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1] 보건복지부 임의비급여 개선안의 내용 및 문제점
Ⅰ. 들어가는 말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 11일에 그간 논쟁이 되어왔던 임의비급여 문제와 관련하여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임의비급여의 주요 유형을 5가지(‘항목의 임의비급여’, ‘급여기준 초과 임의비급여’, ‘별도산정불가에 따른 임의비급여’, ‘허가사항 초과에 따른 임의비급여’, ‘심사삭감에 따른 임의비급여’)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주요 골자는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환자부담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즉, 임의비급여의 상당부분을 합법적인 환자부담으로 해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정부는 관리 책임을 회피하면서 갈등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개선안은 현재의 불법적 임의비급여를 의료기관의 합법적 진료행위로서 상당부분 인정하거나 그 여지를 넓혀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Ⅱ.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사항을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
임의비급여 유형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급여기준 초과 임의비급여”와 “심사삭감에 따른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급여사항을 절차상의 번거로움 또는 삭감 경험 등으로 환자에게 비급여로 직접 받은 의료기관의 오래된 임의비급여 관행은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제도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기획실사 및 강력한 행정조치 등을 통해 관리, 감독하겠다고 보건복지부는 발표하였다.
<표1> 가톨릭대성모병원 백혈병 환자 10명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환급결정내역
그러나 환자들의 진료비확인 민원이나 보건복지부의 실사 이외에는 임의비급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기획실사만으로 의료기관의 오랜 불법적 관행인 ‘보험기준 초과 임의비급여’와 ‘심사삭감에 따른 임의비급여’ 징수를 과연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사항에 대한 비용은 환자가 아닌 심평원에 청구하도록 강제하고 위반시에는 강력한 행정적 재제 외에 형사적 재제까지 부과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Ⅲ. 별도산정 불가에 따른 임의비급여
‘치료재료 비용 별도산정’의 경우에도 기존 수가에 포함된 비용을 상회하는 치료재료 비용을 환자에게 별도 징수 하겠다고 보건복지부는 발표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 수가체계가 원가중심으로 비용 상환을 하는 구조라면 치료재료 비용을 감안해서 행위료를 조정하는 것이 맞는 해법이며, 이 또한 치료재료 가격의 적정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건강보험 영역에서 이를 평가하고 판단할 만한 근거나 장치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환자부담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Ⅳ.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에 따른 임의비급여
보건복지부는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 약제 사용”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먼저 병원 윤리위원회에 사용 요청을 하고 여기서 의학적 근거를 확인한 후 인정하면 비용은 비급여로 환자에게 우선 받고 약제를 사용한 후 10일 이내에 심평원에 통보하여 다시 심평원 전문의의 의학적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승인 또는 불승인을 한다는 것이고 승인되는 경우 급여대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즉, 보건복지부는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 약제 사용’에 대해 사후승인을 전제로 의료기관의 임의적 판단 하에 비급여 사용을 인정하고, 설사 사후승인을 받은 경우라도 반드시 급여행위로 포함한다는 보장이 없고 더구나 불승인이 된 경우마저 환자가 그동안의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어 오히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환자부담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방식의 사후승인제는 효과와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는 약제를 임상시험이라는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환자의 비용부담으로 무차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게 되어 심각한 임상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사후승인제가 허용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원칙들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특정 약제의 허가범위 초과에 대한 심평원의 사후 승인이 떨어질 경우 전부 급여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심평원에서 의학적 근거 확인에 따른 승인 여부와 관련해서는 의학적 근거의 수준을 무작위 대조군 실험을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 문헌고찰방법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근거를 제시하고 안전성 및 유효성의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급여범위로 신속하게 포괄하여도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심평원의 허가 승인이 떨어진 경우라면 자동적으로 급여화하여 환자부담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
둘째, 심평원에서 불승인 판정을 받은 경우에 환자부담금은 전부 환급해 주어야 한다.
의료기관 병원윤리위원회의 판단 하에 환자부담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약제의 허가범위 초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허용여부 판단 주체는 심평원에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 불승인 판정을 받은 경우라면, 당연 환자가 병원에서 부담한 비용은 소급해서 환급해 주어야 한다. 불승인 판정은 곧 불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킨 것과 다름 아니며, 이는 현재의 급여기준을 위반한 것과 동등한 경우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셋째, 허가범위 초과 약제사용 및 사후 인정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사전에 이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설명 및 고지해야 한다.
허가범위 초과 약제사용 및 사후 인정 과정, 환자들의 비용 부담 내용 등에 대해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사전에 환자들에 충분히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의 동의하에 허가범위 초과 약제사용을 허용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 처벌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병원윤리위원회에 대한 구성과 평가에 대한 규정 등을 새롭게 마련하고, 병원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의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병원윤리위원회의 구성요건과 평가 근거를 마련하여 병원윤리위원회가 형식적인 절차와 미흡한 근거를 가지고 허가범위 초과 약제를 무분별하게 허용하지 않도록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병원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의원에 경우 허가범위 초과 약제 허용을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할지에 대해서도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은 규정 없이 허가범위 초과 약제 허용을 의료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허가범위 허용여부를 떠나 약제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자칫, 임상시험의 또 다른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Ⅴ. 나가는 말
보건복지부는 현재 ‘비용징수 불인정 급여기준’에 대해서는 급여기준을 재검토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재검토의 방향이 의학적 필요성에 의해 급여기준을 초과한 경우라면 모두 환자부담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다면 급여기준을 재정비해서 급여범위로 포함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환자부담으로 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의 원리에도 부합되지 않으며 오히려, 의료기관이 급여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도 환자부담을 합법적으로 징수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이번 개선안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현재 불법으로 간주되었던 임의비급여를 모두 환자 부담의 원칙하에 합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임의비급여로 인한 환자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어떠한 원칙이나 수단도 강구되어 있지 않으며, 또한 안전성 및 유효성 측면에서도 불완전한 의료행위들에 환자들이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마저도 열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를 배제한 채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등 공급자단체만으로 구성된 “임의비급여 해결을 위한 민관정 협의회”을 통해 이번 개선안을 마련하였고 결국 임의비급여의 피해자인 환자들의 요구는 무시한채 가해자인 병원의 손만 들어주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를 “임의비급여 해결을 위한 민관정 협의회”에 참여시키지 않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보다는 의료기관의 수입보전용으로 전략해버린 선택진료제와 같이 임의비급여가 제2의 선택진료제가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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