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2] 참여정부 복지정책 평가 - 공공부조 정책
남기철(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빈곤문제의 심화와 공공부조
우리나라의 공공부조가 근대적인 사회복지정책으로 자리잡히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성립부터이다. 그 이전 생활보호제도가 다분히 시혜적 성격을 나타내었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법적 권리로 ‘기초생활’의 보장을 선언하였다. 물론 공공부조제도가 가지는 낙인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것이었다. 실제 수급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도 많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의의를 폄하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공공부조제도, 나아가 사회복지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민의 정부 당시 외환위기에 의한 미증유의 경제적 어려움이 사회안전망 확충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었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에서 이루어진 공공부조제도의 성과 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요한 정책 영역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친복지적 정권이라는 정부의 속성도 그러하거니와 집권 이후 사회경제적 상황도 배경이 되고 있었다. 외환위기로부터 벗어났다고 하지만 다수 국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되어 왔다. 최근 내내 사회적 쟁점이 되어온 비정규직의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일을 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이 확연하게 늘어났다. 불평등과 관련된 지표들도 계속 악화되어 사회양극화 문제는 언론이나 일반인에게도 일반적인 화두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이나 수당 혹은 사회서비스 등 사회보장체계에 의한 사회적 안전망이 극히 취약한 상황이다. 때문에 참여정부 들어서 심각해져온 근로빈곤, 사회양극화의 문제에 대한 대응의 하중은 공공부조에 집중되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조체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아울러 몇 가지의 범주적 공공부조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한국의 공공부조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라고 등치시켜도 좋을 만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참여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하여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은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존재이다. 사각지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제도적용의 예외 영역이 컸다. 이는 대상자 선정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직성, 소득 및 재산 기준의 불합리성 등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최저생계비 책정의 문제이다. 최저생계비 자체가 수준이 낮고, 또한 계속적으로 수준이 하락하여 결국 보호의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귀결되는 상황이었다. 탈빈곤이나 근로유인, 그리고 자활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 역시 계속 제기되었다. 통합급여 방식의 부적절성 논란 역시 계속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두 가지 방향에서 빈곤문제와 공공부조 관련 정책 쟁점에 대해 대응해왔다. 첫째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혁 혹은 수정이다. 몇 가지 문제점에서 드러났듯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공공부조 정책으로서 가지는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완결적이지 않았다. 두 번째는 과거와는 달라진 빈곤의 양상에 비추어 근로빈곤 등에 초점을 둔 새로운 대응을 모색하였다. EITC의 도입, 사회서비스 정책의 강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참여정부의 공공부조 관련 정책
참여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대 보강하겠다는 공약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2002년의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정책공약 중 공공부조에 대한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확대”와 “자활사업으로 자립기반 조성”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전자에는 다시 최저생계비 개선과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 등이 포함되었고 후자에는 자활지원법의 제정, 자활지원을 위한 서비스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표 1>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공공부조 관련 정책공약
참여정부 출범 후 100대 국정과제 중에는 ‘기초보장 내실화 등 취약계층 보호지원 강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참여정부의 복지정책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을 통해서이다. 여기서 정책목표로는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복지서비스 제공, 상대빈곤의 완화, 풍요로운 삶의 질 구현을 제시되었다. 정책목표에 따른 3대 정책영역 중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 부분에서 주요추진과제로 기초보장체계의 정비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시기동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몇 가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첫 번째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변화이다. 부양능력에 대한 판정에서 소득인정액 120%에서 130%로 변화시키는 등 다소 기준을 완화하였다. 두 번째는 대상자 선정과 급여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 실계측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키고, 제한적이나마 최저생계비를 꾸준히 향상시켜왔다. 세 번째로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만들어 행정적 절차의 지연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의료급여와 자활급여의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의료급여 본인부담 상한제 등으로 본인부담을 경감하였다. 자활급여의 부분에서 차상위 계층에 대한 자활지원 등이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이 밖에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과거 재산기준과 소득기준이 이원화되어 이를 동시에 충족하여야 했던 부분을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단일화시켰다. 특히 참여정부의 공공부조 정책 초기에 나타났던 이러한 변화들은 대체적으로 공공부조를 내실화하여 보장을 강화하려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참여정부는 공공부조와 관련된 문제에서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 입각한 보수적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같은 흐름은 특히 참여정부 후반기의 정책에서 더 두드러지게 된다. 대표적인 것은 재정부담 경감을 위해 취해진 의료급여 본인부담의 강화조치나 입원환자 생계급여 축소 등의 정책이다. 자활급여애서도 탈빈곤 혹은 탈수급 실적이 낮다는 점에 대해 자활사업의 실적에 대한 통제가 점차 강해졌다. EITC는 근로빈곤층에 대한 생활보장과 지원보다는 근로유인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다.
공공부조의 대상자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약성
공공부조에서 근로능력 유무에 관계없이 생계급여가 제공되는가 하는 점은 중요한 이슈이다. 수급자격 있는 빈민(deserving poor)과 수급자격 없는 빈민(undeserving poor)을 구별하는 인구학적 기준을 폐지했다는 것이 생활보호법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의 이전에서 큰 의미이었다. 공공부조에서 중요한 이 의미를 강화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정책의 평가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근로능력이 있는 빈민에 대해 근로를 통한 자활을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근로능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대해 서로 다른 서비스가 연결되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느냐, 빈민에 대한 보장수준을 낮추고 근로를 강제하여 통제하느냐 하는 점이 공공부조 정책의 성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수급자의 실제 상황이다. 기초보장 수급자는 제도 성립 이래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 대략 150만명 선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 하에서 기초보장의 확대가 실질적으로는 가시적 효과를 보이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같은 기간 소득양극화나 상대빈곤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기초보장의 제약성, 혹은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유형
또한 <표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급자의 80%는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 등 취약계층이다. 그리고 근로능력자 중 90% 가량은 인구학적으로 근로능력은 있을지언정 실제로 일을 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양육이나 간병 등 가구여건 제외자 6만 7천명, 낙후지역 거주자 4만 3천명, 주 3일 이상 취업중이지만 급여가 낮아 빈곤한 17만명 등) 조건부과제외자이다. 결국 소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에 있으면서도 수급을 받게 되어 조건부 수급자로 지정된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2.7%에 불과하다. 결국 기초보장의 대상자는 실제에서 나태에 의한, 고전적 의미에서 수급자격이 없는 빈민으로 볼 수 없다.
물론 그 수는 적지만 조건부 수급자와 관련된 정책 방향이 상징적으로 또한 제도의 성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에 대해 ‘자활사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자활사업에 2007년 기준으로 약 8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는 조건부 수급자 등 수급자가 70%, 차상위 계층이 약 30%를 차지한다. 근로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대상자는 노동부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이는 3천명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재의 시점에서도 그 적용대상이 너무 적다. 더구나 자활사업 관련 프로그램의 절대량 부족은 이는 인구학적 기준을 폐지한 공공부조 제도라는 의미를 거의 상징적으로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참여정부 공공부조 정책의 현 쟁점과 평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이 몇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전히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기저에는 절대적 방식으로 계측되어 그 상대적 수준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지역별, 가구특성별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재산의 소득환산률,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나 실제 부양유무의 반영 문제도 남아 있다. 전달체계가 정비되지 못하고 제도를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할 행정력 역시 취약하다. 탈빈곤이라는 궁극적 효과를 거두기에는 통합급여의 경직성 문제도 제기된다. 사실상 이러한 현재의 문제점은 참여정부에 의해서도 인식되어 왔지만 정권말기까지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였다. 참여정부에 대해 ‘로드맵’ 정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 것처럼, 공공부조의 취약성에 대한 개혁 계획은 여러 가지로 발표되어왔지만 그 성과를 임기 내에 가시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참여정부가 공공부조 정책 전반에서 성과가 없다고 폄하할 수만은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권초기에 이루어진 최저생계비 계측주기의 단축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기술적 보완 등은 공공부조 강화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보여준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집권시 시민단체 등과의 질의와 응답 과정에서 공언하였던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계측 방식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기본적인 문제가 된다. 그리고 후반기에 보장 강화보다는 통제와 근로유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발견된다.
참여정부의 공공부조 정책은 보장 강화를 위한 몇몇 정책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긍정성 보다는 ‘근로능력 있는 빈민’에 대한 통제의 논리를 돌파하지 못한 한계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참여정부 초기 정책기조를 유지하지 못한 자기모순일 수도 있다.
2007년 말과 2008년 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하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점은 급여체계 개편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소위 ‘욕구별 범주별 급여방식’과 관련된다. 개별급여 혹은 부분급여의 도입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이 역시 참여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지만 완결하지 못하고 남겨두는 영역이다. 급여체계 개편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급자들에 대해 전체적인 보장 기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차상위 계층이나 기초보장 사각지대에 대한 보장의 강화 그리고 욕구에 맞는 지원을 통해 탈빈곤을 유도하는 중요한 이슈이다. 그러나 자칫 이 과정이 기존의 수급자에 대한 생계보장의 약화로 귀결될 우려도 가지고 있다. 새로 출발하는 정부에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본취지인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하는 성격’에 역행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공공부조는 국민의 생활보장을 위한 ‘최후’ 안전망이다. 여러 단서나 조건을 붙이기에는 적절치 않다. 참여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및 관련 정책들을 통해 공공부조에 대해 기술적 보완을 이루었지만, 1000만 빈곤 시대에 대처한 충분성이나 완결성을 갖추지 못하고 역행 혹은 혼란에 머물렀다. 이후 보수적 성격의 정부가 공공부조와 급여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지 주목된다. 당선자 진영이 상대빈곤선 채택과 기초보장 강화를 공약 혹은 약속하였다는 점에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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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곤(2005),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성격과 과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자활정책평가센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5주년 평가 심포지엄자료집
김연명(2007), “한국 사회정책의 특징 : 취약한 국가의 역할”, 복지동향 101호.
남기철(2007), “신빈곤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위기”,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 편 한국사회복지의 현실과 선택, 나눔의집.
여유진(2005),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생계보장”, 보건복지포럼 108호.
이태수(2007), “참여정부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 계간사회복지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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