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7] 참여정부 복지정책 평가 - 가족여성정책
윤홍식(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참여정부의 가족여성정책의 기본방향
가족여성정책이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사회정책의 구성원의 하나로 등장할 수 있었던 현실적 배경에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데 한국가족여성정책이 저출산과 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을 통해 확대, 발전할 수 있는 우호적인 조건에 위치해 있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가족여성정책의 확대와 발전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현상적 대응으로 제한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과 여성에 대한 사회지출이 일천한 상황에서 정책목적의 적합성여부를 떠나 예산의 확대와 제도의 도입은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가족여성정책 영역(특히 아동보육관련 영역)에 대한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최하위 권에 머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OECD (135)에 따르면 한국은 아동보육에 대한 공적지출에서 최하위에 위치해있다. 이는 멕시코(대략 GDP 대비 0.7%에 조금 미치지 못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6년도 OECD 자료에 따르면 민간자원을 포함한 경우 17개 OECD 국가들 중 16번째 이고, 공적지출만을 계상했을 때는 가장 최하위에 위치되어 있다. 즉, 예산 확대와 제도도입이 한국 가족여성정책의 양질전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가족여성정책의 목적이 한국사회의 성, 계층, 지역, 세대 간 불평등 완화를 정책적 목적으로 하기보다 출산율 감소하는 현상적 목적에 맞추어 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가족, 여성,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복지투자의 확대가 경제적 문제(실업감소)와 출산력재고 등에 집중됨으로써 현실에서는 계층과 성간 불평등을 확대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 또한 지난 20년 동안 예산 확대, 제도도입과 개선을 통해 저출산 대응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했지만 정책의 직접적 목적인 저출산 현상을 완화시키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일본에서 가부장적 남성계부양자 모형은 아직도 강건하게 존치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참여정부의 가족여성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기적으로 정책의 성과를 논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므로 참여정부의 가족여성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 정책방향을 중심으로 평가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글에서는 가족여성정책의 주요한 4가지 영역에 대한 참여정부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개략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에서 견지해야할 가족여성정책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글을 정리하고 한다.
2. 주요정책에 대한 평가
1) 보편적 공적아동보육시설의 확대
질 높고 보편적인 공적아동보육시설 확대는 출산력 재고뿐만 아니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아동복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다. 시민의 인적자본축적의 근간이 되는 인지능력이 영유아시설에 형성된다는 논의에 주목했을 때 질 높고 보편적인 공적아동보육시설의 확대는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하는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참여정부에서 보육관련 예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4,355억 원이었던 보육예산이 불과 3년이 지난 2005년에는 1조3,355억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확대가 질이 담보되고 보편적인 공적보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아동 수 대비 국공립보육시설 비율은 11.3%에 불과하고, 법인기관을 포함한다고 해도 30%를 넘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아동의 인적자본 확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0-2세 아동의 보육비율(육아지원시설 이용비율)도 21.1%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민간보육시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의 부담비용이 크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평가인증제라는 소극적인 방식을 통해서 높은 질의 아동보육을 담보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정리하면 저출산 문제를 계기로 아동보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이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책노력이 현재 한국사회의 아동보육지형을 전환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2) 육아휴직의 보편화 및 현실화
영유아에 대한 공적보육시설의 확대와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보편적 육아휴직제도의 확대 또한 일과 가족생활양립이라는 가족여성정책의 핵심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육아휴직제도는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01년에 현재와 같은 제도형태를 갖추었다. 참여정부에 들어서 제도적 큰 변화는 목격되지 않는다. 다만 육아휴직 급여가 2001년 월20만원(여성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15.5%)에서 2003년 30만원, 2004년 40만원, 2007년 (50만원)으로 증액된 것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육아휴직 이용자수는 꾸준히 증가해 참여정부 당시인 2003년 6,817명에서 2006년 현재 13,672명으로 지난 4년 동안 100.6% 증가했다. 그러나 2006년 기준으로 0세 아동의 수가 48만 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가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했을 때 매우 제한적 대상만이 육아휴직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참여정부에서 육아휴직 이용자 확대를 위한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노력이 주로 고용보험의 피보험대상자에게 집중되어 있어,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을 정책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의 정액급여 방식은 육아휴직 동안 자녀와 육아휴직자의 (경제적으로) 독립적 가구를 유지할 수 없게 함으로써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적절한 소득의 배우자가 있는 자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육아휴직 이용자의 98.5%가 여성인 점을 고려했을 때 육아휴직이 전통적 성역할을 보완하는 제도로 역할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참여정부 들어 제도이용대상이 확대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증가속도가 매우 더디고, 급여수준이 너무 낮아 모든 경제활동인구를 포괄하는 보편적 제도로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3) 남성의 양육참여제도화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산력 재고를 위한 제도도입의 문제를 넘어 남성(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한국사회에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게 했다. 지난 2005년 하반기에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아버지할당제 도입을 위한 거리운동과 아버지할당제가 도입될 때까지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출산파업을 선언한 한국청년연합(KYC)의 운동이 대표적이다. 최근 참여연대에서는 2007년 대선을 맞아 유력후보들에게 아버지할당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문의한바 있고,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아버지할당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그 간 아동 돌봄이 여성의 과제라는 전통적 틀을 넘어 아동 돌봄의 책임과 권리를 남성에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육아휴직제도 내에서 아버지에게 특정기간을 할당하는 아버지할당제를 제도화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공론화 했다는 것 또한 참여정부 기간 동안 이루어진 긍정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리해보면 담론논의를 제외한 가시적 성과를 보면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다만 2008년부터 무급 3일의 아버지출산휴가가 도입된 것은 참여정부에서 이루어낸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이 가구 생계의 주요한 담당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급휴가가 본래 정책 목적을 충실히 이루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며, 계층에 따라 이용여부가 확연하게 구분되어 나타날 우려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4) 아동수당 도입
아동수당 도입 논의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했다. 도입직전까지 이르렀던 아동수당이 현실적 재원 문제, 효과성(출산과 관련된), 정부부처의 상이한 이해 등으로 제도화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아동수당 대신 아동양육수당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고, 아동수당이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을 강화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의욕적으로 시도되었던 아동수당 도입은 무수한 논쟁만을 야기하고 구체적인 성과 없이 다음정부로 이전되게 되었다. 아동수당이 단순히 아동양육에 대한 비용을 보전하는 소극적 정책목적에 배치되기 보다는 아동에 대한 추가적 투자여력을 가구에 제공한다는 적극적 개념으로 이해된다면 아동수당이야말로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적 가족여성정책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당장의 비용효과성의 문제를 넘어 아동이 있는 가구의 소득안정과 추가적인 투자여력의 확대라는 의미에서 아동수당을 이해하는 전환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3. 차기정부의 가족여성정책의 방향
산업화된 서구의 경험을 돌이켜 살펴보았을 때 차기정부의 가족여성정책은 세 가지 정책방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져야한다고 판단된다. 첫째는 돌봄 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여성의 역할을 가족 내로 국한시키지 않고 시장과 가정에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려는 시도다. 여성에게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는 여성이 출산과 양육으로 대표되는 재생산 노동의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직장과 가족생활이 상호배제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양립 가능 한 대안으로 자리 메김 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 요인의 동전의 다른 면과 같은 것으로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를 가능하게 했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는 기존에 가족에서 사적으로 이루어졌던 재생산 노동을 대체할 사회적 일자리의 창출을 요구했고, 공급측면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완전고용정책)은 바로 재생산 노동을 사회화시킨 공적 서비스부분의 고용 확대로 이어졌다. 단순히 노동시장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그 요구를 만들어 나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보편주의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노르딕 국가들이 1990년 초 중반의 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부모권과 노동권 지원의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2000년대 들어서 가족여성정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주요한 근거는 노르딕 국가들의 가족정책이 보편주의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특정정당이 다수당이 되었던 경험이 거의 없는 노르딕 국가들의 상황에서 제도의 보편주의적 확대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매 시기마다 노르딕 국가들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연대를 모색하고 계급과 계층을 초월해 부ㆍ모가 유력한 압력집단을 형성한 것은 가족정책의 보편적 성격을 강화하는 중요한 동인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과 정책을 둘러싼 이해집단의 대립이 첨예한 사회에서 정책의 보편성 확대는 역설적이게도 정책의 유지와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결국 한국가족여성정책이 저출산 현상의 ‘독배’를 마시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이 지향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가족정책의 보편성을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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