또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게 하였으며, 연이어 사회복지 지방이양 실시(2005),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증원(2005),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 실시(2005-2007),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체계 구축(2007) 등을 통해 지역복지의 활성화를 도모케 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적기업지원법’ 제정(2006), ‘기초노령연금법’ 제정(2006),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2007),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2007) 등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의 확대에 기여하였다.
다섯째, 복지지출 예산을 꾸준히 증액해 온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효과적 대처를 위해 복지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복지예산을 확대해 온 것만은 분명하다. 참여정부 기간 중 복지지출을 연평균 20% 수준으로 확대시켜 왔으며, 이에 따라 2005년부터는 복지지출 비중이 경제개발 지출을 상회하게 하였다. 구체적으로 복지지출 내용을 보면 2002년에 26조 1천억원에서 2006년에는 54조 2천억원으로 대폭 증가하였다. 이를 통합재정 결산 기준으로 하여 통합재정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보면, 2002년에는 19.9%, 2003년 20.2%, 2004년 24.5%, 2005년 26.7%, 2006년 27.9%로 계속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수준에 비교해 보면 아직도 미흡하며, OECD 국가의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참여정부가 복지정책을 잘 해 온 면도 많지만 다음과 같은 잘 하지 못한 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 중 복지재정 지출을 가장 많이 확대했지만 정책운영의 미숙으로 정책의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참여정부의 비전 2030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 전략으로 2030년까지 우리나라를 선진 복지국가로 만들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복지 예산 집행의 비효율적인 요인과 사회복지 전달체계상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노정시켰다. 물론 참여정부는 국민들에게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편리하게 한 곳(ONE-STOP)에서 제공하기 위해 일선 행정기관의 조직을 개편하고 민․관협력 체제를 유도하였으며,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4대 보험료 통합징수로 소득 파악을 더 정밀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근로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저소득층의 능동적 소득개선을 독려하여 미래 재정부담을 축소하기 위하여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저소득 근로가구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고자 추진하였다. 이와 함께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방식 기준을 지역가입자 급여비에서 보험료 예상 수입액으로 변경했으며, 중앙부처의 유사사업을 통합하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를 들면 여성결혼이민자 관련 사업을 여성부 중심으로 통합하는 등 사회복지 분야의 지출 효율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책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게 적지 않다. 사회보험의 경우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방치한 채 복지재원만 투입하는 것으로 사회보험제도의 효과성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으며, 공공부조의 경우도 빈곤층의 고착화 문제에 대응하는 복지 대책이 빈곤탈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은 이러한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예로서 자활사업 등 일자리 창출과 관련하여 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단기적인 일자리만 늘리는데 급급했고, 또한 보여주기 행정식의 부실한 사업 구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정책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히 실효성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둘째, 복지정책의 비전과 목표, 전략은 좋은 데 비해 정작 집행과정에서 풀뿌리 복지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집행한 점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복지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2005년부터 사회복지서비스를 포함한 각종 복지관련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하는 ‘국가보조금 정비방안’을 시행하여 사회복지 지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방이양을 하도록 하였다. 또한 지역복지의 활성화와 효율성을 위해 멀쩡히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실시하던 도중에 이를 폐지하고 그 시범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기도 전에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효과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체계를 구축한 것은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뿌리박은 주민(수요자)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이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지방재정 자립도가 극히 낮고, 지방자치단체장의 복지 마인드가 결핍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준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인 모든 노인, 장애인, 여성 등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지방으로 이양된 사회복지 지출 예산을 다시 중앙으로 가져가라는 호소와 주장들은 전국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의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아직은 때가 이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담보하지 않은 채 지방이양한 사회복지사업의 성급한 정책 집행은 당연히 문제를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셋째, 참여정부 후반기에서 담론의 열을 지핀 사회투자 국가 혹은 전략 논쟁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과 함께 더욱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고자 한 감이 없지 않다. 지속적인 중장기 정책 프로그램으로서 사회투자전략은 상당 부분 수용될 수 있지만 복지국가의 지향을 수정한 사회투자국가 모형은 꽤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사회투자전략은 우리의 경제사회 변화과정에서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첫째, 중산층에까지 보편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 등의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서구 복지국가에서 시도하는 사회투자 프로그램들을 구 사회위험 요소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본적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 둘째, 사회투자정책에 드는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데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 셋째, 노동시장 안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당장 정책 집행에서 한계를 갖게 된다는 점, 넷째, 보건복지, 교육, 고용정책, 청소년ㆍ가족ㆍ여성ㆍ노인정책, 문화ㆍ체육정책 등 사회정책 프로그램들 간의 연계성을 높이지 못하면 애초의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 다섯째, 사회투자전략이 개인의 책임과 공급중심의 정책을 강조하더라도, 경제, 산업, 노동 구조 전체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거시적 이행전략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화하지 않으면 노동시장 여건변화 속에서 계층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한 점, 여섯째, 전문적인 행정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하는 점 등과 같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은 흔히들 보수주의자들이 예기하는 ‘잃어버린 10년’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향해 가는 여러 길에 대한 대안 제시와 함께 이를 직접 추진하고자 한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만 정책운영의 미숙으로 정책의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점에서 일정 부분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의 복지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경제, 일상적인 삶 중심의 복지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함께 아우르는 국가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다. 즉 지식기반 경제에 맞는 사회 구성원의 능력을 배양하고, 일을 통한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정부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여 지식기반 경제의 토대에서 경쟁을 통해 도태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은 단순 노동자와 실업자의 경우는 사회안전망을 통해 기초적인 일상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한편, 동시에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이 가능한 사람들은 고용안정사업과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경쟁력을 갖추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키는 노동시장정책을 복지정책이라는 큰 틀 안에서 통합하여 시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충분히 일상적인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공공부조제도와,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를 과감하게 줄여 나가며, 보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하루빨리 갖추어야 하고, 사회복지에 종사하는 인력들의 전문성과 사기 진작을 위한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신․구 사회위험 요소들을 그대로 둔 채 경제성장 만으로 선진화를 이루어 내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의 복지정책 패러다임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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