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부산의과대학교 예방의학 교수)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하여 지금까지 몇 차례 평가가 있어 왔다. 우선 참여정부 출범 시 내세운 보건의료 핵심 공약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 4년에 즈음하여 보건복지부에서는 보건복지 27대 핵심공약을 자체 평가한 바 있다. 이 중 보건의료공약은 16개인데, 보건복지부 자체 평가에서는 완료 7개, 정상 진행 중 7개, 추가보완필요 1개, 부진 1개로 성적을 매겼다. 이에 대해 경실련에서는 같은 항목들에 대해 A-D의 성적을 매긴 결과, B 4개, C 7개, D 5개로 나타나 보건복지부와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내놓았었다.

 한편 2007년 3/4분기에 실시한 보건복지부 평가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 27대 핵심고약 중 25개 사업이 이미 ‘완료’ 또는 ‘정상 추진’ 중이었고, 나머지 2개사업은 ‘보완필요’로 평가를 한 바 있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본부장은 공공보건의료 확충 등의 정책집행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편, 2007년 10월 의료연대회의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39명, 교수 및 전문가 40명, 보건의료담당 기자 18명을 대상으로 참여정부의 전반적인 보건의료정책 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우 못함 37.6%, 못함 42.6%, 보통 17.3%, 잘함 2.5%로 응답자의 80% 이상이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매우 못하거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평가하는데 그 평가기준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에서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지출했는지, 무엇을 얼마나 법제화했는 지 등도 중요하겠지만, 정책이 시장 및 사적 제도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 전에 내건 공약들이 보건의료의 공공적 기능을 강조해 왔었던 점을 고려할 때, 참여정부 5년 동안 보건의료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공공과 시장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가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노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줄곧 보건의료에서 공공과 시장의 조화를 줄기차게 강조해 왔었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사업을 했고, 보건의료지출이 어느 정도이며, 몇 개의 법이 통과되었는 지로 기준을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 글에서는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과 시장적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구분하여 두 영역에서 핵심적인 정책들을 평가한 다음 공공적 기능과 시장적 기능이 실제 어떻게 상호작용하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참여정부의 모든 보건의료정책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상세히 다루는 것은 지면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글의 내용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더군다나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총괄적으로 조명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라는 판단 때문이다.

공공적 기능의 강화 정책 평가

공공의료 확충
애초 참여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에 매우 큰 비중을 두었다. 이는 공공보건의료를 전체의 30%로 확충하겠다는 공약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공공의료 확충의 청사진은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무려 2년이 지난 2005년 12월의 ‘공공보건의료확충 종합대책’으로 구체화되었다. 공공의료 확충은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 서비스 내용의 확충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바, 30% 라는 숫자가 전자인지, 후자인지, 아니면 전자와 후자를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정도인지가 불분명하다. 이러한 목표의 불분명성은 보건복지부에서는 공공의료 확충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확충 종합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2005년에서 2009년까지 4조3천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하였지만, 공공의료의 확충 속도보다 민간의료의 확충속도가 훨씬 빨리 진행되어 공공부문이 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공공의료가 의료체계에서 일정부분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의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참여정부는 의료체계에서 민간의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의 좋은 점을 국민들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공공의료는 민간의료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 공공의료는 민간의료를 보완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또한 도시보건지소와 같이 국민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였다.

건강증진기금과 국민건강증진사업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담배세의 인상으로 인한 건강증진기금이 대폭 확대되었다. 건강증진기금은 2003년 7,362억원에서 2006년 1조 9,076원으로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이렇게 확충된 건강증진기금의 상당부분이 국민건강보험 지원금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각종 건강증진사업이 확대되는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과거 일반 국비에서 지출되었던 보건의료사업비 대부분이 건강증진기금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사업의 활성화는 건강증진기금의 확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장 기본적인 국가사업인 전염병 예방접종이다. 보건소뿐 아니라 모든 민간병의원에서 무료로 법정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세 인상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 확보를 하지 못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것이다.
한편, 2005년의 새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는 기존의 건강수명의 연장과 함께 새롭게 건강형평성 제고를 추가하여 양대 목표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건강증진사업의 흐름을 고려한 것이었다. 즉, 평균적인 국민건강수준의 향상뿐 아니라 계층 간 건강수준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6년 한겨레신문의 기획기사인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에서 다룬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 수준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부문간 정책 노력은 상당히 미흡하였을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중요한 정책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1997년 정권을 잡으면서 가장 역점에 둔 국정과제 중의 하나가 건강불평등 해결이었던 것과 비교가 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참여정부 기간 동안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암 등 일부 중증질환(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수술환자)에 대한 법정본인부담 10% 적용이었다. 그리고,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입원 법정본인부담 면제, 산전 진찰 보장성 강화 등이 잇달아 발표되었다. 이것이 실제적으로 가능했던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로 전환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건강보험 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면, 참여정부에서 이들 중증질환자와 산모 및 아동에 대한 보장성이 확대되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정해지는 참여정부 후반기에 외래 진료 법정본인부담의 정액제의 정률제로의 전환, 식대 본인부담금의 상향 조정, 의료급여 1종 수급자에 대한 본인부담 부과, 6세 미만 아동 본인부담 부과 등 기존의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듯한 조치들이 잇단 발표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즉, 참여정부의 보장성 강화는 뚜렷한 목표 하에서 보다 근원적으로 낭비적인 재원을 줄이는 대책과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용에 대한 대처가 같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점이 가장 중요한 한계이다. 의료비 지출의 낭비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원적 방안이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편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시도도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보장성 강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될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정도 대국민 홍보와 설득의 방식보다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한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해 왔었다. 보험가입자인 국민들은 왜 보험료가 오르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인상된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에서 참여는 수사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적 기능 강화 정책 평가

의료기관의 영리화

참여정부에서는 영리의료법인의 허용까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특별자치도 내에 외국영리병원의 설치와 내국인 진료의 허용, 민간병원의 무제한적 병상 확대에 대한 방관, 의료기관 수익사업 확대, 의료광고의 대폭 허용, 그리고 의료기관 채권 발행 허용 등이다. 그리고, 이들 의료기관 영리화 정책의 상당 부분이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서 주도해 왔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특별자치도의 외국영리병원에 대한 특혜는 재정경제부가 발벗고 나섰을 정도였다. 공공의료 확충종합계획에 소요되는 예산 4조 3천억원도 외국영리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을 인정해 준 대가라는 것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으로부터 시작된 의료기관 영리화 움직임은 온갖 근거없는 사례들이 난무하면서 점차 대세로 자리잡아 갔다. 근거없는 사례들의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원정치료로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이는 국내 의료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국익 창출을 위해 외국의 환자를 유치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다. 싱가폴이나 태국의 영리병원들이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싱가폴이나 태국에서 공공병상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애써 숨겨왔었다.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의료기관의 영리화에서 마지막 남은 단계는 법적으로 기업의 의료기관 소유, 즉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리의료법인’이 법의 문구로 포함되는 건 시간상의 문제일 뿐 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민영의료보험 시장은 참여정부 들어서서 급성장해 왔었다. 과거 특정 질병에 걸리게 되면 얼마를 지급해 준다는 정액 보상형 민영의료보험의 시장의 확대뿐 아니라,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는 방식인 실손형 민영의료보험도 동시에 확대되어 왔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법정본인부담의 포함 유무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었다. 이에 대해 의료산업화선진화위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상품에 ‘법정본인부담금’을 포함시키지 말도록 최종 권고하였으나, 민영의료보험회사에서는 막대한 타격을 감수해야 하므로 줄기차게 문제 제기를 해왔었다.
우리 사회에서 정액 보상형이든 실손형이든 민영의료보험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의 높은 본인부담(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 본인부담 모두 포함)에 있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의 해결 방향이 건강보험 재정의 확대를 통해서인지, 아니면 민간의료보험 가입 등 개인적 해결을 통해서인지가 중요한데, 결과론적으로 참여정부에서는 일부 중증질환을 제외하고는 후자에 더 강조를 두어 왔었다.

의료법 전면개정

의료법 전면개정은 참여정부 후반기의 가장 역점 사업이었으며, 참여 정부에서 추진해 왔었던 주요 의료정책들을 제도화하기 위한 마지막 작업이었다. 의료법 전면개정안은 한편으로의 의료계의 독점적 기득권에 위협을 가하는 내용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의 영리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내용으로 구성됨에 따라 의료계와 시민사회 양자로부터 공격을 당해 왔었다. 반면, 줄곧 병원의 영리화를 강조해 왔었던 병원계에서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개정 의료법을 무언적으로 지지를 하였다. 결국, 의료계의 독점적 기득권에 위협을 당하는 내용은 상당부분 제거된 반면, 의료의 영리화를 공고히 하는 내용들은 거의 유지되는 선에서 국회에 산정되었다. 이 또한 참여정부에서 의료의 영리화를 얼마나 중요시 하는 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현재 의료법 전면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의료의 영리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내용이 중심이 된 상태로 통과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참여정부 보건의료정책에서의 공공과 시장의 상호 관계

앞서 의료연대회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 강조되었던 보건의료정책으로 의료산업적, 영리적 측면의 활성화가 73.1%로 가장 많이 꼽았고, ‘제도 효율성 및 재정 절감’ 8.6%, ‘취약계층 보장성 확대’ 7.6%, ‘의료공공성과 형평성 강화’ 7.1%의 순이었다. 또한 참여정부 최악의 5대 보건의료정책으로 ‘경제특구내 외국영리법인 허용과 내국인 환자 진료 허용’, ‘외국영리병원 개설 주체의 확대’, ‘한미 FTA', '의료법 전면 개정’, ‘의료급여제도 개정’을 꼽았다.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참여정부가 개혁세력의 힘을 등에 업고 출범하였다는 점에서 개혁세력의 주된 진원지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주로 참여한 이 설문조사의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평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즉,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참여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보건의료정책이 참여정부 기간 동안 심각하게 굴절되어 의료서비스산업화로 요약되는 의료산업적, 영리적 측면의 활성화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5년 동안의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공성의 지향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의 신산업이라는 시장성 간의 치열한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성장 동력으로서의 보건의료정책의 변화 필요성은 보건의료체계 외적 요인 즉,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관료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개방의 힘에 의해 좌우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재정경제부와 때로는 대립각을 형성하기도 하였으나, 공공성과 시장성의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었다. 그 결과, 참여정부 보건의료정책은 의료의 시장적 기능이 공공적 기능을 압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고, 참여정부 기간 동안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더욱 더 사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그리고, 이는 혁신, 경쟁력 강화, 산업화, 선진화 등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왔었다.
참여정부에서 강조해왔던 조화로운 공공-시장 역할 분담론은 어느 새 시장 종속적 공공 역할론으로 고착화 되었으며, 이는 의료시장 개방 논의와 맞물리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향후 5년에 걸쳐 계속 가속화될 전망이다. 공공의료 확충에 몇 조원을 투입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고, 국민건강증진사업을 확대하고,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실시된다는 이유 등으로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보건의료 개혁 진영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개혁과 저항을 위한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8/01/01 10:58 2008/01/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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